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조금 돌려서, 유키네가 돌아온 직후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는 언제나처럼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딱히 위화감도 없었다. 그래, 옆에 있는 사람이 야토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늘 했던 대로 칭찬을 해줄 요량으로 옆을 본 유키네는 왠지 커다란 것이 있어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유키네의 시선을 눈치 챈 그 커다란 것은 그대로 고개를 기울이며 유키네를 보았다.
"뭐야, 왜 그래? 켄마. 얼빠져있긴. 괜찮아?"
"...ㅇ, 어, 어? 야토는?"
"야토? 그게 누구야?"
"주소 불명에 무직에 '나는 신이다'라고 하는 져지를 입은..-"
[!!!!!!! 유키네, 너...!!!!!!!]
"저 사람."
"아, 저 사람이 야토구나. 그런데 잠깐, 뭐라고? 신?"
쿠로오는 당황해서 켄마를 내려다보았다. 켄마는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신이라는 비과학적인 존재에 대해 말을 했고, 지금도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켄마가 게임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게 정신상태에 이렇게 영향을 줄 정도였단 말인가? 역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했어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쿠로오도 따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왠지 모르게 의욕이 없어보이는 금발의 꼬마랑 그 꼬마에게 삿대질을 하며 악악거리는 야토라는 사람이 있었다. 켄마는 그런 그들과 자기 자신을 번갈아보더니 중얼거렸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몸이 바뀐 것 같거든. 저기...나랑."
"너랑?"
"저기랑."
저기, 그렇게 말하며 켄마가 가리킨 곳에는 금발의 꼬마가 있었다. 그럼 저 금발 꼬마랑 네가 바뀌었다고? 그렇게 되묻던 쿠로오는 그제서야 묘한 위화감을 눈치챘다. 눈 앞에 일어났던 상황이 워낙에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확실히 평소의 켄마라기에는 말투나, 말하는 방법이 미묘하게 달랐다. 게다가 심지어 지금 켄마는 자기가 먼저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먼저 다가가지도 않던 녀석이? 싶어 켄마가 '바뀌었다'고 말한 꼬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를 붙잡았다. 꼬마는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뒤를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그 꼬마는 무얼 본건지 눈이 동그래지더니 자기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몸의 움직임이 눈에 익어 쿠로오는 설마-하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너, 켄마냐."
금발의 꼬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꼬마가 켄마라고? 나쁜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싶어 쿠로오는 꼬마와 자신의 볼을 동시에 꼬집었다. 조금 힘을 주어 꼬집었더니, 꼬마가 반응이 왔다.
"...아파, 쿠로."
"오, 감각은 있나보네. 아니, 그게 아니라,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전혀..."
둘이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야토와 -이름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상황을 미루어보아- 유키네였다.
"유~키~네~!! 난 절대로 네가 다시 반항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고~!!"
"시, 시끄러! 그보다 이거, 내 몸 아니니까! 떨어져!"
"으우우...알았다고."
신이라고 하더니, 그 이름이 무색하게 켄마, 아니 유키네의 말에 고분고분해진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훌쩍이던 모습은 없어지고 한숨을 내쉬었다. 쿠로오와 켄마는 그런 그들을 보다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 상황 자체가 상식을 대단히 벗어난 것이어서 따라가려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유키네는 야토를 끌고와서 고개를 숙이며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되었지만, 인사는 해야 누군지 알 것 같아서. 나는 유키네고, 이 녀석은 야토. 일단은 신이야."
"아, 나는 쿠로오 테츠로. 그리고 이쪽이..."
"...코즈메..켄마."
"아앗! 유키네, 너! 주인한테 일단은이 뭐야, 일단은이!"
"시끄러워, 어차피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같은 거 하나도 모르면서."
"........."
유키네의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야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쿠로오는 그런 야토를 보다가 시선을 돌려 유키네를 보고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냐고. 그러자 유키네는 볼을 긁적이고는 입을 열었다. 보는 대로, 나와 네 친구의 영혼이 바뀌어버린 것 같다고. 하지만 이상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체 뭐가 이상한 일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거든."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지."
어느새 기운을 차렸는지, 야토는 유키네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괸 채 진지하게 쿠로오쪽을 쳐다봤다. 쿠로오도, 켄마도 영문을 몰라 멀뚱히 바라만 보자 야토는 막대기를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 우선 나는 신입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내 신기, 유키네. 신기란 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그릇으로 사령에 이름을 붙인 존재이지. 그리고 너희들은 살아있는 인간. 원래 둘이 섞이는 일은 없어. 어차피 너희들도 나중엔 기억하지 못할 거고 하니까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했는데?"
"네 친구와 내 신기가 뒤바뀌어 버렸지. 정확히 말하면 네 친구에게 문제가 생긴거야."
".....나..한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코즈메군은 생령이 되어버렸어."
"..........내가."
"켄마가."
"생령,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지."
"그건 곤란한데."
"곤란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말하며 야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령이 유키네의 그릇을 차지하고 유키네가 그 생령의 몸에 들어갔으니 제대로 소환이 될리가 없었다. 그릇의 문제가 아니라 안에 담겨있는 혼이 문제였다. 두 사람이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자, 야토는 직접 보여주겠다며 손을 내밀어 이름을 외쳤다.
"와라, 셋키!"
그러자 일순 유키네의 몸이 검의 형태로 변하나 싶더니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키네는 어쩐지 짐작했다는 표정이었고, 그 일을 겪은 켄마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토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런 의미야'라고 일축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쿠로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해? 신님이라면 방법 정도는 알 거 아냐?"
"우선."
야토는 태연하게 손을 내밀었다.
"뭐야, 돈 받는거야?"
"어허, 신에게 소원을 빌려면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당장 가진 돈이 얼마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동전이 몇 개 나왔다. 야토는 그 안에서 5엔짜리 동전을 골라내고 가볍게 튕겨올려 손에 잡았다.
"네 소원은 확실히 접수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뭐, 일단은 어디라도 들어갈까?"
야토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유키네와 쿠로오, 켄마도 그 뒤를 따랐다. 야토의 뒤를 따라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제법 오래된 분위기가 나는 구멍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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