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WizarQ(Crossover)

소년 스가와라의 평범하지 않은 하루와 소녀 코요미의 평범한 하루 - 프롤로그

스위스무민 2015. 5. 13. 02:16

소년 스가와라의 평범하지 않은 하루와

소녀 코요미의 평범한 하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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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ed Rider Wizard

x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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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도쿄합숙이 있던 그 어느 해 여름이었다.


그 날도 카라스노는 한 번도 제대로 이기지 못한 채 벌칙을 받고 있었다. 주변 산을 한 바퀴 돌면서-사실 몇 바퀴 째인지 셀 수 없었지만- 더위에 지쳐서 처진 녀석들을 먼저 보내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조금 스산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숲의 깊은 곳을 바라보던 스가와라는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음에 안도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고개를 돌려 체육관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난 것은 검은 긴 머리를 가진 묘령의 여인이었다. 놀라서 두어걸음 뒤로 물러나다 자빠진 스가와라에게 발소리도 거의 없이 다가온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를 마주보다가 빙긋이 웃었다.


"-게이트, 찾았다."

'게이트…? 문?'

"이제 네 차례야."


네 차례라니, 뭐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 그녀의 옆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검은 페도라를 눌러쓰고 있었고, 제법 화려한 스카프를 목에 걸고 있었다.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스가와라는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껴 주저앉은 채 저도 모르게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스가와라는 누군가와 부딪혀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 그 상대를 본 스가와라는 눈을 홉떴다. 조금 전에 눈 앞에 있던 사내가 어느샌가 자기 뒤로 왔기 때문에 그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로~ 게이트쨩."


사내는 눈을 휘어 웃으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게이트라니, 그거 내 이름이 아닌데. 아니, 그전에 도대체 게이트는 뭐고 이 사람들은 뭐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스가와라를 보던 사내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그는 자기 이름이 '소라'라고 했으며 옆에 있는 여인은 '미사'라고 했다. 그 말에 미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하게 자신을 보는 미사의 시선에 소라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고쳤다.


"미안, 미안, 메두사."

"…빨리 처리해. 그렘린."

"뭐…그럼 딱히 유감스럽진 않지만, 게이트쨩?"

"…네?"

"넌 어떻게 하면 절망할까?"


절망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래. 그렇게 생각하는데 소라, 아니 그렘린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쪼그리고 앉아 그를 마주보았다. 그의 눈에는 소위 말하는 광기라는 것이 서려 있는 느낌이라 스가와라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런 스가와라를 보던 그렘린은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러더니 곧 그의 모습이 인간이 아닌 것으로 바뀌었다. 전신이 녹색인, 마치 갑옷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봐야 하는 게 맞을까? 스가와라는 그 모습을 형용한 단어를 찾지 못한 채 사색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재미있어. 딱히 절망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이왕이면 해주면 좋겠는데. 네 희망을 알려주지 않을래? 게이트쨩-."


뭐라는 거야, 저 괴물은. 스가와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건 체육관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합숙장소로 도망간다면 저 괴물을 모두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 모두는 패닉에 빠질 것이 뻔했다. 딱 봐도 상대가 안 되는 괴물이다. 마주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던 스가와라를 보던 그렘린은 갑자기 쫓아가는 걸 멈추고는 시선을 돌렸다.


"흐-음, 저쪽을 공격하면 무너지려나."


아차, 싶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돌아본 걸까? 달리던 발걸음이 멈췄다. 그렘린은 그런 스가와라의 모습을 보더니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스가와라는 필사적으로 그를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존재였고, 스가와라의 달리기 속도로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체육관 뒷편의 허공에 금방 도착한 그렘린은 손에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가와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때는 이미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며 그의 손에 상당한 에너지가 모아진 때였다. 스가와라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다리가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대로 끝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데, 옆에서 불쑥 자신을 잡아끄는 손이 있었다.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마."


그렇게 말한 그는 자신과 비슷한 키를 가진 사내였다. 그 사내는 빙긋이 웃어보이더니 곧 손에 든 묘한 물건을 들어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내의 물건에서 탄환이 나오자 그제서야 스가와라는 그가 들고 있는 물건이 총이라는 것을 알았다. 허공을 향해 쏘아진 탄환은 곧 그 궤도를 틀며 그렘린을 향했다.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렘린은 몸을 틀어 방어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모아졌던 에너지는 사라졌다. 스가와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금 먼 곳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메두사는 혀를 차며 또 다른 괴물이 되어 그를 공격했다.


"위험해!!"


스가와라의 외침과 동시에 메두사의 공격이 사내에게 꽂혔다. 아니, 꽂혔다고 생각했다. 눈을 질끈 감았던 스가와라의 귀에 들려온 것은 요란한 음성이었다. 샤바두비 터치 변신 ~ 마치 흥겨운 오락기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에 스가와라는 눈을 슬그머니 떴다. 그 사내가 서 있던 자리에는 아까 그 사내 대신 검은색의 히어로 슈트가 서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조금 더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사내 덕분에 자신은 안전하게 피난해 있었지만, 두 괴물의 공격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싸움인데도, 스가와라는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사내는 제법 힘들어보였다. 이대로 가다간 당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는데 수풀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사내와 함께 괴물들에게 맞섰다. 스가와라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더 이상 사고회로가 현실을 쫓아가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한숨을 내쉰 스가와라는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자 차근차근히 상황을 정리해보았지만, 여전히 결론은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스가와라가 고민하던 사이 두 사람이 합세한 덕분에 조금씩 열세에 몰리기 시작하던 괴물들은 결국 그 자리를 떠버렸다.


그리고 그 뒤는 눈 앞이 흐려졌던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낯선 천장이 보였고, 시선을 돌리자 작은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 여자아이는 딱딱한 말투로 몸은 어때? 따위의 것을 물어왔고, 스가와라는 몽롱한 상태에서도 꼬박꼬박 그에 대답을 했다. 드르륵, 가만히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일어난 여자아이가 '하루토를 불러올게.'라고 말하고는 나갔다. 하루토는 누구지? 여긴 어디고? 합숙소에 연락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스가와라는 곧 다시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