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케이크를 즐기는 방법
[문호스트레이독스] 케이크를 즐기는 방법
리토(@Bro17_03)님 생일 축하드려요! :D
※7화 이후 ~ 8화 이전의 시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이미 예고편이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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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제법 바쁜 날이었다. 전날의 폭탄소동으로 지친 몸을 달랠 틈도 없었다. 뭐 이렇게 바쁜지. 아츠시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을 때는 점심도 훌쩍 넘은 오후 두시였다. 일단 좀 앉자 싶어 터덜터덜 자리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살짝 삐걱거리는 의자를 끌어다 놓고 책상에 얼굴을 대고 몸을 늘어뜨려보았다. 아아, 한결 낫다. 아침부터 혹사당한 발은 한껏 달아올라 화끈거리고 있었다.
"…정말 지쳤어."
한숨과 함께 겨우 나오는 말을 뱉어내곤 살짝 눈을 감고 있자니 그제서야 공복이 느껴졌다. 책상 유리에 대고 있던 볼을 떼고 고개를 돌려 턱을 댄 채 탕비실에 무언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봐도 탕비실에 있는 건 녹차, 홍차, 그리고 커피였다. 물로 당장의 허기는 속일 수 있겠지만 그건 어차피 오래가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비워내고 나면 배가 고파지는 건 똑같았다. 그 때, 문이 힘차게 열렸다.
"다녀왔어-!"
"아, 란포씨, 다녀오셨어요."
"응?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그래? 잘 됐네."
"네?"
지금 뭔가를 잘못 들은건가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는데, 란포는 그 특유의 미소를 띠고는 들고 있던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제법 큰 생크림 케이크였다. 아츠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케이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저 박스에서 케이크를 꺼내서 한 입 베어물고 싶었다. 상상만 해도 녹아내릴 것 같았다. 폭신폭신한 스폰지와 그걸 부드럽게 감싸는 크림, 그 속에서 하나하나 터지는 각종 과일은 분명 천국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의뢰인이 갑자기 주는 바람에 버릴 수도 없어서 그냥 들고왔다는 란포의 말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란포가 몇 번이고 그를 부르고서야 아츠시는 정신을 차렸다.
"저기, 내 말 안 듣고 있었지?"
"…죄송해요. 배가 너무 고파서…."
"뭐, 됐어. 아침도 못 먹고 움직였으면 그럴만도 했겠지. 그래서, 다른 애들한테 연락 좀 할래?"
"에, 연락…인가요?"
"어차피 이거 많아서 둘이서는 다 먹지도 못하니까."
아니, 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츠시는 착실하게 전화를 돌렸다. 대부분 란포가 가로채서 적당히 '좋은 게 있으니까 얼른 복귀해, 앞으로 20분 줄게.' 라고 말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전화 돌리기가 끝난 다음은 음료의 준비였다. 당연하게도 그 준비는 모두 아츠시의 몫이었지만. 누가 뭘 좋아하는지 아직 다 알지도 못해서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물을 끓여놓거나, 잔을 준비해 놓는 것 뿐이었다.
20분 뒤, 사무실은 기다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로 복작복작해졌다. 접시를 저마다 하나씩 놓은 그 앞에서 란포는 굉장히 선심쓰듯 너희를 위해 가져왔다며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케이크를 내왔다. 그와 동시에 사무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옆 사무실에서 시끄럽다고 항의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기분삼아 폭죽을 터뜨린 그들은 하루노가 정확히 사람 수대로 나눈 케이크를 각자 접시에 옮겨담았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모으며 동시에 말한 그들은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천천히 갈랐다. 부드러운 스폰지와 크림, 그리고 과일을 한꺼번에 맞이한 입은 즐거움으로 가득찼다. 이렇게 여럿이 함께 먹는 게 얼마만이더라? 아츠시는 잘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추억하며 케이크를 씹어 넘겼다. 부드럽게 내려가는 느낌이 퍽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