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Universe'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6.03.15 W.A.R. 1
  2. 2016.02.28 W.A.R. 0
  3. 2015.11.14 File #02.
  4. 2015.10.18 File #01.
  5. 2015.10.18 File #00.
  6. 2015.04.08 Doctor, My doctor 3(중셉)
  7. 2015.03.09 [오이스가/킹스맨AU] -
  8. 2015.03.03 Doctor, My Doctor 2
  9. 2015.03.02 Doctor, My Doctor 1
2016. 3. 15. 01:30

W.A.R.

We-Are-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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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상 능력자 AU


*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최애가 부상 혹은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캐해석이 맞지 않거나,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분은 지금 이 창을 닫아주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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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할 뿐.


We =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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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을 짜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로 봐도 보여주기 위한 작전인 것이 면면에 드러나는 허술한 듯 아닌 듯한 작전이었기에 오소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에서 머리를 쓴대봤자 이런 결과구나. 애초에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딱 그 기대만큼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진절머리가 났다. 이 작전으로 놈들의 숫자를 줄일 수나 있을까? 입꼬리를 죽 늘어뜨린 채 쵸로마츠가 짜증내는 소리를 들으며 오소마츠는 가만히 책상을 두드렸다. 영 성에 안 차지만 어쩌겠어. 이대로 하지 않으면 보나마나 명령불복종이라고 몰아붙이겠지. 괜히 유쾌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쵸로마츠는 서성이던 걸음을 멈추고 그의 멱살을 잡으려다 말고는 의자에 앉았다.


"작전대로 잘 될까…."

"우리 하기 나름이겠지?"

"거기에도 머리 쓰는 녀석들은 있는게 문제라고."


아시겠어요? 망할 장남아. 괜히 짜증의 화살을 오소마츠에게 돌리며 쵸로마츠는 회의실 테이블에 가만히 턱을 대고 늘어졌다. 그래, 그게 문제긴 하지. 오소마츠는 생각을 말하지 않은 채 가만히 몸을 늘어뜨려 의자에 기댔다. 저도 모르게 좁혀진 미간을 누르며 천장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렸다가 쵸로마츠의 시선에 움찔하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금이라도 잘못 말했다간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의 동생을 뒤로 하고 그는 작전의 준비를 하겠다며 회의실을 나갔다. 그런 오소마츠를 보던 쵸로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테이블에 벗어 던져두었던 모자를 들어서 썼다. 별로 유쾌한 전투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탁, 탁.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에 울린다. 의자에 멋대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이치마츠는 턱을 괸 채 가만히 테이블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맞은편의 토도마츠는 빙긋 웃은 채 팔짱을 끼고 테이블 위를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을 들어 말을 움직였다. 탁, 빈 칸으로 말이 옮겨짐과 동시에 게임은 끝났음을 알렸다. 체크메이트야, 형. 그 말에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도 멈췄다. 


"아, 역시 못 당하겠네."

"하하, 언제든지 상대해줄게."

"…건방지긴."


둘의 대화는 긴박하게 들려오는 발소리에 이어진 노크소리에 끊겼다. 양해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개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 소식에 토도마츠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체스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마치고 나온 본부는 갑작스런 소식에 패닉이 되어있었다. 토도마츠는 그런 그들을 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쪽에 놓인 확성기를 들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소란을 파고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진 목소리에 사람들은 토도마츠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받은 토도마츠는 본부 안을 훑어보고 빙긋 웃었다.


"그렇게 소란 피울 것 없어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입니다."

"어떻게 할 건가요, 토도마츠씨!"

"도망가야죠. 지금은 그게 최선입니다."

"도망이라니, 어디로요?"

"장소는 준비해뒀습니다. 가는 길도 마련해뒀고요."


그 정도는 이들과 합류해 조금씩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새 본부에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었고, 본부로 향하는 통로도 만들어두었다. 인솔을 맡은 간부들에게 마지막 사람이 새 본부에 도착하면 바로 통로를 폐쇄하라고 지시한 뒤에 토도마츠는 무기고로 향했다. 그는 두 자루의 총을 챙겨서 본부 밖으로 나갔다. 이미 이치마츠와 쥬시마츠는 경계선 앞에서 '개'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합류한 토도마츠는 가만히 공중으로 떠올라 적의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어림잡아 15명 정도일까. 적의 본부를 치는 것 치곤 적은 숫자였다. 이게 전부는 아닐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사람들을 두 패로 나눠 본부로 향하는 다른 길목을 지키게 한 토도마츠는 허공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중얼거렸다.


"어서 와,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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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0  (0) 2016.02.28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6. 2. 28. 19:05

W.A.R.

We-Are-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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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상 능력자 AU


*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최애가 부상 혹은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 캐해석이 맞지 않거나,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분은 지금 이 창을 닫아주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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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할 뿐.


We =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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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작은 몸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모두가 놀라 돌아본 곳에는 토도마츠가 엉덩방아를 찧은 채 앉아있었다. 형제들은 익숙하게 텔레패스를 사용했다. 토도마츠, 괜찮아? 형들의 말에 토도마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엉덩이가 아프긴 하지만 다른 데는 괜찮아. 토도마츠는 빙긋이 웃곤 바닥에 누웠다. 그 날은 아마 그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연습을 한 지 한 달 정도가 되는 때였을 거다. 그는 좀처럼 높이, 오래 뜨지 못했다. 그래서 바닥에 꽤 자주 드러누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연구원들은 언제나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토도마츠는 그럴때면 입술을 비죽이다 천장을 쳐다봤다. 그는 하늘이 때로는 너무 멀어보인다고 말하곤 했다. 


땅에서 공중으로 떠오를 때 토도마츠는 조심스럽게 한 발씩 올랐다. 그랬던 아이였다. 그가 도움닫기가 없이 뜨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였더라. 그 뒤로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연구소에서 일대 일 모의전투를 할 때였던가? 오소마츠는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며 카라마츠가 지도에 붉은 펜으로 X자를 표시하는 것을 쳐다보았다. 이걸로 5군데 째였다. 그 전부터 반군의 방해공작은 계속 있었지만 요즘들어 그들은 전보다 자주, 그리고 확실하게 연구시설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토도마츠의 모습을 반군 사이에서 봤다고 들은 직후부터였다.


"…참."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야. 이제 손을 써야 하지 않겠어?"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뭐? 어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오소마츠의 말에 연구원이 언성을 높였다. 그 목소리에 오소마츠의 눈썹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갔다. 그의 시선을 마주한 연구원은 움찔하곤 잠시 헛기침을 했다. 한심하긴, 어차피 거기엔 찌꺼기들 밖에 없었잖아. 느긋하게 귀를 파내고 손가락을 후, 하고 불면서 오소마츠는 말했다. 연구원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꽤 오래 전부터 반군의 방해를 받아왔기에 중요한 것은 중심이 되는 연구소에 두고 다른 시설들에서는 부수적인 실험들만 해왔다.


"그러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래도, 연구시설 하나에 드는 비용이 얼만데."

"…정부에서 충-분히 지원해주잖아? 국민들의 혈세로."


오소마츠의 발언에 연구원과 쵸로마츠는 동시에 정색을 하며 쉬-라고 말했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된다고 하며 두 사람은 오소마츠에게 주의에 또 주의를 주었다. 연구원의 말이라면 무시하고 넘겼겠지만 쵸로마츠의 경우에는 그랬다간 나중, 아니 당장이라도 텔레패스로 잔소리를 할 것이 눈에 보인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이곤 알았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곤 의자에 다시 걸터앉았다. 역시 잔소리 태세였네. 속으로 혼자 중얼거린 오소마츠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지도를 쳐다보았다. 그 모양새를 보던 연구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슬슬 나라에서도 효용성을 보고 싶어해."

"…그 말은."

"귀찮아도 표면으로 좀 나서줘야겠다."

"…에이."

"퍼포먼스야. 그러면서 세력도 줄이면 좀 좋고."


인간의 이기심이란. 연구원의 말을 들은 쌍둥이들은 심기가 불편한지 입을 꾹 다물었다.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태어났다. 그런 자신들을 나라와 다른 사람들은 '능력자'라고 불렀다. 능력자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인간의 힘을 상회했기에 인간들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그 정도는 주변 사람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 걸 허락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아마 여섯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면 그 고독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연구소에서 그들에게 접근한 건, 그들이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어차피 기댈 곳도 없는 세상에서 지낼 곳과 함께 할 친구를 마련해준다는 건 꽤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 친구들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던 오소마츠는 연구원의 대답을 재촉하는 물음에 책상을 호탕하게 내리쳤다.


"까짓 거 해주지."

"그렇게 나와야지."

"형!"


오소마츠의 반응에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동시에 그를 돌아봤지만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한껏 만족한 얼굴로 조만간 브리핑이 있을 거라고 말하곤 회의실을 나섰다. 연구원이 가자마자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동시에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지만 오소마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한 가지였다. 어차피 정부에서도 일부러 살려두고 있는 녀석들인데 우리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냐는 것. 오소마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의 쵸로마츠를 빤히 보다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가끔은 이름대로 행동하는 것도 괜찮잖아?"


멍, 멍. 오소마츠는 손가락으로 강아지 모양을 만들어 흉내내곤 웃었다. 이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름. 언제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름은 '개'였다. 정부의 개. 그 개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붙은 연구소의 이명은 도그 하우스. 불명예스럽지만 자랑스러운 이름이라고 오소마츠는 항상 말했었다. 그래, 이제 와서 정부의 의도를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어차피 오소마츠는 하기로 결정했고, 작전은 실행될 것이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흩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정리했다. 그런 그를 보던 오소마츠는 장난스럽게 그의 머리를 다시 흩어놓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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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1  (0) 2016.03.15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5. 11. 14. 02:37

Emergency Elite Fil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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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컨트롤 룸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오이카와가 묻자 다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불의의 사고였다. 아니, 사실은 악질적인 노림수였다. 그 대상은 스가가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리에나이저의 공격은 스가를 덮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타나카가 분한 듯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원래 사고라는 것은 그렇게 순식간에 다가와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 거지. 오이카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의 침묵 뒤에 이어진 키요코의 설명을 들었다. 작은 별이라고 해도 베이스가 작은 편은 아니어서 시설을 둘러보는 데에는 시간이 생각보다 제법 걸렸다. 다시 지령실로 돌아갔을 때에는 두어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곳에 스가는 없었다.


"스가씨가 없는데요?"

"몸이라도 움직이러 갔겠죠. 타나카, 불러와줘."

"옛써!"


한껏 기합이 들어간 대답을 한 타나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스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마도 제 방에 돌아가 있던 모양이었다. 키요코는 그런 스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패트롤 담당 구역을 말해주었다. 오이카와랑 스가는 A지구, 타나카랑 아사히가 B지구, 키요코와 야치는 C지구였다. 다소 내키지는 않는 조합이었지만 개인의 고집으로 튕겨낼 만큼 이기적이지는 못했던 그들은 떨떠름하게 차에 올랐다. 데카베이스를 나가 서로가 가볍게 무운을 빌며 헤어진 이후로 둘은 계속 말이 없었다.


"저기, 일단 저는 지구에 초행인데요."

"……."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그 정도는 보면 알지 않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A지구는 문화, 상업지구라 각종 여가시설 및 오락시설 등이 있는 곳이란다. 고개를 들어서 슬쩍 주변을 보니 과연 그렇구나 싶었다. 제법 화려한 상점들과 그 사이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학교가 끝날 시간인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A지구는 이런 분위기군요. 그럼 B지구는요?"

"그쪽은 주거지역이에요. C지구가 실상 이 도시의 핵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죠."

"헤에, 그렇구나."

"꽤 태평하시네요."

"제가요?"


날이 선 스가의 한 마디에 오이카와는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그를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보여요? 그렇게 되묻는 오이카와를 보면서 스가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요. 그 말에 오이카와는 처음에 자신이 왔을 때 지구서의 사람들이 보인 반응의 이유를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자존심이 센 사람들을 좌천시켰던거람.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던 오이카와는 핸들에 가만히 턱을 대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게 태평하진 않지만,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낙천적이네요."

"아니, 제 실력이라면 못 돌아갈 리가 없으니까요."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합니까, 보통?"

"난 그래요. 그럴 만 하거든요."

"……."


당당한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스가의 질린 얼굴에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스가가 옆에서 화를 내든 말든 저 혼자 끅끅대던 오이카와는 겨우 숨을 진정시키고 미안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내내 무표정이던 사람의 얼빠진 얼굴이 왜 그리 웃겼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가는 이미 그에게는 신경쓰지 않은 채 시선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빼고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이가로이드를 대동한 아리에나이저가 있었다. 스가는 가만히 그 곳을 바라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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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01.  (0) 2015.10.18
File #00.  (0) 2015.10.18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5. 10. 18. 02:22

Emergency Elite Fil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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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몇 번을 겪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침대보다는 맨 바닥이 편할 정도로 잠복수사를 한 탓이 더 클지도 모른다고, 멍하니 샤워기를 틀어놓고 물을 맞으며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한참을 물을 맞던 그는 라이센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오이카와 수사관, 오이카와 수사관. 두어 번 제 이름을 부른 목소리는 곧 '아직 주무시나?'하고 의문을 품은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급히 물기를 털어낸 그가 바로 부름에 답하자, 오히려 상대방이 더 놀란 눈치였다.

 

[그, 아, 저! 오, 오늘은, 베이스하고!  패트롤을!]

"아, 알겠습니다."

[네! 그, 그럼, 이따 봬요! 안녕히계세요!]

 

뚝, 소리가 끊기고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안녕히 계세요라니, 무전은 전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데.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같다고 해야 할지. 아마도 어제 소개받았던 데카 중 가장 작은 그 아이겠지. 방에 놓인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만진 오이카와는 제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컨트롤 룸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부터 컨트롤 룸은 꽤 시끌시끌했다. 문 밖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어깨를 으쓱인 오이카와는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니까, 더 쉬셔야 한다니까요?"

"괜찮아."

"아, 저, 오, 오이카와씨! 좋은 아침입니다!"

"나 참, 하여튼 스가씨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오, 좋은 아침입니다."

"...무슨 일 있나요?"

 

오이카와는 뒤늦게 제게 인사한 타나카를 보며 물었다. 타나카는 마침 잘 됐다는 표정으로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이 대목에서 스가와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직 재활훈련 중인데도 굳이 패트롤을 가겠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그 말에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스가와라는 잠깐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이카와는 의자를 꺼내서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스가씨."

"...네."

"뭐, 듣자하니 아직 훈련중이시라던데."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걸을 수야 있겠지. 그럼 그 다음은요? 오이카와가 묻자 스가와라가 가만히 그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진 않을텐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싶어 작게 한숨을 쉬고 구태여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다가 당신이 순찰 중에 아리에나이저라도 만나면요? 피해 안 줄 자신은 있어요? 전투를 하든 뭘 하든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다리로 뭘 하겠다고. 일부러 아플 단어들만 골라서 말하자 스가와라가 발끈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아, 그러세요?"

 

퍽이나. 오이카와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심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턱을 괴고 피식, 짧게 비웃음이 나가자 스가와라는 주먹을 꾹 쥐었다. 분위기가 예상보다 험악해지자 타나카가 중재하려고 했으나, 그 공기를 바꾼 것은 시미즈였다. 툭, 스가와라의 뒷통수를 가볍게 친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가. 너무 흥분했어."

"...미안."

"주먹에 힘 좀 빼. 그러다 정말 치겠다."

"...응."

"죄송해요. 한참 예민할 때라."

 

스가와라는 그녀의 말에 자기는 사춘기 어린애가 아니라며 작게 투덜거렸지만, 시미즈는 그에 신경쓰지 않고 오이카와에게 고개를 숙였다.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해야할까, 타이밍이 좋았다. 사실 스가와라의 고집으로 오이카와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부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계속 발을 구르며 상황을 지켜보던 야치와 아즈마네도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슬아슬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야치가 말했겠지만, 오늘은 베이스 안내를 해드리고 패트롤을 나갈 거예요."

"아, 네. 들었습니다."

"지도가 있긴 하지만 패트롤은 기본이 둘 이상이 가야하니까..."

"음, 그렇죠."

"스가랑 동행하세요."

"네?"

"뭐?!"

 

시미즈의 결론에 오이카와와 스가는 동시에 서로 다른 단어를 외쳤다. 조금 전까지 주먹다짐을 할 기세였던 건 못 본 건가, 이 여자? 그렇게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당황한 표정으로 시미즈를 쳐다보았다. 시미즈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스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오이카와라고 말하며 그를 빤히 보았다. 담담하게 뱉은 시미즈의 말에 오이카와는 가볍게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흉은 겉멋으로 단 게 아니지. 물론 스가와라는 아직 납득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라고는 패트롤을 나가지 않는 것 뿐이었으므로 결국 그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시미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럼, 베이스 안내하는 동안 스가는 쉬고 있어."

"...알았어."

"가시죠."

"...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람은 서장인 사와무라 다이치가 아니라 데카 옐로인 시미즈 키요코일지도 모른다. 잔뜩 날이 서 있던 스가조차도 그녀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그 생각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시미즈를 필두로 오이카와와 나머지 데카들은 컨트롤 룸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스가와라는 가만히 테이블에 이마를 쿵 소리나게 박고는 주먹을 꾹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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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02.  (0) 2015.11.14
File #00.  (0) 2015.10.18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5. 10. 18. 00:40

Emergency Elite, Flie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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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미간을 찌푸린 채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본 사내는 억울한 마음에 대들었다. 왜 저죠? 전 지금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는데! 그렇게 말하자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이 의자를 반바퀴 빙글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의자에 앉은 채 어깨를 으쓱한 사람은 사내와 시선을 마주친 채 말했다.

 

"그래서야."
"뭐라고요?"
"넌 지나치게 완벽하다고."
"…그게 문젭니까?"
"상부에서 별로 좋게 안 보고 있어. 완전히 잘리기 전에 좀 쉬다 와."
"…쉬라뇨. 저는 특흉이라고요!"
"지구에도 아리에나이저는 많아. 게다가 새로운 무기상인이 그 곳을 거점삼아 움직일 것 같다고 해. 아직까지는 그쪽의 스페셜 폴리스가 버티고 있지만, 가서 도와주는 것도 괜찮지 않아?"
"……."
"이 참에 좀 쉬다 와, 오이카와."
"…불복하면…."
"자격 박탈이지. 뭘 뻔한 걸 물어?"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이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상관의 말에 오이카와는 입을 꾹 다물고 통지서를 손에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상관이 '쉬다 오라'고 한 말의 의미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은하계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의 제3행성 지구. 거기에 간다는 것은 한 마디로 좌천이었다. 말이 좋아 '배속'이지, 요청이 들어온 김에 눈엣가시 같은 저를 내친 것이다. 마음같아선 당장 상부를 찾아가 뒤엎고 싶었지만, 특흉(특별지정흉악범죄대책수사관)이 되기 위해 노력한 날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아직 지구에 이름난 범죄자가 간 흔적은 없으니 가서 그쪽의 스페셜 폴리스를 적당히 도와주면서 새 발령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전혀 내키지는 않는 일이지만.

 

"지구라…."

 

꽤 먼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 별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소문은 몇 번인가 들었다. 은퇴가 가까운 스페셜 폴리스들이나 딱히 권력에 관심 없는 자들이 가는 작은 별이라고 했다. 적어도 이번의 배속이 자신의 앞날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단말기로 한참을 지구의 정보를 찾아보던 오이카와는 뜬 눈으로 밤을 지내고 자신의 우주선에 올랐다.

 

-

 

[그런 이유로, 특흉에서 한 사람이 갈 겁니다.]
"…특흉입니까."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사와무라 서장.]
"네."

 

지잉, 통신이 끊기며 어두워진 화면을 본 사와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이 모자라 증원요청을 했지만 새로 온다는 사람이 하필이면 특흉이라니. 특흉, 그러니까 특별지정 흉악범죄대책 수사관은 엘리트로 태어나 엘리트로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남들의 배는 자존심이 셌다. 은하계의 중심에 있다가 변방의 작은 별에 온다는 것을 그들은 매우 싫어했다. 지금 온다는 오이카와 수사관 외에도 몇 명의 특흉이 지구서에 오긴 했지만, 그들의 강한 자존심과 성격 때문에 지구서의 사람들과는 마찰이 잦았다. 그 때마다 그걸 중재했던 건 서장의 몫이었다. 또 한바탕 파란이 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사와무라는 서내의 사람들을 모았다.

 

사와무라의 호출에 모인 사람들은 멀뚱히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와무라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곧 특흉에서 사람이 올 거라고 전했다. 특흉, 그 한마디에 지구서가 술렁거렸다. 또 오는거야? 와, 진짜 싫다. 이번에도 자존심 덩어리겠지. 그렇게 서로 웅성거리는 데, 착륙요청이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마다 한 마디씩 뱉으며 그들은 비행장으로 향했다. 비행장에는 하얀 우주선이 한 대 내려오고 있었다. 곧 우주선의 문이 열리고, 하얀 제복에 금뱃지를 달고 있는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내렸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그 표정을 보자마자 자신의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 사와무라였지만, 그는 일단 사람 좋게 인사를 건넸다.

 

"지구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이카와 수사관."
"환영 감사합니다. 사와무라 서장님. 오늘부로 지구서에 배속된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반갑습니다. 일단 안으로 가시죠."
"그러죠."

 

예상 외로 싹싹한 오이카와의 태도에 지구서 사람들은 제법 놀랐는지 멀뚱히 쳐다보다 각자 자기가 일하던 장소로 돌아갔다. 지령실로 가는 사와무라와 오이카와의 뒤를 따르는 것은 지구서의 스페셜 폴리스 네 명이었다. 지령실에 도착한 사와무라는 우선 지구서의 스페셜 폴리스를 한 명씩 소개시켜주었다. 까까머리에 다소 사나운 눈매를 한 사람이 데카레드이며 팀의 리더인 타나카 류노스케, 조금 소심해보이는 덩치가 큰 갈색 머리의 수염을 달고 있는 사내가 데카그린인 아즈마네 아사히, 단발머리에 안경을 끼고 있고 입가에 점이 있는 미인이 데카옐로인 시미즈 키요코, 한 쪽 머리를 묶어올린 금발의 작은 소녀가 데카핑크인 야치 히토카. 거기까지 말한 사와무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부러 확인하듯 물었다.

 

"한 사람이 빠졌네요, 서장님."
"그 사람은 현재 회복중입니다."
"회복…?"
"네, 임무 중에 다쳤습니다."
"아아."
"블루의 이름은 스가와라 코우시입니다. 의무실에 가면 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의무실은 어느 쪽이죠?"
"제가 안내해드리죠."

 

사와무라는 지령실을 나서서 의무실로 향했다. 똑똑, 사와무라는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안에 있던 사람이 책을 덮는 것이 보였다. 조금 하얀 피부에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왼쪽 눈에 눈물점이 있는 남자였다. 스가와라 코우시랬던가. 그의 이름을 되새기며 오이카와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사와무라는 오이카와를 침대맡에 데려가 그에게 인사시켰다.

 

"이번에 새로 온 오이카와 토오루 수사관이야."
"…특흉이네."
"응."
"만나서 반가워요. 스가와라 코우시에요."

 

스가와라는 별 감흥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오이카와를 빤히 보았다. 오이카와는 그 시선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스가와라는 그걸 빤히 보다가 한참만에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 꾸욱. 감정이 실린 듯한 느낌의 악수에 오이카와는 어색하게 웃었고, 그 상황을 눈치챘는지 사와무라가 방을 안내해 주겠다며 그를 데리고 나왔다. 오이카와는 사와무라의 뒤를 따라 걷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쩐지 미움받은 것 같네요.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아…아뇨. 아마 화내고 있는 건 저한테 일 겁니다."
"서장님한테요?"
"새 멤버를 불러버렸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스가와라의 현재 몸 상태로는 바로 현장 복귀는 힘듭니다."
"발목이 나갔죠?"
"…금방 아시네요."
"그냥 인대가 늘어난 게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
"수술은 진행했습니다만, 아직 재활훈련 중이라서요."
"그렇군요."

 

씁쓸하겠네. 버려진 기분도 들 거고. 사와무라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며 오이카와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사와무라는 '오늘은 푹 쉬라'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삼스럽게 특흉에 있을 때 마련한 자신의 집이 넓어보였다. 이렇게 작은 별에, 그렇게 크지 않은 베이스. 게다가 자존심이 센 스페셜 폴리스라. 여러모로 쉬울 것 같진 않았다. 그냥 밀려난 것도 아니고 개고생을 해보라는 거구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오이카와는 피식, 하고 헛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가만히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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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8. 07:30
토오루의 성장은 순조로웠다. 그는 어느덧 열 네살의 신체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토오루는 그에 비례해 길어진 머리카락을 임시방편으로 묶고 있었는데, 최근의 스가와라와의 대화는 거의 그 머리를 자르냐 마느냐 하는 실랑이였다. 토오루도 한 고집 하는데다 이젠 제법 힘도 생겨 스가와라의 손아귀 정도는 금방 빠져나가 버렸다. 그럴 때마다 스가와라는 온갖 회유책을 제시해보지만, 토오루는 전혀 듣지 않았다. 오히려 혀를 내밀고 얼굴을 장난스럽게 찡그려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박사님이 날 잡으면 머리 자를게요."
"…진짜지?"
"그럼요. 잡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요 녀석이."

토오루가 저렇게 말하면 스가와라는 그를 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지만 번번이 건드리는 게 겨우였다. 그 날도 결국은 스가와라가 먼저 지쳐 방바닥에 드러누우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자 토오루가 옆으로 쫄래쫄래 다가와 쪼그려 앉아선 볼을 콕콕 찌른다.

"항복? 박사님 항복이에요?"
"…그래…라고 할 줄 알았지?"

토오루가 다가온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꽉 잡아당겨 품에 안은 스가와라는 이제야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품에 잡혀버린 토오루의 표정에는 배신감과 당혹감이 서려있었지만, 잡힌 건 잡힌 거라며 그는 이내 체념했다. 스가와라는 그를 데리고 연구실 내의 미용실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토오루 머리 좀 잘라주세요."
"아, 많이 길었네요. 이리오렴, 토오루."
"네에-."

의자에 앉아서도 입이 댓발 나와있던 토오루였지만-장발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장난치기에 좋기야 하겠지만…- 서걱, 서걱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가위가 몇 번 오가자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미용사는 능숙하게 그의 머리를 쳐내고, 다듬어주었다. 그 마무리로는 잘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그녀는 잊지 않았다.

"어휴, 이 잘생긴 얼굴을 여태 감추고 있었어?"
"…그러게요."

두 사람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토오루는 평소보다 밝게 인사하고 미용실을 나섰다.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는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남몰래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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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9. 01:29

똑,

똑.


달칵.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이었다. 스가와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격식 인사로 예를 갖췄다. 그가 자신의 추천인이었기 때문이다. 비어버린 갤러해드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상당히 먼 일본까지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갔었다. 물론 면접-그걸 면접이라고 하기엔 많이 혹독했지만-과 주변인들의 좋지 못한 시선을 잔뜩 받았지만 말이다. 혼혈이라니, 그것도 한참 먼 존재이지 않습니까. 제대로 교육은 받았답니까? 따위의 말들을 한참 들었더랬다. 그 때 마다 스가와라는 자신감을 잃었었지만, 자신의 추천인은 말했었다. 쓸데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하고 싶다면 하면 되는 거라고. 매너는 나중에라도 익힐 수 있으니까. 그 말을 위안삼아 스가와라는 끝까지 면접을 버텨냈고, 결국 갤러해드의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판도가 제법 바뀌어서 몇 명의 혼혈이 추천을 받아 들어오기도 했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자신의 추천인에게 정확한 온도로 우려낸 첫물의 다즐링을 대접하며 스가와라는 자리에 앉았다. 다과는 마땅한 게 없습니다,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는 스가와라를 보며 그의 추천인은 빙긋이 웃었다. 괜찮네,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잔을 입에 가져간 그는 가만히 입에 머금은 홍차를 음미하다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웨지우드라. 아름답지. 자네도 보는 눈이 늘었군. 그의 칭찬에 스가와라는 빙긋이 웃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가웨인."

"하하, 자네를 추천한 보람이 있어."

"항상 너무 띄워주신다니까요. 그래서,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음, 슬슬 은퇴를 생각중이네."

"그 건이라면 아서에게 말씀하시지 않고요?"

"아서에겐 이미 얘기 해뒀네. 자네에게는 그간의 정을 봐서 미리 알려주러 온 거지."

"그건 영광입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실테지요."

"…역시 자네 눈은 못 속이겠군."

"아니라면 아서의 전달만으로도 충분했겠지요. 후계자는 정하셨습니까?"

"음, 생각하긴 했는데…."

"말꼬리를 잡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만, 했는데. 라는 건….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도?"


스가와라가 그렇게 말하자 가웨인은 점잖게 난 그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로 하는 것 보단 직접 보여주는 게 낫겠지. 움직임세. 스가와라는 가웨인의 뒤를 따라 나섰다. 택시에 올라 몇 시간을 이동했을까. 도회지보다는 슬럼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에 그들은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옷차림을 본 양아치들이 낮게 휘파람을 불며 그들을 도발했지만, 가웨인과 스가와라는 태연하게 그들의 목적지로 향했다. 슬럼가의 안쪽에 위치한 주차장에 들어서자, 여자들 사이에 둘러쌓인 짙은 갈색 머리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가웨인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일세."

"…그렇군요."

"자네와 같은 혼혈이네."

"…아뇨, 같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교육이 필요해보이네요."

"…부탁해도 되겠나."

"…지금 저한테 부탁하시는겁니까?"

"곤란한가?"

"음, 아까부터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탓에 조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만."

"허허…."


둘이 저를 보며 대화를 하는 것이 거슬렸는지 갈색 머리의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에게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입에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비뚤게 물고 있던 그는 둘의 앞에 서서 그들을 번갈아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 태도에 스가와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곧 그 청년이 멱살을 잡아 자신을 주차장의 기둥에 밀어붙였다. 청년의 키가 저보다 조금 컸던 탓에 밀린 스가와라는 콘크리트 기둥에 그대로 등을 부딪혔다. 조금 쓰린 느낌이 등을 타고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낮게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들렸다. 청년은 물고 있던 담배를 뱉고 그에게 물었다. 싸한 맨솔의 향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저 할배가 데려온 걸 보니 댁도 그 양장점 직원이야?"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헤에, 제법 반반하게 생겼네."

"……."

"어때, 그런데서 일하는 것 보다 즐겁게 해줄 수 있는데."

"…어디까지 해도 됩니까?"


그 말은 가웨인에게 한 질문이었지만 갈색 머리의 청년은 빙긋이 웃으며 태연히 스가와라의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꽤 대담한데? 그렇게 말하며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는 순간, 스가와라의 팔꿈치가 그의 턱을 가격했다. 큭, 괴로운 소리와 함께 두어걸음 뒤로 물러나자 그의 친구로 보이는 자들이 슬금슬금 저마다 무기를 쥐고 다가온다. 스가와라는 시선을 돌려 가웨인을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디까지 해도 됩니까?"

"…죽이지만 말게."

"…그 정도라면…뭐. 거기 청년, 이름이 뭡니까?"


턱을 문지르던 청년은 스가와라의 질문에 그를 마주보았다. 스가와라는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았고, 청년은 쳇, 하는 소리를 내더니 마지못해 자기 이름을 답했다. 오이카와 토오루. 너는? 그렇게 말하자 스가와라는 태연하게 걸음을 옮기면서 머리를 긁적이다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건 교육이 끝난 다음 가르쳐드리죠. 아무래도 매너의 ㅁ자도 모르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오이카와는 자존심을 긁힌 표정으로 스가와라를 보다가 턱짓을 했다. 그의 신호에 오이카와의 동료들이 달려들었다. 스가와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숙여 횡으로 그어진 나이프를 피하며 그의 명치를 찍고 그대로 팔꿈치를 올려 턱을 날렸다. 앞에서 달려드는 녀석에겐 선물로 기절한 놈을 던져주곤 그대로 발로 걷어차버렸다. 순식간에 둘이 나가 떨어지자 다들 주춤하는 분위기였다. 여자들은 일찌감치 비명을 지르며 내빼버렸으니 남은 건 사내놈들 뿐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목운동을 한 스가와라는 빙긋이 웃었다.


"다음은 누굽니까."


그렇게 말하며 안경을 올려쓰자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양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스가와라에게 달려들었다. 감정적이 되면 역시 행동이 단순해지는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가와라는 여유롭게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가볍게 손가락을 한 사람의 목에 갖다댔다. 그러자 손에 닿은 사람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흰자위를 보이며 기절해버렸다. 쯧, 품위 없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계속해서 동료를 잃어도 달려들 수 밖에 없는 맹목적인 그들의 행동에 한탄하며 들고 있던 장우산으로 그들의 턱을 날려버렸다. 그의 일격에 두 사람이 나가 떨어지고 남은 것은 오이카와 하나였다. 스가와라는 조금 상쾌해진 듯 한결 편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오이카와를 보았다. 가웨인은 안경을 벗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당황한 듯 칼을 빼들자, 스가와라는 우산을 펼쳐들고 그 끝을 오이카와에게 향하며 말했다.


"당신의 칼과 제 총 중 어떤게 빠른지 승부할까요?"

"……."

"아, 죽이진 않습니다."

"…졌어, 졌다고. 당신들 대체 뭐야? 평범한 양장점 직원이 아니지?"


칼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지고 양 손을 들어 항복의사를 표시한 오이카와를 보던 스가와라는 웃으면서 일단 관심이 있으면 우리를 따라오라고 말했다. 오이카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그럼 안내하라며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 투덜거렸다. 그 말에 가웨인이 먼저 몸을 돌려 택시에 올랐고, 뒤이어 오이카와와 스가와라가 탑승했다. 가웨인은 조용히 미간을 누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터 스가와라, 자네 생각보다 과격한 사내였군."

"음, 최대한 신사적으로 상대한 겁니다만."

"…저게 신사적이라고?"

"일단 피는 안 났습니다. 턱도 기절할 정도로만 때렸지 어디 부수지도 않았고요."

"…거짓말. 골이 띵하던데."

"아, 그건 원래 턱을 맞으면 누구라도 그런 겁니다. 하악에 전해진 충격이 뇌를 흔드는거죠."

"…진짜 수상해. 양장점 직원 맞아?"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하던 오이카와는 스가와라가 보조석에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반사적으로 턱을 가리며 가웨인쪽으로 붙었다. 가웨인은 너털웃음을 웃었고, 스가와라는 오이카와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곤 이런 좁은 공간에선 때리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 말에도 별로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닌지 오이카와는 스가와라에게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채 양장점에 도착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5. 3. 3. 01:32

[오이스가] Doctor, My Docto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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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은 전쟁의 시간이었다. 스가와라를 사이에 두고 다른 연구원과 토오루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토오루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호르몬 주사가 필수였는데, 토오루는 이 주사를 끔찍히 싫어했다. 스가와라 또한 그런 토오루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일단 주사기부터가 마취총 급이다.- 차마 그를 억지로 주사를 맞으라고 내몰지는 못했다. 결국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면 타협안은 토오루가 스가와라의 품에 안긴 채 팔에 주사를 맞는 걸로 귀결이 나지만 말이다. 스가와라는 토오루의 팔을 걷어올리고 그를 꼭 안아주었다. 알콜을 묻힌 솜이 팔에 닿는 느낌에 작은 몸이 움찔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곧 연구원은 토오루의 팔에 그 커다란 주사를 쏜다.


"으으…."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참자, 착하지?"

"…느낌 이상해. 아파, 박사님, 이거 싫어."

"조금만 참아줘, 토오루. 응?"


스가와라는 가만히 자기 옷을 그러쥐는 토오루의 등을 쓸며 토닥여주었다. 주사기에 들어있던 푸른 액체가 전부 그에게 들어가고 나서야 연구원은 다시 그 자리를 문질러주고 방을 떠났다. 토오루는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툭, 투둑. 굵은 눈물을 흘리며 토오루는 원망이 가득한 시선으로 스가와라를 올려다보았다. 스가와라는 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딱히 줄만한 것이라곤 늘 그렇듯 주머니 한켠에 자리잡은 레몬맛 사탕이었다. 박사님, 아파, 아파. 호해줘요. 그렇게 칭얼거리는 토오루의 입에 레몬사탕을 까서 넣어준 그는 토오루를 안아들고 가만히 방 안을 돌아다녔다. 처음엔 칭얼거리던 그도 입에 사탕이 물리자 더 말은 못하고 입안에서 도록도록 사탕을 굴렸다. 그리고 곧 그는 주사의 여파로 잠들어버렸다. 스가와라는 제 품에서 잠든 그를 침대에 눕혀주곤 방을 나섰다.


"항상 토오루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뭐, 제가 담당이니까요."

"토오루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까탈스러운 면이 있어요. 영악하기도 하고요."

"…알고 있어요."


토오루를 데리고 있던 몇 달간 깨달은 것은 그가 생각보다 성능이 좋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실험체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머리가 좋았다. 처음에 이름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사실은 그런 '척'일 뿐이었다는 걸 스가와라는 오래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묻자 토오루는 키득거리며 그냥-이라고 말했다. 박사님이 내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게 어쩐지 기분이 좋아서, 라고 했던가. 물론 그 말을 듣자마자 스가와라는 당황해서 그에게 꿀밤을 먹였더랬다. 토오루의 카르타를 넘기며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는 안 보이네요."

"그건 다행이네요. 일단 토오루는 가장 최근에 깨어난 아이니까 조금 주목받고 있거든요. 이상할 정도로 높은 두뇌회전도 포함해서요."

"…그래요?"

"어쩐지 떨떠름하신 것 같은데요?"

"아뇨, 음, 실감이 안 나서요."


사실 실감이 안 난다기보단 떨떠름한 게 맞았다. 토오루를 찾아오면 찾아올수록, 스가와라는 그가 단순한 실험대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은 반응, 똑같은 감정표현을 하는 아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깨어났을 때 부터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상태이며, 강제로 어른들의 지식까지 전부 주입되었다는 것일까?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친 스가와라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사용이라니, 사용. 토오루를 물건과 같이 생각하는 자신에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어렴풋이 타케다가 이 일을 그만 두고 오지로 내려간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된 스가와라에게, 연구원은 더 혼란스러운 정보를 던져주었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스가와라 박사님?"

"네…?"

"아, 토오루를 돌보느라 아직 못 들으셨나보네. 이번에 신물질이 발견된 덕분에 다음에 태어나는 애들은 토오루나 다른 애들처럼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대요."

"…뭐…라고요?"

"성장도 훨씬 빠를거고, 뇌세포나 신체능력도 좀 더 발달될 거라고 하네요."

"…그럼 토오루는, 그 앞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에, 아직 그건 결정이 내려오지 않은 모양이던데…. '신세대'가 나오면 아무래도…. 뭐, 죽일 수는 없으니 입양이라도 보내겠죠."

"……아직 정확한 건 모르는 거죠?"

"네, 그래도…음. 마음의 준비는 해두셔야 할 것 같아요."


스가와라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마음 속으론 내키지 않았지만 그걸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토오루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찜찜한 기분을 덤덤한 얼굴 뒤에 숨긴 채 그는 자신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걸음을 끌고 집에 돌아온 그는 옷을 대충 벗어서 옷걸이에 던져 걸고는 소파에 몸을 뉘었다. 신물질에, 신세대. 그들이 나오면 구세대가 되어버릴 토오루들과 강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복잡해진 생각 덕분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긋이 누른 스가와라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냉장고에 있던 맥주 캔을 비우고는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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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
2015. 3. 2. 23:21

[오이스가] Doctor, My Docto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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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체크, 정상.」

「충전수 배출합니다.」


안전복 안의 스피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의 시선이 향한 유리관에는 7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토오루'라고 소장님이 말했던 기억이 얼핏 남아있다. 스가와라는 덤덤하게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충전수가 막힘없이 빠져나가고, 곧 인큐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조금 뒤에 주변의 싸늘한 공기에 몸을 살짝 떨며 눈을 떴다. 스가와라는 그의 몸을 수건으로 감싸고 인큐베이터들로 가득한 방을 떠나갔다. 자박, 자박,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물소리를 내며 탈의실에 도착하고서야 스가와라는 헬멧을 벗었다. 그러자 아이가 놀란 듯 눈을 뜨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아직 단어가 되지 않은 그의 감탄사는 손가락질과 함께 온전히 자기에게 향했다. 스가와라는 안전복을 벗고서야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선을 마주하곤 손가락을 맞댔다.


"안녕, 토오루."

"토…오…루?"

"그게 네 이름이야. 음, 기본적인 지식은 넣어둔다고 했었는데…."

"이름…?"

"응, 이름. 너를 나타내는 말. 네가 누구냐고 물으면 '토오루'라고 답하면 돼."


그러자 아이, 아니, 토오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해사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못내 귀여워 스가와라는 가만히 웃곤 그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토오루. 그 모습으로 계속 있을 순 없으니…. 그렇게 말하며 스가와라는 준비해두었던 옷을 꺼내주었다. 하얀색 긴팔 와이셔츠에 검은 멜빵과 검은 정장 반바지, 거기에 니삭스와 각잡힌 구두까지 신기고 나니 제법 귀한 집 도련님 같은 느낌이 났다. 스가와라는 그를 거울 앞에 데리고 가서 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오루는 한참을 거울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보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게 썩 신기한 모양이었다.


"잘 어울려, 토오루."

"…잘…어울려? 정말?"

"응, 정말."

"고마워! 박사님 이름은 뭐야?"


박사님, 그 호칭에 스가와라는 가만히 토오루를 쳐다보았다. 토오루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버퍼링이라도 걸린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가와라는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스가와라 코우시."

"그렇구나, 텐진(=스가와라노 미치자네)과 같은 성인거야? 그럼 박사님은 사실 문과쪽이 조금 더 특기라거나?"

"…딱히 그렇지도 않아. 스가와라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같지는 않잖아?"

"아하하, 하긴 그렇네."

"토오루는 로딩이 조금 늦네.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그렇게 말하자 토오루는 그냥 씨익 웃고 만다. 스가와라는 그를 데리고 그가 지낼 방으로 향했다. 박사님의 집으로는 가지 않냐는 말에 스가와라는 웃으면서 '토오루가 말을 잘 들으면 한 번쯤 보여줄게.'라고 말하고는 넘겼다. 그 말에 토오루는 조금 앞서 도도도 뛰어가더니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새끼손가락을 불쑥 내밀었다. 스가와라가 가만히 그걸 보자 짧은 팔을 조금 더 앞으로 쭉 뻗고는 씨익 웃는다.


"약속, 약속."

"아, 응. 그래, 약속."

"절대 지켜야 해. 알았지?"

"그건 당연하지."


손가락을 걸면서도 스가와라의 속은 편하지만은 않았다. 일을 하다 그만둔 선배 연구원인 타케다가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실험체에게 정을 많이 줘서는 안됩니다.' 그 때는 그 말을 명심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저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자신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과연 이대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익숙하게 잠옷으로 갈아입은 토오루가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스가와라는 걸음을 돌려 연구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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