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Propose

스위스무민 2015. 5. 11. 00:40

 

 

Propose

Will you marry me?

 

오이스가 배포전

, 이렇게 아름다울 스가!

개최 기념 무료 배포본

 

 

본 배포본의 무단 재판매를 금지합니다.

무료로 배포된 것이므로 차라리 찢어 버려주세요.

 

 

 

오이스가 배포전은 오는 1010,

능곡역 하늘다락에서 개최됩니다.

 

 

 

 

-

 

 

그건, 아직 겨울이 채 떠나지 않은 어느 봄의 일이었다.

토오루.”

, 왔어?”

 

오이카와는 반갑게 스가와라를 맞이했다. 아직 조금 시린 봄바람에 코끝이 살짝 얼어있었다. 그런 그를 본 스가와라는 그의 손을 잡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딸랑, 맑은 풍경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환영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그 말에 작은 회색머리가 두어 번 끄덕인다. 안내받은 자리는 조금 안쪽의 창가와는 떨어진 따뜻한 자리였다. 오이카와의 옷차림을 본 스가와라는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오이카와를 훑곤 무심한 듯 흘러나왔다.


이 날씨치곤 조금 추운 거 아냐? 옷차림. 그 말을 들은 오이카와는 자신은 튼튼하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하아. 어련하시겠어. 그렇게 말하며 스가와라가 어깨를 으쓱이자 오이카와는 괜히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는 좀 더 걱정해주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 말에 스가와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튼튼하니까 괜찮다면서. 그렇게 말하자 오이카와는 괜히 몸을 웅크리고 제 팔을 문질러대며 마음이 추워, 마음이! 라고 외쳤다. 퍽이나 그렇겠냐마는 이대로 두면 결국 집에 갈 때 까지 귀찮게 칭얼댈 것이 뻔했으므로 스가와라는 주변을 살펴보다가 오이카와의 얼굴을 제게 당겨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오이카와가 해사하게 웃는다. 하여튼 능구렁이라니까. 타이밍 좋게 살짝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아메리카노하고.”

잉글리쉬라떼요. 시럽 많이 넣어서요.”

,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늘 마시던 메뉴를 시키고 나서 음료를 기다리는 사이 먼저 운을 뗀 쪽은 오이카와였다.

저기, 스가와라.”

 

웬일로 애칭이 아닌 제법 진지한 부름에 스가와라는 턱을 괸 채 그를 쳐다보았다. ? 라고 답하기 전에 오이카와가 먼저 물었다. 지금 우리 사이, 어떻게 생각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싶어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오이카와는 잠시 턱을 문지르다 입을 뗐다. 지겹지 않아? 그 말에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를 빤히 쳐다보았다.

 

지겨워?”

 

, 그러니까. 먹먹하게 감정이 차오르는 느낌에 스가와라는 뒷말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꾹 다물었다. 헤어지자는 거야? 차마 다 하지 못한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러자 당황한 듯 오이카와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아냐, 스가? 잠깐 진정해 봐. 그 말에 스가와라는 오히려 화가 났는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외투를 챙겨들었다.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잡은 건 오이카와였다.

 

뭐야, 할 말이 더 있어?”

 

냉랭한 목소리에 스가와라의 손목을 잡은 손이 움찔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스가와라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입을 열었다. 그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잠시 머뭇거리다 스가와라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오이카와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그마한 정사각형의 주얼리 케이스였다. 이거, 받아줘. 그렇게 제 앞에 내밀어진 민트색 케이스를 받아든 스가와라는 가만히 그것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가와라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오이카와는 빙긋이 웃으며 끊어졌던 문장을 이어 붙였다.

 

Will you marry me? 스가와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Yes.


작은 속삭임에 만족한 듯, 오이카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케이스를 받아들고 그의 손가락에 자그마한 진주가 박힌 반지를 끼워주었다. 하얀 피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의 탄생석은 퍽이나 예뻤다. 오이카와는 스스로의 안목에 만족하면서 가만히 그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와 함께 손을 내려다보고 있던 스가와라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토오루.”

?”

네 건?”

내 거?”

 

아차. 오이카와의 표정에 살짝 당황함이 깃들었다. 스가와라에게 반지를 줄 생각에 미처 자기 것을 생각 못했다. 불찰이었다. 할 거면 같은 종류로 했어야 하는데. 그의 표정을 살피던 스가와라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미 예상했다는 듯 제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가 꺼내든 상자에는 작은 루비 한 알이 박힌 백금반지가 들어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이카와가 멍하니 그를 보자, 스가와라는 태연하게 손을 가져다 반지를 끼워주며 작게 투덜거렸다.

 

정말,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스가.”

언제쯤 이름으로 부를래?”

…….”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품어왔던 불만을 말한 제 연인을 보던 오이카와는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마주하다가 천천히,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그의 이름을 한 자씩 불렀다. --. 그것은 조금 새롭고 간지러운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