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백화요란(百花燎亂)
퇴마사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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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캐러 TS&오리지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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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무의 말에 다자이는 기분이 좋은 지 싱긋 웃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츄야, 아니 나카하라-편의상 성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렇게나 쌓아둔 짐 사이로 걸어가 처박혀있는 소녀를 덥썩 들어서 짐 사이에서 꺼냈다. 먼지투성이의 짐 사이에 박혀있다 나온 그녀는 콜록거리며 나카하라에게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했다. 나카하라는 어깨를 으쓱이곤 그녀를 세워 옷을 털어주며 말했다.
"기세 좋게 해치운 건 좋은데, 아직 착지가 잘 안되네."
"우우…중심이 자꾸 밀려요."
"응? 뭐야, 아쿠쨩 거기 있었어?"
"…아까부터요."
"에, 그럼 이쪽은…."
"…?"
오사무의 시선이 아쿠타가와에게 향했다. 그리고 다시 나카하라의 옆에 서 있는 소녀에게 향했다. 아차, 싶었다. 아쿠타가와는 이미 상황을 짐작했는 지 말없이 입가를 가리며 콜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사무는 미안한 듯 활짝 웃으며 그쪽을 아쿠쨩과 착각해버렸어, 라고 말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등에 매섭게 날아드는 나카하라의 스매시를 그대로 맞고 쪼그려앉은 오사무를 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미안하다, 우리쪽 다자이 취미가 신입 괴롭히기라. 아무래도 우리 신입하고 헷갈린 모양이야."
"……."
"…뭐, 저 녀석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하하하하."
"칭찬 아니거든?"
"아무튼, 그…기분은 굉장히 묘하다만. 신세가 많았다."
"음, 어디로 갈 건가?"
"글쎄, 일단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 만한 곳에 가야겠지."
저것에 말려든 게 우리 뿐이진 않을 것 같거든. 그렇게 말하며 나카하라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채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다자이는 사람을 찾기에 적합한 곳을 알고 있다며 자기와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다. 그 말에 나카하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다자이를 가만히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자이는 손을 내저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다자이라는 이름을 걸면 못 믿는 병이 있어서."
"아니, 그렇게 신뢰도가 낮은가…? 이래봬도 나는 회사와 민초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사람인데."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아웃이야."
"…어째서!"
제법 냉정한 나카하라의 말에 다자이는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리다 몸을 돌려 츄야에게 향했다. 츄야는 갑자기 다가온 다자이를 미간을 찌푸리며 보다가 그가 갑자기 어깨를 잡자 조금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다자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여성인 자네는 언제부터 이렇게 냉정해졌냐며 츄야를 흔들기 시작했다. 팔짱을 낀 채 묵묵부답을 하며 흔들리던 츄야는 곧 다자이의 배에 주먹을 내질렀다. 내가 그걸 알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한 츄야는 흔들리느라 흩어진 옷자락을 정리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부둣가에 차가 한 대 들어섰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선 차에서는 익숙한 얼굴들이 내렸다.
"이야, 역시 여기가 제일 위험한 것 같다 했더니."
"오, 란포씨, 돗포쨩!"
"어딜 갔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심지어 포트마피아도 함께라니."
"다자이씨, 설마 실례를 저지른 건 아니죠?"
"이미 저질렀어. 그리고 내가 팼지."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이지. 그렇게 아무한테나 집적대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돗포쨩. 나 지금 엄청 상처받았으니까."
혼자 있게 놔둬줘.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에 혼란스러웠던 대화가 멈췄다. 어쩜, 둘이 똑같은 짓을 하네. 나카하라의 말에 사람들은 하나 둘씩 동의를 했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동의의 말에 다자이는 오사무를, 오사무는 다자이를 쳐다보고는 괜히 서로 애석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바다쪽으로 향했다. 이미 그들의 행동에 이력이 난 이들이 잡으러 가지 않았다면, 둘은 나란히 바다로 떨어졌을 것이다. 급하게 달려가서 둘을 잡은 쿠니키다와 돗포는 그들을 데려다 창고 안에 앉혔다.
뛰어들 생각이었냐는 그들의 질문에 앉아있던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잔소리가 속사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둘 다 그 상황은 익숙한 듯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인내심의 한계를 보인 건 돗포 쪽이었다. 돗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발을 탁탁 구르다가 나카하라를 쳐다보고는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이곤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
"응? 왜 그러는가?"
"속박. 부동. 침묵."
"…?!"
나카하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자이는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을 느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자이는 오사무를 쳐다보았다. 오사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씨익 웃었다. 아니, 왜 그녀는 움직일 수 있고 나는 안 되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사무는 다자이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고는 일어나며 나카하라의 능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우리 츄야는 언령술사거든."
'언령…?'
"말로 명령하는 거지. 말 그대로."
"…그렇군."
조금 뒤에 자신의 이능력을 이용해 주술을 풀어낸 다자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해진 몸을 풀며 기지개를 켰다. 나카하라는 자신의 주술이 가볍게 풀려버린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내렸다. 다자이는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 이러는 이유가 뭔가?"
"…무슨 짓을 했지?"
"음? 딱히 한 건 없는데."
"내 주술이 고작 몇 분 만에 풀릴 리가 없단 말이다."
"아, 그거 말이지? 나는 내 몸에 직접 닿는 이능력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혹시나 했는데, 자네의 능력도 이능력의 범주에는 들어가는 모양이야."
"……."
"그, 이제 놔주지 않겠나? 아무래도 허리도 조금 아프고, 기분이 묘한데."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다자이를 보던 나카하라는 그대로 그를 뒤로 밀어내며 손을 놓았다. 그 덕분에 나뒹굴어버린 다자이를 보던 그녀는 돗포와 란포씨가 타고 온 차에 가서 틀어박혔다. 오사무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다 다자이에게 걸어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자이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나 가만히 옷을 털었다. 란포씨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다 돗포에게 다음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볼 뿐이었다. 돗포는 자신의 패드를 내려다보곤 중화가와 역이 남았다고 말했다. 란포씨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패드를 내려다보다 중화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은 여기로 가자!"
"네? 저 사람들은 어쩌고요?"
"자기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어?"
"…란포씨."
"왜? 우린 얘넬 데리러 온 거잖아. 츄야는 알아서 차에 들어갔고."
"일단, 차에 더 탈 수도 없으니 차 한대는 더 있어야 하는데요."
돗포의 말에 란포씨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넷이 타니 공간이 딱 맞아 그 틈새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유난히 마른 아쿠쨩 정도였다. 란포씨는 팔짱을 끼고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츄야에게 향했다. 츄야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본능적인 느낌으로 슬쩍 시선을 피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란포씨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저기, 츄야씨? 차 있어?"
"…있긴 한데…."
"그럼, 우리쪽에서 신세 좀 져도 될까?"
"…네?"
"차만 빌려도 되는데."
"…그건 곤란한데요."
"그럼 운전도 좀 해줘."
아뿔싸. 넘어가버렸다. 츄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쿠타가와는 그 상황을 보다가 내내 저들의 뒤에 숨어서 쭈뼛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던 소녀를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이상 볼일이 없다면 가보겠다며, 그는 유유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절호의 기회까지 놓친 츄야는 모자를 푹 누르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에 운전기사 신세가 되었지만, 애마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란포씨는 츄야의 동의에 상쾌한 표정으로 손뼉을 가볍게 치고는 말했다.
"그럼, 중화가로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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