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Elite File #02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컨트롤 룸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오이카와가 묻자 다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불의의 사고였다. 아니, 사실은 악질적인 노림수였다. 그 대상은 스가가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리에나이저의 공격은 스가를 덮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타나카가 분한 듯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원래 사고라는 것은 그렇게 순식간에 다가와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 거지. 오이카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의 침묵 뒤에 이어진 키요코의 설명을 들었다. 작은 별이라고 해도 베이스가 작은 편은 아니어서 시설을 둘러보는 데에는 시간이 생각보다 제법 걸렸다. 다시 지령실로 돌아갔을 때에는 두어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곳에 스가는 없었다.
"스가씨가 없는데요?"
"몸이라도 움직이러 갔겠죠. 타나카, 불러와줘."
"옛써!"
한껏 기합이 들어간 대답을 한 타나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스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마도 제 방에 돌아가 있던 모양이었다. 키요코는 그런 스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패트롤 담당 구역을 말해주었다. 오이카와랑 스가는 A지구, 타나카랑 아사히가 B지구, 키요코와 야치는 C지구였다. 다소 내키지는 않는 조합이었지만 개인의 고집으로 튕겨낼 만큼 이기적이지는 못했던 그들은 떨떠름하게 차에 올랐다. 데카베이스를 나가 서로가 가볍게 무운을 빌며 헤어진 이후로 둘은 계속 말이 없었다.
"저기, 일단 저는 지구에 초행인데요."
"……."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그 정도는 보면 알지 않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A지구는 문화, 상업지구라 각종 여가시설 및 오락시설 등이 있는 곳이란다. 고개를 들어서 슬쩍 주변을 보니 과연 그렇구나 싶었다. 제법 화려한 상점들과 그 사이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학교가 끝날 시간인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A지구는 이런 분위기군요. 그럼 B지구는요?"
"그쪽은 주거지역이에요. C지구가 실상 이 도시의 핵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죠."
"헤에, 그렇구나."
"꽤 태평하시네요."
"제가요?"
날이 선 스가의 한 마디에 오이카와는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그를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보여요? 그렇게 되묻는 오이카와를 보면서 스가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요. 그 말에 오이카와는 처음에 자신이 왔을 때 지구서의 사람들이 보인 반응의 이유를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자존심이 센 사람들을 좌천시켰던거람.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던 오이카와는 핸들에 가만히 턱을 대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게 태평하진 않지만,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낙천적이네요."
"아니, 제 실력이라면 못 돌아갈 리가 없으니까요."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합니까, 보통?"
"난 그래요. 그럴 만 하거든요."
"……."
당당한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스가의 질린 얼굴에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스가가 옆에서 화를 내든 말든 저 혼자 끅끅대던 오이카와는 겨우 숨을 진정시키고 미안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내내 무표정이던 사람의 얼빠진 얼굴이 왜 그리 웃겼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가는 이미 그에게는 신경쓰지 않은 채 시선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빼고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이가로이드를 대동한 아리에나이저가 있었다. 스가는 가만히 그 곳을 바라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Another Universe > Emergency Eli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le #01. (0) | 2015.10.18 |
---|---|
File #00. (0) | 201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