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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스트레이독스] 다자이 오사무의 '그것'

스위스무민 2016. 5. 21. 00:43

[문호스트레이독스] 다자이 오사무의 '그것'


 ※ 다소 날조가 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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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의 공기는 언제나 습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뜻미지근한 바람을 느끼며 목과 팔에 둘둘 감았던 붕대를 끊었다. 그리고 새로운 녀석을 손에 쥐고 다자이 오사무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거울 안에는 창백한 혈색의 남자가 있었다. 이어서 약간 구불구불한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에, 그것보단 조금 밝은 색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래된 상처들이 보였다. 거친 밧줄에 긁혀 이미 딱지가 앉은 낡은 상처를 감추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더라? 새 붕대로 천천히 목을 감아나가면서 다자이는 새삼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언제부터 죽기로 결심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애석하게도 자살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삶을 계속 이어가게 했다. 가끔 이대로 붕대로 목을 졸라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부러지지 않는 목이 죄어오는 것은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손가락을 천천히 옮겨 목에 감긴 붕대를 마무리 하고는 손으로 옮겨갔다. 손은 혼자서 하기에는 조금 버겁지만 이미 익숙해진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붕대낭비장치 녀석아!!]


언젠가 쿠니키다가 외쳤던 말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새로운 붕대의 비닐을 벗겨내며 다자이는 피식 웃었다. 그때는 다소 과장되게 받아치긴 했지만 새삼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풀어낸 붕대만 얼추 세 뭉치, 새로 묶는 붕대가 세 뭉치. 합이 여섯 뭉치. 가끔 전투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몇 개는 더 썼던 것도 같다.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지나 꼼꼼히 팔꿈치까지 붕대를 둘렀다. 가만히 움직임을 체크하고는 반대쪽도 감아나갔다. 새로운 린넨의 촉감이 가만히 팔에 감겼다.


"음, 이 정도면 됐어. 좋아, 그럼 오늘도 활기차게 자살해볼까?"


바닥에 늘어있는 붕대를 모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옷을 하나하나 걸쳤다. 붕대에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기분이 좋다. 이럴 때 만큼은 이 도시의 습한 공기도 기분이 좋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여가며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