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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10.18 File #00.
2015. 11. 14. 02:37

Emergency Elite Fil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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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컨트롤 룸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오이카와가 묻자 다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불의의 사고였다. 아니, 사실은 악질적인 노림수였다. 그 대상은 스가가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리에나이저의 공격은 스가를 덮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타나카가 분한 듯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원래 사고라는 것은 그렇게 순식간에 다가와서 모든 것을 앗아가는 거지. 오이카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의 침묵 뒤에 이어진 키요코의 설명을 들었다. 작은 별이라고 해도 베이스가 작은 편은 아니어서 시설을 둘러보는 데에는 시간이 생각보다 제법 걸렸다. 다시 지령실로 돌아갔을 때에는 두어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곳에 스가는 없었다.


"스가씨가 없는데요?"

"몸이라도 움직이러 갔겠죠. 타나카, 불러와줘."

"옛써!"


한껏 기합이 들어간 대답을 한 타나카는 오래 지나지 않아 스가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마도 제 방에 돌아가 있던 모양이었다. 키요코는 그런 스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패트롤 담당 구역을 말해주었다. 오이카와랑 스가는 A지구, 타나카랑 아사히가 B지구, 키요코와 야치는 C지구였다. 다소 내키지는 않는 조합이었지만 개인의 고집으로 튕겨낼 만큼 이기적이지는 못했던 그들은 떨떠름하게 차에 올랐다. 데카베이스를 나가 서로가 가볍게 무운을 빌며 헤어진 이후로 둘은 계속 말이 없었다.


"저기, 일단 저는 지구에 초행인데요."

"……."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그 정도는 보면 알지 않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A지구는 문화, 상업지구라 각종 여가시설 및 오락시설 등이 있는 곳이란다. 고개를 들어서 슬쩍 주변을 보니 과연 그렇구나 싶었다. 제법 화려한 상점들과 그 사이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학교가 끝날 시간인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A지구는 이런 분위기군요. 그럼 B지구는요?"

"그쪽은 주거지역이에요. C지구가 실상 이 도시의 핵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죠."

"헤에, 그렇구나."

"꽤 태평하시네요."

"제가요?"


날이 선 스가의 한 마디에 오이카와는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그를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보여요? 그렇게 되묻는 오이카와를 보면서 스가는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했던 것 보다요. 그 말에 오이카와는 처음에 자신이 왔을 때 지구서의 사람들이 보인 반응의 이유를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자존심이 센 사람들을 좌천시켰던거람.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던 오이카와는 핸들에 가만히 턱을 대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게 태평하진 않지만,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낙천적이네요."

"아니, 제 실력이라면 못 돌아갈 리가 없으니까요."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합니까, 보통?"

"난 그래요. 그럴 만 하거든요."

"……."


당당한 오이카와의 말에 스가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스가의 질린 얼굴에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스가가 옆에서 화를 내든 말든 저 혼자 끅끅대던 오이카와는 겨우 숨을 진정시키고 미안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내내 무표정이던 사람의 얼빠진 얼굴이 왜 그리 웃겼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가는 이미 그에게는 신경쓰지 않은 채 시선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빼고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이가로이드를 대동한 아리에나이저가 있었다. 스가는 가만히 그 곳을 바라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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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8. 02:22

Emergency Elite Fil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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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몇 번을 겪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침대보다는 맨 바닥이 편할 정도로 잠복수사를 한 탓이 더 클지도 모른다고, 멍하니 샤워기를 틀어놓고 물을 맞으며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한참을 물을 맞던 그는 라이센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오이카와 수사관, 오이카와 수사관. 두어 번 제 이름을 부른 목소리는 곧 '아직 주무시나?'하고 의문을 품은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급히 물기를 털어낸 그가 바로 부름에 답하자, 오히려 상대방이 더 놀란 눈치였다.

 

[그, 아, 저! 오, 오늘은, 베이스하고!  패트롤을!]

"아, 알겠습니다."

[네! 그, 그럼, 이따 봬요! 안녕히계세요!]

 

뚝, 소리가 끊기고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안녕히 계세요라니, 무전은 전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데.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같다고 해야 할지. 아마도 어제 소개받았던 데카 중 가장 작은 그 아이겠지. 방에 놓인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만진 오이카와는 제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컨트롤 룸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부터 컨트롤 룸은 꽤 시끌시끌했다. 문 밖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어깨를 으쓱인 오이카와는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니까, 더 쉬셔야 한다니까요?"

"괜찮아."

"아, 저, 오, 오이카와씨! 좋은 아침입니다!"

"나 참, 하여튼 스가씨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오, 좋은 아침입니다."

"...무슨 일 있나요?"

 

오이카와는 뒤늦게 제게 인사한 타나카를 보며 물었다. 타나카는 마침 잘 됐다는 표정으로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이 대목에서 스가와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직 재활훈련 중인데도 굳이 패트롤을 가겠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그 말에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스가와라는 잠깐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이카와는 의자를 꺼내서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스가씨."

"...네."

"뭐, 듣자하니 아직 훈련중이시라던데."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걸을 수야 있겠지. 그럼 그 다음은요? 오이카와가 묻자 스가와라가 가만히 그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진 않을텐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싶어 작게 한숨을 쉬고 구태여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다가 당신이 순찰 중에 아리에나이저라도 만나면요? 피해 안 줄 자신은 있어요? 전투를 하든 뭘 하든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다리로 뭘 하겠다고. 일부러 아플 단어들만 골라서 말하자 스가와라가 발끈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아, 그러세요?"

 

퍽이나. 오이카와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심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턱을 괴고 피식, 짧게 비웃음이 나가자 스가와라는 주먹을 꾹 쥐었다. 분위기가 예상보다 험악해지자 타나카가 중재하려고 했으나, 그 공기를 바꾼 것은 시미즈였다. 툭, 스가와라의 뒷통수를 가볍게 친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가. 너무 흥분했어."

"...미안."

"주먹에 힘 좀 빼. 그러다 정말 치겠다."

"...응."

"죄송해요. 한참 예민할 때라."

 

스가와라는 그녀의 말에 자기는 사춘기 어린애가 아니라며 작게 투덜거렸지만, 시미즈는 그에 신경쓰지 않고 오이카와에게 고개를 숙였다.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해야할까, 타이밍이 좋았다. 사실 스가와라의 고집으로 오이카와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부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계속 발을 구르며 상황을 지켜보던 야치와 아즈마네도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슬아슬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야치가 말했겠지만, 오늘은 베이스 안내를 해드리고 패트롤을 나갈 거예요."

"아, 네. 들었습니다."

"지도가 있긴 하지만 패트롤은 기본이 둘 이상이 가야하니까..."

"음, 그렇죠."

"스가랑 동행하세요."

"네?"

"뭐?!"

 

시미즈의 결론에 오이카와와 스가는 동시에 서로 다른 단어를 외쳤다. 조금 전까지 주먹다짐을 할 기세였던 건 못 본 건가, 이 여자? 그렇게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당황한 표정으로 시미즈를 쳐다보았다. 시미즈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스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오이카와라고 말하며 그를 빤히 보았다. 담담하게 뱉은 시미즈의 말에 오이카와는 가볍게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흉은 겉멋으로 단 게 아니지. 물론 스가와라는 아직 납득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라고는 패트롤을 나가지 않는 것 뿐이었으므로 결국 그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시미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럼, 베이스 안내하는 동안 스가는 쉬고 있어."

"...알았어."

"가시죠."

"...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람은 서장인 사와무라 다이치가 아니라 데카 옐로인 시미즈 키요코일지도 모른다. 잔뜩 날이 서 있던 스가조차도 그녀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그 생각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시미즈를 필두로 오이카와와 나머지 데카들은 컨트롤 룸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스가와라는 가만히 테이블에 이마를 쿵 소리나게 박고는 주먹을 꾹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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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8. 00:40

Emergency Elite, Flie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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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미간을 찌푸린 채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본 사내는 억울한 마음에 대들었다. 왜 저죠? 전 지금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는데! 그렇게 말하자 등을 돌리고 있던 사람이 의자를 반바퀴 빙글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의자에 앉은 채 어깨를 으쓱한 사람은 사내와 시선을 마주친 채 말했다.

 

"그래서야."
"뭐라고요?"
"넌 지나치게 완벽하다고."
"…그게 문젭니까?"
"상부에서 별로 좋게 안 보고 있어. 완전히 잘리기 전에 좀 쉬다 와."
"…쉬라뇨. 저는 특흉이라고요!"
"지구에도 아리에나이저는 많아. 게다가 새로운 무기상인이 그 곳을 거점삼아 움직일 것 같다고 해. 아직까지는 그쪽의 스페셜 폴리스가 버티고 있지만, 가서 도와주는 것도 괜찮지 않아?"
"……."
"이 참에 좀 쉬다 와, 오이카와."
"…불복하면…."
"자격 박탈이지. 뭘 뻔한 걸 물어?"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이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상관의 말에 오이카와는 입을 꾹 다물고 통지서를 손에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상관이 '쉬다 오라'고 한 말의 의미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은하계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의 제3행성 지구. 거기에 간다는 것은 한 마디로 좌천이었다. 말이 좋아 '배속'이지, 요청이 들어온 김에 눈엣가시 같은 저를 내친 것이다. 마음같아선 당장 상부를 찾아가 뒤엎고 싶었지만, 특흉(특별지정흉악범죄대책수사관)이 되기 위해 노력한 날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아직 지구에 이름난 범죄자가 간 흔적은 없으니 가서 그쪽의 스페셜 폴리스를 적당히 도와주면서 새 발령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전혀 내키지는 않는 일이지만.

 

"지구라…."

 

꽤 먼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 별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소문은 몇 번인가 들었다. 은퇴가 가까운 스페셜 폴리스들이나 딱히 권력에 관심 없는 자들이 가는 작은 별이라고 했다. 적어도 이번의 배속이 자신의 앞날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단말기로 한참을 지구의 정보를 찾아보던 오이카와는 뜬 눈으로 밤을 지내고 자신의 우주선에 올랐다.

 

-

 

[그런 이유로, 특흉에서 한 사람이 갈 겁니다.]
"…특흉입니까."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사와무라 서장.]
"네."

 

지잉, 통신이 끊기며 어두워진 화면을 본 사와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이 모자라 증원요청을 했지만 새로 온다는 사람이 하필이면 특흉이라니. 특흉, 그러니까 특별지정 흉악범죄대책 수사관은 엘리트로 태어나 엘리트로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남들의 배는 자존심이 셌다. 은하계의 중심에 있다가 변방의 작은 별에 온다는 것을 그들은 매우 싫어했다. 지금 온다는 오이카와 수사관 외에도 몇 명의 특흉이 지구서에 오긴 했지만, 그들의 강한 자존심과 성격 때문에 지구서의 사람들과는 마찰이 잦았다. 그 때마다 그걸 중재했던 건 서장의 몫이었다. 또 한바탕 파란이 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사와무라는 서내의 사람들을 모았다.

 

사와무라의 호출에 모인 사람들은 멀뚱히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와무라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곧 특흉에서 사람이 올 거라고 전했다. 특흉, 그 한마디에 지구서가 술렁거렸다. 또 오는거야? 와, 진짜 싫다. 이번에도 자존심 덩어리겠지. 그렇게 서로 웅성거리는 데, 착륙요청이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마다 한 마디씩 뱉으며 그들은 비행장으로 향했다. 비행장에는 하얀 우주선이 한 대 내려오고 있었다. 곧 우주선의 문이 열리고, 하얀 제복에 금뱃지를 달고 있는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내렸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그 표정을 보자마자 자신의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 사와무라였지만, 그는 일단 사람 좋게 인사를 건넸다.

 

"지구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이카와 수사관."
"환영 감사합니다. 사와무라 서장님. 오늘부로 지구서에 배속된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반갑습니다. 일단 안으로 가시죠."
"그러죠."

 

예상 외로 싹싹한 오이카와의 태도에 지구서 사람들은 제법 놀랐는지 멀뚱히 쳐다보다 각자 자기가 일하던 장소로 돌아갔다. 지령실로 가는 사와무라와 오이카와의 뒤를 따르는 것은 지구서의 스페셜 폴리스 네 명이었다. 지령실에 도착한 사와무라는 우선 지구서의 스페셜 폴리스를 한 명씩 소개시켜주었다. 까까머리에 다소 사나운 눈매를 한 사람이 데카레드이며 팀의 리더인 타나카 류노스케, 조금 소심해보이는 덩치가 큰 갈색 머리의 수염을 달고 있는 사내가 데카그린인 아즈마네 아사히, 단발머리에 안경을 끼고 있고 입가에 점이 있는 미인이 데카옐로인 시미즈 키요코, 한 쪽 머리를 묶어올린 금발의 작은 소녀가 데카핑크인 야치 히토카. 거기까지 말한 사와무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부러 확인하듯 물었다.

 

"한 사람이 빠졌네요, 서장님."
"그 사람은 현재 회복중입니다."
"회복…?"
"네, 임무 중에 다쳤습니다."
"아아."
"블루의 이름은 스가와라 코우시입니다. 의무실에 가면 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의무실은 어느 쪽이죠?"
"제가 안내해드리죠."

 

사와무라는 지령실을 나서서 의무실로 향했다. 똑똑, 사와무라는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가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안에 있던 사람이 책을 덮는 것이 보였다. 조금 하얀 피부에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왼쪽 눈에 눈물점이 있는 남자였다. 스가와라 코우시랬던가. 그의 이름을 되새기며 오이카와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사와무라는 오이카와를 침대맡에 데려가 그에게 인사시켰다.

 

"이번에 새로 온 오이카와 토오루 수사관이야."
"…특흉이네."
"응."
"만나서 반가워요. 스가와라 코우시에요."

 

스가와라는 별 감흥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오이카와를 빤히 보았다. 오이카와는 그 시선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스가와라는 그걸 빤히 보다가 한참만에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 꾸욱. 감정이 실린 듯한 느낌의 악수에 오이카와는 어색하게 웃었고, 그 상황을 눈치챘는지 사와무라가 방을 안내해 주겠다며 그를 데리고 나왔다. 오이카와는 사와무라의 뒤를 따라 걷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쩐지 미움받은 것 같네요.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아…아뇨. 아마 화내고 있는 건 저한테 일 겁니다."
"서장님한테요?"
"새 멤버를 불러버렸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스가와라의 현재 몸 상태로는 바로 현장 복귀는 힘듭니다."
"발목이 나갔죠?"
"…금방 아시네요."
"그냥 인대가 늘어난 게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
"수술은 진행했습니다만, 아직 재활훈련 중이라서요."
"그렇군요."

 

씁쓸하겠네. 버려진 기분도 들 거고. 사와무라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며 오이카와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사와무라는 '오늘은 푹 쉬라'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삼스럽게 특흉에 있을 때 마련한 자신의 집이 넓어보였다. 이렇게 작은 별에, 그렇게 크지 않은 베이스. 게다가 자존심이 센 스페셜 폴리스라. 여러모로 쉬울 것 같진 않았다. 그냥 밀려난 것도 아니고 개고생을 해보라는 거구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오이카와는 피식, 하고 헛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가만히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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