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r, Liar. 외전
소나기
나카하라 츄야 x 에도가와 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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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쏟아지네."
란포는 간이 가판대의 지붕 아래에 쪼그려 앉아 비가 그칠 일이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도 않고, 비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고. 아아, 최악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파오는 고개를 숙이고는 가만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 둘, 빗방울이 튀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계탑의 시곗바늘조차 빗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앉은 채로 살짝 걸음을 뒤로 옮겨 물이 조금 덜 닿는 곳으로 갔다. 그래도 오지 않는다. 빗방울을 세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갈까? 그런 생각에 손을 내밀고 의미 없는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
.
.
구십구,
백.
"미안해요, 많이 늦었지? 급한 일이 생겨서."
"…빨리도 온다."
"아하하, 화났어요? 게다가 비는 왜 이렇게 맞았어. 우산은?"
"비가 올 줄 몰랐어."
네가 늦을 줄도 몰랐고. 그렇게 말하며 란포는 옷에 묻은 물기를 털었다. 상대는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우산 안으로 손을 잡아끌었다. 란포는 못 이기는 척 가만히 끌려 들어갔다. 그제야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그는 가만히 모자며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주고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게 왜 거기 쪼그리고 앉아있어요,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있지. 말하면 그쪽으로 갔을텐데.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한숨이 섞인 잔소리를 듣던 란포는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있지, 츄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 말이 그것 뿐이야?"
"…아아, 보고싶었어요."
"치사해. 알고 있으면 더 빨리 말하라고."
"응, 미안해요."
"정말 미안하긴 한 거야? 습관적으로 뱉는 것 같은데."
"아니, 진짠데. 나 못 믿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쳐다보는 츄야에게 란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태도에 츄야는 피식 웃고는 슬쩍 팔짱을 꼈다. 늘상 있는 일이라 이건가? 조금 패턴을 바꿔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란포는 가만히 츄야를 따라갔다. 그의 차는 제법 훌륭하다. 가끔 차종이 바뀌긴 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이었다. 란포는 오늘도 붉은 그의 차를 가만히 보다가 그가 문을 열자마자 자리에 앉았다. 젖어버린 모자와 외투를 벗고는 차를 둘러보았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총탄이 스친 자국이 있다. 최근의 것은 아니다. 오늘은 안전했나보다. 늘 목숨을 거는 사람의 차 치고는 깨끗해 란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고 그래요?"
"아니, 별로."
"또 그런다. 무슨 생각 했어요?"
"네가 요즘 많이 바쁜 것 같다고 생각했어."
"으응, 그건 어쩔 수 없네요. 회사가 날 너무 좋아해서 놔주질 않으니."
아, 그러시겠죠. 그는 늘 웃으면서 거짓말을 하지만 거짓말에 능숙하진 못하다. 그걸 전부 알면서도 넘어가줄 수밖에 없다. 넘어가지 않으면 이 관계는 언젠가 깨지고 말테니까. 란포는 지금의 달콤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를 감상하다 눈을 감았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땐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뒤였다.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해 준 츄야는 먼저 내리라고 하곤 능숙하게 주차를 했다.
"…엣치."
코가 간지러워 내뱉은 숨은 재채기가 되었다. 차갑게 식어 달라붙은 옷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재채기 소리에 란포를 본 츄야가 다가와서는 늘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준다. 란포가 그를 가만히 쳐다보자, 그는 란포의 볼을 잡고 시선을 마주했다. 파란 눈이 녹색의 눈동자를 온전히 담는다.
"오랜만에 봤는데 감기에 걸리면 곤란해요."
"…아직 걸린 거 아닌데."
"하지만 걸릴 가능성은 있는 것 같은데?"
"…응, 조금."
"열도 조금 있는 것 같고."
그 열은, 너 때문이야. 란포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어느새 제 이마에 자기 이마를 맞대고 있는 츄야를 가만히 보다 눈을 감았다. 참 곤란했다. 방심하면 어느새 들어와버린다. 그와의 사이에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오히려 가까워지고 있었다. 밀어내면 그만큼 들어오고, 어느새 자기를 끌어들여버린다. 위험한 남자다. 그걸 알고 있지만 이 달콤한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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