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망향(望鄕)

[외전] 그 남자의 생일.

스위스무민 2016. 6. 19. 23:13

[문호스트레이독스] 뱀파이어 AU


망향 : 외전


그 남자의 생일


다자란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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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란포씨."

"응? 왜."

"오늘 한 번만 먹게 해주면 안돼?"


스윽, 날카롭게 손톱을 세운 다자이가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란포는 고개를 틀고 살짝 몸을 움직여 그에게서 빠져나왔다. 분명히 약속한 건 한달에 한 번이었는데, 그새 또 배가 고파졌단 말인가. 하여튼 이 놈의 먹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차는데 오늘따라 다자이가 조금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응? 란포씨~."

"저번 주에 먹었잖아. 그걸론 부족해?"

"아직 조금 부족한데.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

"뭐? 생일?"


응, 생일. 그렇게 말하며 다자이는 웃었다. 너희들에게 생일이란 게 의미가 있었냐는 표정으로 란포는 심드렁하게 그를 밀어냈지만 그럴수록 다자이는 조금 더 가까이 붙어왔다. 그리곤 조금씩 손톱으로 목을 긁어내리기 시작했다. 참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다자이의 행동에 짜증이 난 란포는 그의 손을 잡아서 밀어내곤 조금 떨어져 앉았다.


"왜 그러는데, 도대체."

"생일 선물이 받고싶은데요-."


나른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다자이를 보던 란포는 한숨을 내쉬고는 옷걸이에 걸려있던 지팡이를 들어 그를 향했다. 다자이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곤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란포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는 어느새 란포의 뒤에 나타나 지팡이를 뺏어서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그를 번쩍 안아들었다. 란포는 갑작스런 상황에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자이가 그를 침대에 내려놓고서야 란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게 생일이란 건 애초에 의미가 없는 거 아냐?"

"음,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 난 인간들 틈에서 살고 있잖아? 그러니 챙겨줘. 어리광부리는 다자이의 말에 란포는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였다. 무엇이 갖고 싶은 건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까부터 끈질기게 주장하던 게 있었으니까. 네 마음대로 하라는 란포의 말에 다자이는 웃으며 이를 살짝 드러냈다. 곧 그의 금빛 눈이 붉게 물들어갔다. 아아, 언제부터 저기에 빠졌더라. 조금 실없는 생각을 하며 란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윽…."


콱, 이가 살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에 란포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움츠렸다. 손톱으로 살살 긁어댄 건 혈관을 찾기 위해서였는지, 다자이는 느긋하게 란포의 피를 빨아들였다. 뻐근한 느낌과 함께 기운이 빠져나가는 건 언제나 겪는 일이었지만, 목덜미에서부터 올라오는 건 느낌이 꽤 달랐다. 그것보다, 어지러운데. 이불을 구겨가며 버티던 란포는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자이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떼곤 아쉬운지 입술을 훑었다.


"아아, 모처럼 잘 먹고 있었는데."

"…더 마시면 기절할 것 같으니까…."

"응? 벌써?"

"충분히 마시지 않았어?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란포는 손가락을 들어 다자이의 입가에 묻은 자신의 피를 닦아내곤 가만히 그걸 내려다보다 제 손가락을 훑었다. 으웩, 맛 없어. 이렇게 비린 걸 이 녀석들은 맛있게 먹는단 말이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갑작스럽게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입 안에 들어온 혀는 강하게 안을 훑고 금세 빠져나가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쳇, 하고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쳇? 혀를 차? 지금 뭘 했는지 알긴 하고? 그런 생각이 들어 란포는 무릎을 세워 그대로 다자이의 복부를 걷어찼다. 갑작스런 기습에 몸을 푹 숙인 채 부들거리던 그를 두고 슬쩍 빠져나오던 란포는 곧 그에게 잡혀 다시 침대에 누웠다.


"란-포-씨? 이게 무슨 짓이지?"

"그러는 너는?"

"나? 난 그저 남긴 게 아까웠을 뿐인데?"

"…그래, 그러시겠지."

"나한테 줄 줄 알았는데 가져가서 핥아버리는 게 어디있어?"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길래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나 했지."

"…저기요, 란포씨?"

"왜."


뱀파이어도 자기 피는 맛 없어. 그렇게 속삭이며 다자이는 가만히 잇자국이 아직 남아있는 란포의 목덜미를 핥았다. 상처가 아무는 느낌에 란포는 가만히 몸을 떨었다. 서서히 붙어가는 잇자국을 바라보던 다자이는 그 자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란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마주보고 물었다.


"뭐 잊은 거 없어?"

"…뭘."

"아까 말했잖아? 나 생일이라니까?"

"아아, 그래. 그랬지."


다자이의 말에 란포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웃으면서 말했다. 생일 축하해, 다자이. 그제야 그는 활짝 웃고 란포의 침대맡에 걸터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