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절망하는 소년은 울고있었다.

스위스무민 2015. 10. 28. 15:32
열차전대 토큐쟈 ㅡ 라이토 팬텀화 썰.
사망네타, 흑화네타 있습니다.

-------------

"라이토…! 도망쳐! 얼른!"
"미오!!!"
"너만…이라도…ㅅ."

안 돼, 내가 어떻게 너희를 두고 가? 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눈에 들어온 건 힘없이 쓰러져가는 친구들이었다. 처음 보는 괴인이었다. 토큐쟈로 변신해서 싸웠지만 공격이 전혀 듣지 않았다. 모든 공격을 튕겨낸 괴인은 라이토의 목을 조른 채 이죽거렸다.

[빨리 절망해라, 게이트. 난 질질 끄는 게 싫거든. 그러니까 소중한 걸 알려줄래?]

그렇게 말하던 괴인은 곧 귀찮아졌다면서 뭐라도 부수면 되겠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라이토의 체인저를 잡아뜯어 땅에 던지곤 발로 밟아 부쉈다. 변신이 풀린 라이토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본 괴인은 즐겁게 웃더니 '공포에 질려 절망해라. 그대로 죽어도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이라며 라이토에게 손을 뻗었다. 가장 먼저 그걸 막은 건 히카리였다. 히카리의 공격에 라이토를 놓친 괴인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둘렀고, 히카리는 그 공격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귀찮게. 너부터 죽여주마.]
"안돼!!"

라이토가 괴인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달려들었지만 그는 가볍게 라이토를 쳐내며 어깨를 으쓱이곤 히카리에게 걸음을 옮겼다. 강한 충격에 일어날 수 없는 그를 짓밟은 괴인은 그대로 손을 움직여 그의 몸을 찔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히카리가.

..사라졌다.

라이토는 울었다. 넌 이런데서 쓰러질 애가 아니잖아. 일어나, 제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히카리에게 라이토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툭.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괴인은 라이토의 표정을 보더니 라이토는 내버려 둔 채로 하나씩, 하나씩 동료들을 잡았다. 토캇치가, 카구라가 쓰러졌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라이토를 미오가 억지로 일으켰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무거울 텐데도 이를 악물고 그를 옮기던 미오는 오래 지나지 않아 괴인에게 잡혔다. 마지막 힘을 짜내 라이토를 집어던지다시피 밀어낸 미오도, 결국은 쓰러졌다.

"미오!!!!!"

누구도, 누구에게도 목소리가 닿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온갖 상상을 해보았지만 친구들의 웃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가 이매지네이션이야. 소중한 친구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소년은 절망했다.
괴인은 웃었다.

부서져버린 소년은 더이상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