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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바깥에.
나는 안에.
그게 우리의 [거리]라면
더이상 좁아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눈 앞에서 사라지지 마라.
더는 나를 힘들게 하지 마라.
이 마음을 어디까지 도려내어야
너를 외면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아프다, 그러니.
눈 앞에 있거라.
다가오지 않아도 좋다.
멀어지지만 말아다오.
아파하지 마라
슬퍼하지 마라.
네 아픔과 슬픔이 밤하늘에 흘러가기를
내가 기도하마.
사랑하는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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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촬 뱀파이어 합작 – 가면라이더 위자드 / 코요미
*검은 장미의 소녀
그 집은 아마 작은 2층 집이었다. 소녀는 자신이 처음 그 곳에 도착했던 때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에게 항상 온기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누군가도 언제부턴가 볼 수 없게 되었다. 차가운 어둠 속에 소녀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집 안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루, 이틀,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눈앞에서 빛이 사라지는 걸 보며 소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움찔, 소녀의 코끝이 향기에 반응했다.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눈을 떴을 땐 입가에 따뜻한 액체가 닿아있었다.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액체를 핥았다. 새로운 생명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 아아. 어쩜 이렇게도 달콤한가. 입가에 조금씩 떨어지는 감미로운 생명수를 소녀는 갈구했다. 생명수를 받은 소녀의 눈은 그 물의 색처럼 붉었다.
“오랜만에 깨어난 기분은 어때?”
“…누구…?”
“널 깨운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닌가?”
너의 마법사라고 해두자.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거뒀다. 소녀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사이, 마법사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집의 곳곳에 은은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빛이 들어오면서 어렴풋한 그림자는 점점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마법사는 제 손에 조금 남아있는 핏방울을 가볍게 핥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내 피는 맛이 없네.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이내 웃음을 띠우고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실까요?”
“어디로…?”
“배가 고프진 않아?”
마법사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가 고프진 않았다. 그저 목이 마를 뿐이었다. 달콤한 물을 또 한 번 마시고 싶어 소녀는 자신을 쓰다듬는 마법사의 손을 입에 가져갔다. 날카로운 이가 마법사의 손에 닿았다. 마법사는 소녀를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손을 떼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닿을 듯 닿지 않은 물에 소녀는 날카롭게 울었다. 마법사는 그런 소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갈 뿐이었다. 잠들기 전에는 그렇게 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소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마법사를 따라갔다.
“자, 다 왔다.”
“여기는…?”
“아가씨한테 주는 선물이야. 구하느라 꽤 힘들었다고?”
“…선물….”
“다시 태어난 기념 선물.”
그렇게 말하며 마법사는 문을 열었다. 문의 너머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다. 소녀는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문의 너머에 펼쳐진 것은, 새빨간 천국이며 지옥이었다. 꼴깍, 소녀는 마른 침을 삼켰다. 마법사도 그녀의 갈증을 이해한다는 듯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소녀를 안내했다. 소녀는 천국에 발을 들여놓은 듯, 정신을 놓고 생명을 탐했다. 마법사는 그런 그녀를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녀의 식사가 끝날 때 까지 움직이지 않던 그는 소녀가 조용히 고개를 들자 그녀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왜….”
왜 나를 이렇게 챙겨? 소녀는 자신을 데리고 걸어가는 마법사를 보며 물었다. 마법사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약속? 무슨 약속 이었더라…. 소녀는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듣고 보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같다. 눈을 감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가 이 사람의 것일까? 소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 느낌을 안은 채 그를 따라갔다.
마법사는 달빛이 살포시 내려앉은 방으로 소녀를 인도했다. 소녀는 그가 안내하는 대로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소녀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은 마법사는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와 다시 함께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노라고, 그는 운을 띄웠다. 만들어진 소중한 것을 혼자 두고 늙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란 참 덧없는 것이다. 마법사는 인간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인간이 아닌 것을 품고 있었지만 성질을 바꿔야 했기에 더욱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녀를 떠나야만 했다는 말에 소녀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역시 그때의 그 느낌은 마법사였던 걸까.
“지금은 성공한 거야?”
소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떠오르는 질문을 던졌다. 마법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네 앞에 있는 거야. 이제부터는 인간과는 다른 시간을 걷고 다른 길을 갈 거지만 내가 네 옆에 있으니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그 말에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퍽 안심이 됐다. 잠들기 전부터 그 말을 기다렸던 것만 같다. 소녀는 마법사를 보며 웃었고, 마법사는 소녀를 마주보며 웃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건 꽤나 행복한 기분이었다.
소녀가 몸의 변화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유독 힘들다고 느껴졌지만, 그 날은 웬일인지 일찍 눈을 떴다. 그리고 커튼을 여는 순간 소녀의 움직임은 멈췄다. 마법사가 미리 상황을 살피러 오지 않았다면 소녀의 다른 생명은 끊겼을지도 모른다. 마법사는 급하게 소녀를 빛에서 떨어트리고 그녀의 팔을 감쌌다. 아직도 빛에 닿은 곳이 아팠다. 마법사는 커튼을 다시 치고는 소녀를 끌어안은 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정말 놀랐잖아.”
“…하지만…왜…?”
“말했잖아. 인간과 다른 시간을 걷고 다른 길을 갈 거라고.”
“그게 이런 거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우선 치료부터 하자.”
그렇게 말한 마법사는 칼을 들어 제 손목을 그었다. 마법사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소녀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기는 참을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게 솟아난 날카로운 송곳니에 놀랄 틈도 없이 그녀는 그의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소중하게 마셨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햇빛에 닿았던 상처가 사라졌다. 소녀의 눈에서는 원인 모를 눈물이 가만히 흘렀다.
“정말로 달라졌구나, 나….”
“응,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내가 앞으로도 네 옆에 있을 거니까. 약속이잖아? 코요미. 마법사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코요미, 그게 내 이름? 새삼스럽게 귀에 들어온 단어에 소녀는 단어를 따라 읊으며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마법사는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물었다.
“내 이름은 기억해?”
“…….”
소녀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마치 잠겼던 문이 열린 것처럼 소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기억 속에서 소녀는 마법사를 찾았다.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당신의 이름을. 소녀는 마법사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루토. 마법사는 커다란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날, 버려진 저택에는 검은 장미가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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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전대 토큐쟈 - 미오 팬텀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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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불타고 있었다. 어떻게 되찾은 마을인데. 눈 앞에 불타고 있는 마을을 보던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비명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녀는 열차를 들었다. 토큐 체인지! 짧은 외침과 함께 변신기를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토큐 체인지! 토큐 체인지!"
당황한 소녀는 몇 번이고 변신을 거듭 시도했지만 여전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녀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림자를 눈치챈 소녀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멀리 가지 못한 채 잡혔다. 서서히 드러난 그림자의 모습은 소녀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라이토!? 어째서?"
"...."
"라이토, 나야, 미오야! 라이토?"
그러나 라이토는 대답없이 그녀의 목을 서서히 졸랐다. 숨이 막혀왔다. 라이토에게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리던 소녀의 몸에서도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라이토, 대체 왜. 이젠 나도 못 알아보는 거야? 그런 그녀의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그만 절망해라.]
절망? 절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작스러운 말에 뒤를 돌아본 소녀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너무나도 무서운 괴인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는 있는 힘을 내서 라이토의 손을 깨물었다. 그 통증에 손 힘이 빠진 틈을 타 도망친 그녀는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토큐 체인지! 힘찬 구호와 함께 열차를 밀어넣고 변신기를 작동해보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어째서, 변신할 수 없게 된 거야?"
[그건 말이지.]
"...!? 어느 틈에?"
놀란 소녀를 무시한 채 괴인은 자기가 할 말을 계속 했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만 하는 착한 아이여서야,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겠지. 감각은 남아있어도 상상력은 현실에 부딪치면 무뎌지는 법이거든. 지금까지는 보였던 게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어른이 된다는 건 대개 그런 거거든. 네 소중한 추억마저, 언젠가 넌 잊어버리게 되겠지.
달칵,
소녀의 손에서 열차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노란 열차는 바닥에 굴러 깨지는 소녀의 마음처럼 상처를 입었지만, 소녀의 눈에 보인 것은 어둠에 싸인 친구와 그 친구의 어둠을 걷어줄 수도 없는 힘없는 자신이었다. 왜 나는 이다지도 무력한걸까...? 그렇게 무릎꿇는 소녀를 괴인은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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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른 전력 60분 주제 [약속]
[다이스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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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까요, 스가와라 선수!]
[체구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은 만큼 항상 날렵하죠?]
[그렇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하이킥이 작렬합니다!!]
[이야, 안다리로 자세를 무너뜨리고 바로 하이킥! 소름돋네요!]
[이번 시즌 챔피언도 스가와라 선수입니다!]
와아아- 경기장이 함성으로 가득찼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함성소리를 들으며 다이치는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껐다. 시끄러웠던 함성이 거짓말인 것 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징, 지잉. 발신인은 언제나 그렇듯 스가와라 코우시였다. 다이치는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다이치?"
"응."
"…뭐야, 왜 입이 댓발 나와있어."
"안 나와있거든?!"
거짓말. 뻔히 다 보이거든요. 그렇게 말한 스가와라는 키득키득 웃었다. 마치 제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스가와라가 선수로 데뷔하고, 몇 번인가 좌절하고서 얻어낸 챔피언의 자리를 용케 버티고 있었다. 대학에 올라가면서 배구를 그만 둔 스가와라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종목을 전향했다. 듣자하니 배구를 그만두고 몸이 찌뿌드드해서 하기 시작한 것이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나? 처음엔 스파링은 무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던 그도 어느샌가 아마추어 대회엘 나가더니, 프로 제의를 받았단다. 당연히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말렸다. 아마추어 대회에서조차 그는 가끔 부상을 입었는데, 프로로 가면 그게 얼마나 자주 일어날 지는 안 봐도 뻔했다.
"…스가."
"응?"
"챔피언 자리 지키느라 고생했어."
"아하하, 다이치가 그렇게 말해주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인데?"
[스가와라씨, 이거.] [아, 땡큐]
"뭐야, 뭐 받았어?"
"아, 얼음주머니."
그러고보니 아까 경기에서 훅을 제대로 맞았었지. 꽤 묵직한 느낌이었다. 아마 경기장에 있었으면 당장 소리를 지르며 난입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스가와라의 실격으로 이어지기에 어떻게든 참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티비를 통해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건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사실, 리모콘을 집어던지긴 했지만 말이다. 배구와는 미묘하게 시간대나 시즌이 어긋난 덕분에 다이치는 스가와라의 응원을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항상 간이 철렁철렁 떨어지는 걸 스가와라는 알고 있을지.
"맞은 덴 어때?"
"응? 아, 갱차나. 안이 조금 부었지만 자주 이떤 일이고."
"…스가."
"응?"
"마지막 하이킥, 멋졌어."
"…고마워."
"언제 돌아와?"
"음, 이틀 뒤 비행기로 돌아갈거야."
"파티, 준비해둘게."
정해진 수순이었다. 스가와라가 챔피언을 따낸 다음부터 줄곧 그랬다. 배구부 OB들이 전부 모여서 실컷 고기와 술을 늘어놓고 축하하면서 꼬박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그런 약속이었다. 다이치의 말에 스가와라는 웃으면서 응, 이번에도 기대할게. 라고 답했다. 다이치는 스가와라의 대답 뒤에도 한참을 말이 없었다. 스가와라가 전화가 끊기지 않았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다이치?'라고 되묻자 그제서야 그는 무겁게 입을 뗐다.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할 거야?"
"…아마 곧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그건 아닌데…음, 확실히 근육을 붙여도 전만큼 힘이 안나오고, 요즘 젊은 선수들은 워낙 강하고 변칙적이어서."
[아, 스가와라씨 또 약한 소리 한다. 챔피언이!][하여튼 링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저렇다니까.]
[아하하, 이 정도는 봐주세요. 엄살 부려도 되잖아~.]
물론 정말 엄살이기만 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치는 네가 아프지 않다면 됐어, 일본에서 보자. 라고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스가와라는 응, 며칠 뒤에 봐. 라고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조금 뒤, 스가와라에게서 사진과 함께 라인이 도착했다. 챔피언의 증표를 들고 찍은 사진 밑에는 그의 각오가 적혀있었다.
[은퇴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 챔피언 십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나서 할거야.]
[다이치가 지켜봐주는 곳에서, 최고로 멋지게 승리할게. 약속]
[그리고 그 영광은 모두 너에게 줄테니까.]
[항상 아끼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다이치.]
연이어서 온 라인의 말들에 다이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격투기를 하더니 생각이 단순해졌다고 할까, 와일드해졌다고 할까. 지금 스가와라의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 초반의 카게야마와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다이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어버린 안주 접시와 구겨진 맥주 캔을 치웠다.
스가른 전력 60분
[오이스가]
주제 :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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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오루의 산책 코스는 언제나 똑같다. 오후에 거리로 나서 가까운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잠시 마른 목을 축이며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쉬었다가 공원 입구의 꽃집에서 꽃을 한 다발 사갖고 들어간다. 마치 프로그램이라도 입력된 듯, 오이카와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했다. 아주 드물게 공원이 아니라 조금 멀리 있는 바다에 다녀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깨끗한 모래와 작은 조개껍질들을 병에 한가득 담아왔다. 바닷물도 같이. 그리고 매일 저녁 그는 언덕 위에 세워진 병원으로 향했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 곳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어떤가요?"
병원을 들어서면서 오이카와는 조금 부푼 마음을 안고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아직'이라는 말 뿐이었다. 아직, 아직. 얼마나 됐는지 세는 것도 지겨워 이제는 셈을 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언젠가, 그래 언젠가 돌아오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도 전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가 깨어나는 순간을 회사 일에 매여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아직 싱싱한 꽃다발을 들고 병실로 향했다.
[613호/스가와라 코우시님]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 병실은 공교롭게도 그의 생일과 같았다. 오이카와는 이것이 매우 불쾌했다. 왜 하필 숫자가 겹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병실에 노크를 했다. 들어갈게, 코우시. 여전히 돌아오는 답이 없는 말을 하며 오이카와는 방문을 열었다. 생명유지장치가 달린 제 연인이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눈은 뜨지 못한 채로.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빗길에 미끄러져 인도로 돌진하는 차에 치였다. 즉사하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어떻게 수술은 끝났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전부 현실이었다. 그래도 그는 언젠가 돌아오리라고 믿었다. 오이카와는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링거가 꽂혀있는 스가와라의 손을 잡았다.
"거기 있지? 언제쯤 돌아올거야? 있잖아, 스가와라. 오늘도 그 공원에 갔었어. 다른 곳에 들리고 싶긴 했지만 역시 너한테 오는 시간을 일분도 지체하기가 싫더라. 전에 사둔 꽃이 시들어가길래 오늘은 새로운 걸 사왔어. 매일 사오고 있지만 말야, 그래도 역시 너한텐 가장 예쁜 꽃이 활짝 핀 순간을 보여주고 싶거든. 올 여름에는 천문대도 갈거야. 카메라를 새로 한 대 장만했거든."
그 다음 말은 차마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밝은 목소리로 말하던 오이카와는 조용히 고개를 들고는 눈을 서너 번 깜박였다. 나 혼자 그 곳에 보낼거야? 정말로? 네가 나보다 더 보고싶어했는데. 조리개를 열어서 카메라가 하늘을 잔뜩 담게 두고, 나랑 너는 그 별들을 보다가 텐트 안에서 쪽잠을 자겠지. 아주 편한 건 아니겠지만 둘이 있으니까 분명히 즐거울텐데. 그 하늘의 별만큼 너를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싶은데. 나한테서 기회를 앗아가지 말아줘. 이 모든 말들을 삼킨 채 그는 눈물 젖은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아, 내 정신 좀 봐. 슬픈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아무튼 있지, 그러다 토비오를 만났어. 네 얘기를 묻더라고. 그래서 난 그냥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해줬어. 그 곳은 즐거워? 거기가 저세상이 아니라는 건 알아, 요즘은 동화책을 읽어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 그러면 네가 있는 세상이 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사후세계라던가, 다른 세계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 넌 그저 잠깐 여행을 떠난 거라는 생각 말야."
그렇게 말한 오이카와는 잠깐 말을 멈추고 스가와라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어제였나, 사실은 어제가 일년 째였던 것 같다. 의사가 냉정한 목소리로-사실 그도 엄청 고민을 했겠지만- 말했다. 더는 소용이 없으니 몇 달만 더 지켜보다 그래도 깨어나지 않으면 유지장치를 떼자고. 이미 스가와라씨는 뇌사상태니까 가능성이 낮은 일에 너무 매달릴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마음이 괴롭지만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제 손으로 어떻게 연인의 죽음을 감히 정하겠는가. 그저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하루 빨리 돌아와달라고. 그래서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어 말해보기로 했다.
"스가와라. 스가. 코우시. 오늘은 말야, 이제 그만 거기서 돌아와주면 안될까? 네가 없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로워. 나 많이 기다린 것 같은데. 네가 여행을 간지도 일 년이 됐대. 돌아와서 이 기계 말고 나한테 키스해주면 좋겠어. 너를 더 멀리 보내는 거 나 자신 없어. 오이카와씨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정말 돌아와주지 않을거야?"
북받치는 감정에 오이카와의 목소리에는 다시 물기가 서렸고, 눈가가 빨개졌다.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았는지 볼을 타고 흘렀다. 엄지로 눈가를 꾹 눌러 눈물을 닦아내서 옷에 대충 손을 닦아버리고 그는 스가와라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손이 따뜻했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서 함께 잠들어 있고 싶었지만, 병원의 규칙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이카와는 아쉬운 목소리로 그의 손을 한참을 잡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또 올게."
그러니까 오늘은 안녕. 오이카와는 작은 목소리로 제 연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아쉬운 손을 떼지 못한 채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안녕, 이라고 말하고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이카와는 움직임을 멈추고 자기가 잘못 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그의 손가락을 강하게 잡았다. 오이카와의 눈에선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떨리는 손으로 너스콜을 부른 오이카와는 그대로 스가와라의 옆에 다시 앉았다. 손가락은 여전히 놓지 않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