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百花燎亂'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8.01 백화요란(百花燎亂) 3
  2. 2016.07.31 백화요란(百花燎亂) 2
  3. 2016.07.29 백화요란(百花燎亂) 1
2016. 8. 1. 01:35

[문호스트레이독스]


백화요란(百花燎亂)


퇴마사AU

+

올캐러 TS&오리지널


3


========================


오사무의 말에 다자이는 기분이 좋은 지 싱긋 웃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츄야, 아니 나카하라-편의상 성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렇게나 쌓아둔 짐 사이로 걸어가 처박혀있는 소녀를 덥썩 들어서 짐 사이에서 꺼냈다. 먼지투성이의 짐 사이에 박혀있다 나온 그녀는 콜록거리며 나카하라에게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했다. 나카하라는 어깨를 으쓱이곤 그녀를 세워 옷을 털어주며 말했다.


"기세 좋게 해치운 건 좋은데, 아직 착지가 잘 안되네."

"우우…중심이 자꾸 밀려요."

"응? 뭐야, 아쿠쨩 거기 있었어?"

"…아까부터요."

"에, 그럼 이쪽은…."

"…?"


오사무의 시선이 아쿠타가와에게 향했다. 그리고 다시 나카하라의 옆에 서 있는 소녀에게 향했다. 아차, 싶었다. 아쿠타가와는 이미 상황을 짐작했는 지 말없이 입가를 가리며 콜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사무는 미안한 듯 활짝 웃으며 그쪽을 아쿠쨩과 착각해버렸어, 라고 말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등에 매섭게 날아드는 나카하라의 스매시를 그대로 맞고 쪼그려앉은 오사무를 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미안하다, 우리쪽 다자이 취미가 신입 괴롭히기라. 아무래도 우리 신입하고 헷갈린 모양이야."

"……."

"…뭐, 저 녀석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하하하하."

"칭찬 아니거든?"

"아무튼, 그…기분은 굉장히 묘하다만. 신세가 많았다."

"음, 어디로 갈 건가?"

"글쎄, 일단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 만한 곳에 가야겠지."


저것에 말려든 게 우리 뿐이진 않을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며 나카하라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채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다자이는 사람을 찾기에 적합한 곳을 알고 있다며 자기와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다. 그 말에 나카하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다자이를 가만히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자이는 손을 내저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다자이라는 이름을 걸면 못 믿는 병이 있어서."

"아니, 그렇게 신뢰도가 낮은가…? 이래봬도 나는 회사와 민초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사람인데."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아웃이야."

"…어째서!"


제법 냉정한 나카하라의 말에 다자이는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다 몸을 돌려 츄야에게 향했다. 츄야는 갑자기 다가온 다자이를 미간을 찌푸리며 보다가 그가 갑자기 어깨를 잡자 조금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다자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여성인 자네는 언제부터 이렇게 냉정해졌냐며 츄야를 흔들기 시작했다. 팔짱을 낀 채 묵묵부답을 하며 흔들리던 츄야는 곧 다자이의 배에 주먹을 내질렀다. 내가 그걸 알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한 츄야는 흔들리느라 흩어진 옷자락을 정리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부둣가에 차가 한 대 들어섰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선 차에서는 익숙한 얼굴들이 내렸다.


"이야, 역시 여기가 제일 위험한 것 같다 했더니."

"오, 란포씨, 돗포쨩!"

"어딜 갔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심지어 포트마피아도 함께라니."

"다자이씨, 설마 실례를 저지른 건 아니죠?"

"이미 저질렀어. 그리고 내가 팼지."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이지. 그렇게 아무한테나 집적대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돗포쨩. 나 지금 엄청 상처받았으니까."


혼자 있게 놔둬줘.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에 혼란스러웠던 대화가 멈췄다. 어쩜, 둘이 똑같은 짓을 하네. 나카하라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 둘씩 동의를 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동의의 말에 다자이는 오사무를, 오사무는 다자이를 쳐다보고는 괜히 서로 애석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바다쪽으로 향했다. 이미 그들의 행동에 이력이 난 이들이 잡으러 가지 않았다면, 둘은 나란히 바다로 떨어졌을 것이다. 급하게 달려가서 둘을 잡은 쿠니키다와 돗포는 그들을 데려다 창고 안에 앉혔다.


뛰어들 생각이었냐는 그들의 질문에 앉아있던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잔소리가 속사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둘 다 그 상황은 익숙한 듯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인내심의 한계를 보인 건 돗포 쪽이었다. 돗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발을 탁탁 구르다가 나카하라를 쳐다보고는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이곤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

"응? 왜 그러는가?"

"속박. 부동. 침묵."

"…?!"


나카하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자이는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을 느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자이는 오사무를 쳐다보았다. 오사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씨익 웃었다. 아니, 왜 그녀는 움직일 수 있고 나는 안 되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사무는 다자이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고는 일어나며 나카하라의 능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우리 츄야는 언령술사거든."

'언령…?'

"말로 명령하는 거지. 말 그대로."

"…그렇군."


조금 뒤에 자신의 이능력을 이용해 주술을 풀어낸 다자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해진 몸을 풀며 기지개를 켰다. 나카하라는 자신의 주술이 가볍게 풀려버린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내렸다. 다자이는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 이러는 이유가 뭔가?"

"…무슨 짓을 했지?"

"음? 딱히 한 건 없는데."

"내 주술이 고작 몇 분 만에 풀릴 리가 없단 말이다."

"아, 그거 말이지? 나는 내 몸에 직접 닿는 이능력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혹시나 했는데, 자네의 능력도 이능력의 범주에는 들어가는 모양이야."

"……."

"그, 이제 놔주지 않겠나? 아무래도 허리도 조금 아프고, 기분이 묘한데."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다자이를 보던 나카하라는 그대로 그를 뒤로 밀어내며 손을 놓았다. 그 덕분에 나뒹굴어버린 다자이를 보던 그녀는 돗포와 란포씨가 타고 온 차에 가서 틀어박혔다. 오사무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다 다자이에게 걸어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자이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나 가만히 옷을 털었다. 란포씨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다 돗포에게 다음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볼 뿐이었다. 돗포는 자신의 패드를 내려다보곤 중화가와 역이 남았다고 말했다. 란포씨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패드를 내려다보다 중화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은 여기로 가자!"

"네? 저 사람들은 어쩌고요?"

"자기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어?"

"…란포씨."

"왜? 우린 얘넬 데리러 온 거잖아. 츄야는 알아서 차에 들어갔고."

"일단, 차에 더 탈 수도 없으니 차 한대는 더 있어야 하는데요."


돗포의 말에 란포씨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넷이 타니 공간이 딱 맞아 그 틈새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유난히 마른 아쿠쨩 정도였다. 란포씨는 팔짱을 끼고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츄야에게 향했다. 츄야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본능적인 느낌으로 슬쩍 시선을 피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란포씨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저기, 츄야씨? 차 있어?"

"…있긴 한데…."

"그럼, 우리쪽에서 신세 좀 져도 될까?"

"…네?"

"차만 빌려도 되는데."

"…그건 곤란한데요."

"그럼 운전도 좀 해줘."


아뿔싸. 넘어가버렸다. 츄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쿠타가와는 그 상황을 보다가 내내 저들의 뒤에 숨어서 쭈뼛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던 소녀를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이상 볼일이 없다면 가보겠다며, 그는 유유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절호의 기회까지 놓친 츄야는 모자를 푹 누르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에 운전기사 신세가 되었지만, 애마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란포씨는 츄야의 동의에 상쾌한 표정으로 손뼉을 가볍게 치고는 말했다.


"그럼, 중화가로 가보실까!"

'문호스트레이독스 > 百花燎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요란(百花燎亂) 2  (0) 2016.07.31
백화요란(百花燎亂) 1  (0) 2016.07.29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6. 7. 31. 02:25

[문호스트레이독스]


백화요란(百花燎亂)


퇴마사AU + 올캐러TS

&

오리지널


2


=========================


"그러게요…. 어디서 사고나 치지 말아야 할텐데."


란포씨의 질문에 돗포는 한숨을 내쉬며 답하고는 인상을 쓴 채 머리를 짚으며 필첩을 다시 품에 넣고는 패드를 펼쳤다. 그녀가 몇 번 패드의 화면을 조작하자, 곧 화면에는 자색의 소용돌이가 몇 군데 보였다. 어느새 스캔된 요코하마의 지도 위에 그 소용돌이를 겹친 돗포는 머리를 긁적이며 란포씨를 보았다. 부둣가의 창고, 중화가, 그리고 요코하마 역을 보던 그녀는 턱을 문지르며 화면을 바라보다가 부둣가의 창고를 짚었다.


"여기부터 가볼까?"

"…창고입니까?"

"음, 어쩐지 위험-한 냄새가 나거든."

"그럼 그쪽으로 가죠."


돗포는 란포씨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탐정사무소의 사람들에게 이만 실례한다고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잠시 머뭇거리던 쿠니키다는 곧 그녀들을 따라나가 길을 안내하겠다고 했고, 란포는 순전히 본인의 흥미로 그녀들을 따라 나섰다. 돗포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쿠니키다의 차에 올랐고, 네 사람을 태운 차는 조금 빠른 속도로 부둣가의 창고로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부둣가의 창고에서는 악연이 있는 세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2대 1인 상황이었지만. 다자이는 연이어 퍼부어오는 아쿠타가와의 이능력을 없애고 있었고, 근소한 차이로 공격이 들어오는 츄야를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한참 벌어지는 육탄전 사이에 마른 벼락이 내리꽂는 배경은 제법 스산했다. 그리고 그 상황은 그들이 서있는 땅에서 족히 3미터는 되어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물체에 당황한 셋은 각자 그 그림자에게서 거리를 떨어트렸다.


"이건 뭐지? 이런 이능력도 있었어?"

"…내가 한 게 아냐."

"…라쇼몽에도 이런 재주는 없습니다만…."

"그럼, 무슨 일이 생긴거지?"


다자이가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를 쳐다보는 순간, 하늘에서 몇 장의 노란 종이가 팔랑이며 떨어져 그림자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요란한 폭음이 들렸다. 펑, 펑.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늘을 쳐다본 셋은 곧 사람들이 공중에서 내려오는, 아니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다만 폭발의 여파로 그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매캐한 연기에 가려졌다. 그 사이에 아쿠타가와의 비명이 들린 것 같지만 정확한 상황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곧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걷힌 다음에야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그건 소생이 할 말이다. 내 위에서 비켜라, 여자."


너무도 갑작스러워 방어막도 펼치지 못했던 아쿠타가와는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밑에 깔려있었다. 그녀는 아쿠타가와의 말에 일어나지는 않은 채 다리를 태연하게 꼬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 앞에는 반쯤 타서 사라지고 있는 그림자가 보였고, 그 너머에는 익숙한 주황색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제야 아쿠타가와의 위에서 일어난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 주황색 머리카락의 주인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주무르는 게 아닌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행동에 할 말을 잃은 츄야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조금 뒤에, 그녀가 비웃으며 말을 꺼낼 때까지는 말이다.


"츄야, 그 새 가슴이 더 작아진 것 같은데?"

"…뭐? 아니, 어떻게 내 이름을…."

"하아? 무슨 소릴 하는거야. 하루이틀 보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고개는 갑자기 뒤로 꺾였다. 그와 동시에 두어 걸음 물러서며 넘어지려고 하는 여성의 머리통을 붙잡은 건 츄야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높이 묶어올린 여성이었다. 그녀는 바둥거리는 여성의 머리를 좀 더 강하게 누르며 이를 꾹 문 채 말했다.


"너, 지금 하는 짓이 성희롱인 건 알고 있냐?"

"아, 아야야…. 이건 놓고 말해줘, 츄야."

"당장 사과해."

"으, 그, 왜 이렇게 화가 난 건데?"

"…네 손이 내 몸에 닿는 것 같아서 기분나빠졌어."

"엑, 겨우 그것 때문ㅇ…아악!"

"…이대로 네 머리를 부술 수도 있는데, 다자이."

"…ㅁ, 미안합니다. 사과할게요."

"좋아, 제대로 사과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놓아준 그녀를 흘끗 보던 여성, 그래, 다자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츄야에게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했다.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했던 츄야는 문득 조금 전의 그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 갈색 머리의 여성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 이름은 사실 내 이름이 아니라 저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저 여성은 이 갈색 머리의 여성을 다자이라고 불렀다.


"…저, 실례지만 이름이…."

"아, 저는 다자이 오사무라고 합니다."

"…네?"

"…뭐라고?"


주변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의문에 오사무-편의상 이름으로 구분하도록 하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 번 자기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 그 이름에 벙찐 건 츄야 혼자가 아니었다. 조금 뒤에야 상황 판단이 된 다자이의 폭소가 터지기 전까지, 세 사람은 그녀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자이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본 오사무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훑어보다 말했다.


"뭐야, 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는?"


오사무의 말에 웃음이 터진 건 츄야 쪽이었다. 다자이는 제법 충격이었는지 손으로 가만히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발언을 한 오사무를 보던 다자이는 고개를 가볍게 털어 충격을 덜어내곤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똑바로 자기의 이름을 말했다. 엄청난 우연이지만 내 이름도 다자이 오사무라네. 그러자 오사무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며 그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고는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눈꺼풀을 확대시켜보고, 볼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녀는 그제서야 납득했다는 듯 손을 놓고는 중얼거렸다.


"남자면 이런 얼굴이 되는구나. 역시 내 외모는 어디 안 빠지네."

'문호스트레이독스 > 百花燎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요란(百花燎亂) 3  (0) 2016.08.01
백화요란(百花燎亂) 1  (0) 2016.07.29
Posted by 스위스무민
2016. 7. 29. 01:29

백화요란(百花燎亂)

문호스트레이독스

올캐러 TS & 오리지널 캐릭터

퇴마사 AU & 탐정사


1

=========================


하늘이 범상치 않은 날이었다. 바다 위에는 황금빛 노을이 만연했지만, 거리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경계를 나누기라도 한 것처럼 요코하마의 하늘은 마른 번개가 치고 있었다. 탐정사무소는 그 날 따라 정신없이 바빴다. 조금 중요한 임무가 들어왔다나, 뭐라나. 요령 좋게 농땡이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노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게 바쁜 와중이었다. 사무실의 불이 갑자기 전부 나가버려 사무실은 비명으로 가득찼다.


"악!! 안돼!! 자료가아아!!"

"침착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꺄아악!!!"

"무슨 일이야?!"

"뭐, 뭔가 물컹한 게 지금 발에!!!"


여직원의 비명에 급히 손전등을 찾은 쿠니키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비췄다. 아까까지는 멀쩡했던 바닥이 솟아있었다.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바닥은 확실하게 여직원의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조금 전까지는 아주 단단했던 바닥이었다. 일단 급한대로 칼을 들고 바닥을 향해 휘둘렀지만 사라진 쪽은 칼이었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은 구해야 했고, 도구는 통하지 않았다. 쿠니키다는 일단 물컹거리는 바닥을 발로 차보았지만, 바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여직원의 발이 붙잡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닥은 단단하기만 했다. 그리고 쿠니키다가 걷어차고 나서 조금 뒤에 여직원의 몸이 조금 더 바닥으로 빨려들어갔다.


"꺄악!!!"

"이게 무슨…!"

"아아, 저질렀네, 저질렀어."

"…!?"


당황한 그들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는 그럴 때가 아니라는 둥, 당신은 왜 보고만 있어서 사태를 악화시키냐는 둥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있는 거지? 쿠니키다는 뒤를 돌아보며 손전등을 그곳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약 두어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조금 뒤에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나더니 사무실 안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와 동시에 여직원의 발을 잡고 있던 바닥이 꿈틀거리더니 괴로운 비명소리가 나며 시커먼 그림자가 떨어져 나왔다.


"자, 이제 네 차례야."

"…가끔은 직접 하시지 그래요?"

"싫-어. 난 저것들 질색인걸?"

"누군 좋아서 합니까?"

"자, 자, 빨리 안하면 도망간다고?"

"…정말이지."


미간을 찌푸리며 안경을 가볍게 치켜올린 여성은 품에서 필첩을 꺼내어 세필로 한자를 휘갈겨 쓴 다음에 그 종이를 뜯어 그림자의 위에 던졌다. 꽤 기세 좋게 날아간 종이가 그림자의 위에 붙자 그림자는 순식간에 종이 안으로 빨려들어가 종이를 검게 물들였다. 그녀가 새까맣게 변해서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가만히 불에 태우자, 사무실에 불이 다시 들어왔다. 그제야 그녀들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쿠니키다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과 똑같은 머리카락 색에, 같은 종류의 안경, 그리고 같은 눈동자 색. 살짝 찌푸린 미간에 손에 들고 있는 수첩. 그녀는 성별이 다르다는 것 빼고는 자신과 매우 많이 닮아있었다. 헤어졌던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저,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당황해서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쿠니키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쿠니키다를 빤히 보았다. 아마 같은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시선은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자신을 훑고 있었다. 아, 그렇지. 아주 많이 닮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데 자연스럽게 란포가 앉아있는 책상에 걸터 앉아있던 여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우리는 퇴마사야."

"란포씨!"

"뭐 어때? 숨길 일도 아니잖아? 얘들을 구해준 건 우리고."

"하지만, 그렇게 드러낼 만한 것도 아니잖아요!"

"비밀결사도 아니고, 괜찮아, 괜찮아."


여성이 부른 호칭, '란포씨'. 그 말에 사무실 내의 시선이 책상에 걸터앉은 여성에게 쏠렸다. 짙은 검은색의 제법 긴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그녀는 손을 휘적이며 눈 앞에 있는 여성에게 말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의자에 앉아있는 란포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슬며시 눈을 뜨고 그와 한참을 마주보았다. 진한 녹색의 눈동자에, 어딘가 여우를 연상시키는 생김새까지 둘은 제법 닮아있었다. 시선을 한참 마주하던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빙긋 웃었다.


"이야, 정말 드문 일인데, 돗포쨩?"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우리 아무래도 다른 세계로 온 모양인가봐."

"…뭐라고요!?"


아니, 그걸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셔도 됩니까? 란포씨가 돗포쨩이라고 부른 그녀는 그대로 똑바로 란포씨에게 걸어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짤짤 흔들었다. 쿠니키다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 자기도 모르게 반응할 뻔 했다. 돗포, 쨩. 란포씨가 자연스럽게 불렀던 그녀의 이름이 자신과 같다는 것도 그는 한참 뒤에야 떠올렸다. 이름이, 같다고? 설마. 그렇게 생각하며 쿠니키다의 시선은 의자에 앉아있던 란포에게 향했다. 란포는 오랜만에 일어난 괴사건이 기분이 좋은 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녀들은 우리랑 같은 이름에,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 그러니까, 한 마디로."

"…다른 차원의…우리…라는 겁니까?"

"응, 그거야. 쿠니키다군도 이제 조금 머리를 쓸 줄 알게 됐네."

"…머리가 도저히 따라가질 못하겠네요."

"뭐, 처음엔 다들 혼란스러운 법이지. 나도 조금 놀랐으니까."

"조금…."


이게 조금 놀랄 정도로 끝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린 쿠니키다는 돗포쨩, 그러니까 다른 차원에 사는, 성별이 다른 자기자신에게 혼나 풀이 죽어있는 란포씨를 보았다. 그러던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들고는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쉬던 돗포의 허리를 꾹꾹 찔렀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돗포를 올려다보며, 그녀는 볼을 긁적이고 말했다.


"우리만 여기 떨어졌다는 건, 다른 애들은?"

'문호스트레이독스 > 百花燎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요란(百花燎亂) 3  (0) 2016.08.01
백화요란(百花燎亂) 2  (0) 2016.07.31
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