문호스트레이독스
아야츠지 유키토 & 에도가와 란포
공허한 살의의 윤무곡(輪舞曲)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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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열 세 개였어요."
아야츠지는 리에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아까 주워든 물건을 보았다. 그럼 이것은 그 열 세번째의 못이 틀림없었다. 끝에 묻어있는 그을음으로 보아 짚인형은 타버린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수로? 아야츠지는 생각에 잠긴 채 서고 안을 천천히 배회했다. 특별히 사각이라고 할 만한 곳도 없었다. 책의 배열은 정해진 것이냐고 묻자 리에는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아보더니 보름 쯤 전에 한 번 바꾼 것이라고 했다. 새로 배열을 바꿨다? 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아야츠지는 손을 가만히 뻗어 책 위를 쓸고 지나가다 고개를 들었다. 조금 열린 창문 틈을 보던 아야츠지는 혼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런 거였군."
"…선생님?"
"츠지무라군. 일단 물러나지."
"네? 물러나요?"
"그래, 포기다."
포기, 이것으로 두 번째 선언이었다. 저번엔 그럴 듯한 이유가 있었다지만 이번엔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 츠지무라를 보던 아야츠지는 그저 리에의 감시를 잘 하라고 하며 손을 휘저어 두 사람을 내보냈다. 억지로 밀려나간 츠지무라는 문이 잠기는 소리에 서고의 문을 두드리며 아야츠지를 불렀지만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야츠지가 추리하기를 포기해버리면 츠지무라로써도 손 쓸 도리는 없었다. 이대로 보고를 하자니 허탈한 마음이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보고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호령이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했다. 츠지무라는 리에를 그녀가 임시로 머무르던 거처에 데려다 주고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나서 조금 뒤에 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사건은 해결했습니까?]
"그게…. 아야츠지 선생님이 포기하셨어요."
[포기요?]
"네."
[그 아야츠지 선생님이요?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전화기 너머의 말에 츠지무라는 잠시 시선을 서고로 돌렸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답했다. 아까부터 이 신사에 있는 서고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를 않으시네요. 그 말에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흠, 흠. 하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본인이 해결할 생각이 없다면 됐습니다. 다른 탐정에게 부탁하지요. 츠지무라는 '다른 탐정'이라는 단어에 당황해 속사포로 질문을 쏟아냈다. 다른 탐정이요? 그야, 탐정이 더 있을 수는 있지만 아야츠지 선생님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변호하는 츠지무라의 말을 끊은 것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였다.
[츠지무라.]
"…네."
[지금 우리는 아야츠지 선생님의 처분을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당황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야츠지 선생님은 '특1급 위험 이능력자'이긴 하지만 매우 훌륭한 탐정이니까요. 그래도 본인이 협력할 의사가 없다면 우리는 이 사건을 해결조차 못한 무능한 조직이 되고 말 겁니다.]
"…그렇…겠네요."
[그래서, 당신이 가줘야 할 곳이 있습니다.]
"네? 아야츠지 선생님의 감시는요?"
[이미 저격수 몇이 감시를 하고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지금은 선생님의 감시보다는, 그 인물을 데려오는 것이 우선입니다.]
"…네에."
힘없이 대답하던 그녀는 퍼뜩 남자의 말에 생각이 미쳤다. 데리고 온다고? 탐정이 여기까지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데리러 다녀와야 한다는 건가? 그 사실에 의문을 품은 츠지무라는 전화 너머의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사카구치 선배, 제가 데리고 와야 한다고요? 그녀의 질문에 사카구치는 긍정의 답을 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 사람은 혼자서는 사건 현장까지 가기 힘들거든요. 전화는 미리 해놓겠습니다. 주소는 당신의 단말기로 보내두죠. 그럼, 이만. 반박할 틈은 없었다. 사카구치는 완벽하게 그녀의 대답을 차단하고 일방적으로 할 말을 마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단말기로 날아온 주소는 요코하마 시내의 어느 곳이었다. 그, 전에 들었던 이능력을 무효화하는 이능력을 가진 남자가 있다던 그 민간 탐정사인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츠지무라는 한숨을 내쉬고 서고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는 아야츠지에게 돌아갔다. 여전히 서고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그녀가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기에 츠지무라는 문 앞에 선 채 말을 전했다.
"아야츠지 선생님."
"말하게."
"특무과에서 민간탐정사에 이 일을 의뢰하기로 했어요."
"그런가."
"너무 덤덤하신 거 아니에요!?"
"굳이 열을 올려야 할 이유도 없잖아?"
"일단, 저는 위의 명령으로 그 탐정씨를 데리러 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리를 비우겠지만 제가 없는 동안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한 글자 한 글자에 감정을 실어 또박또박 말한 츠지무라는 홱 뒤를 돌아 성큼성큼 그녀의 차에 올라 거친 운전으로 신사를 빠져나갔다. 아야츠지는 멀어져가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들으며 서고 바닥에 앉아서는 주변을 둘러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교고쿠는 그런 그를 보다가 맞은 편에 그와 같은 자세로 앉아선 키득거렸다. 새로운 탐정이라, 그럼 이번에는 내 조언같은 건 필요없겠군. 역시 이번 일은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네. 자네들이 어떻게 이 수수께끼를 풀어낼지 기대하지. 대답하지 않는 아야츠지를 앞에 두고 혼자서 길게 말한 교고쿠는 아야츠지를 가만히 보다가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야츠지는 교고쿠가 사라지고도 한참 뒤에야 눈을 뜨고는 새로 올 탐정을 기다리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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