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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8 Doctor, My doctor 3(중셉)
  2. 2015.03.03 Doctor, My Doctor 2
  3. 2015.03.02 Doctor, My Doctor 1
2015. 4. 8. 07:30
토오루의 성장은 순조로웠다. 그는 어느덧 열 네살의 신체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토오루는 그에 비례해 길어진 머리카락을 임시방편으로 묶고 있었는데, 최근의 스가와라와의 대화는 거의 그 머리를 자르냐 마느냐 하는 실랑이였다. 토오루도 한 고집 하는데다 이젠 제법 힘도 생겨 스가와라의 손아귀 정도는 금방 빠져나가 버렸다. 그럴 때마다 스가와라는 온갖 회유책을 제시해보지만, 토오루는 전혀 듣지 않았다. 오히려 혀를 내밀고 얼굴을 장난스럽게 찡그려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박사님이 날 잡으면 머리 자를게요."
"…진짜지?"
"그럼요. 잡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요 녀석이."

토오루가 저렇게 말하면 스가와라는 그를 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지만 번번이 건드리는 게 겨우였다. 그 날도 결국은 스가와라가 먼저 지쳐 방바닥에 드러누우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자 토오루가 옆으로 쫄래쫄래 다가와 쪼그려 앉아선 볼을 콕콕 찌른다.

"항복? 박사님 항복이에요?"
"…그래…라고 할 줄 알았지?"

토오루가 다가온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꽉 잡아당겨 품에 안은 스가와라는 이제야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품에 잡혀버린 토오루의 표정에는 배신감과 당혹감이 서려있었지만, 잡힌 건 잡힌 거라며 그는 이내 체념했다. 스가와라는 그를 데리고 연구실 내의 미용실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토오루 머리 좀 잘라주세요."
"아, 많이 길었네요. 이리오렴, 토오루."
"네에-."

의자에 앉아서도 입이 댓발 나와있던 토오루였지만-장발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장난치기에 좋기야 하겠지만…- 서걱, 서걱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가위가 몇 번 오가자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미용사는 능숙하게 그의 머리를 쳐내고, 다듬어주었다. 그 마무리로는 잘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그녀는 잊지 않았다.

"어휴, 이 잘생긴 얼굴을 여태 감추고 있었어?"
"…그러게요."

두 사람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토오루는 평소보다 밝게 인사하고 미용실을 나섰다.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는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남몰래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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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3. 01:32

[오이스가] Doctor, My Docto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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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은 전쟁의 시간이었다. 스가와라를 사이에 두고 다른 연구원과 토오루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토오루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호르몬 주사가 필수였는데, 토오루는 이 주사를 끔찍히 싫어했다. 스가와라 또한 그런 토오루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일단 주사기부터가 마취총 급이다.- 차마 그를 억지로 주사를 맞으라고 내몰지는 못했다. 결국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면 타협안은 토오루가 스가와라의 품에 안긴 채 팔에 주사를 맞는 걸로 귀결이 나지만 말이다. 스가와라는 토오루의 팔을 걷어올리고 그를 꼭 안아주었다. 알콜을 묻힌 솜이 팔에 닿는 느낌에 작은 몸이 움찔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곧 연구원은 토오루의 팔에 그 커다란 주사를 쏜다.


"으으…."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참자, 착하지?"

"…느낌 이상해. 아파, 박사님, 이거 싫어."

"조금만 참아줘, 토오루. 응?"


스가와라는 가만히 자기 옷을 그러쥐는 토오루의 등을 쓸며 토닥여주었다. 주사기에 들어있던 푸른 액체가 전부 그에게 들어가고 나서야 연구원은 다시 그 자리를 문질러주고 방을 떠났다. 토오루는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툭, 투둑. 굵은 눈물을 흘리며 토오루는 원망이 가득한 시선으로 스가와라를 올려다보았다. 스가와라는 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딱히 줄만한 것이라곤 늘 그렇듯 주머니 한켠에 자리잡은 레몬맛 사탕이었다. 박사님, 아파, 아파. 호해줘요. 그렇게 칭얼거리는 토오루의 입에 레몬사탕을 까서 넣어준 그는 토오루를 안아들고 가만히 방 안을 돌아다녔다. 처음엔 칭얼거리던 그도 입에 사탕이 물리자 더 말은 못하고 입안에서 도록도록 사탕을 굴렸다. 그리고 곧 그는 주사의 여파로 잠들어버렸다. 스가와라는 제 품에서 잠든 그를 침대에 눕혀주곤 방을 나섰다.


"항상 토오루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뭐, 제가 담당이니까요."

"토오루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까탈스러운 면이 있어요. 영악하기도 하고요."

"…알고 있어요."


토오루를 데리고 있던 몇 달간 깨달은 것은 그가 생각보다 성능이 좋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실험체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머리가 좋았다. 처음에 이름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사실은 그런 '척'일 뿐이었다는 걸 스가와라는 오래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묻자 토오루는 키득거리며 그냥-이라고 말했다. 박사님이 내 이름을 가르쳐 주는 게 어쩐지 기분이 좋아서, 라고 했던가. 물론 그 말을 듣자마자 스가와라는 당황해서 그에게 꿀밤을 먹였더랬다. 토오루의 카르타를 넘기며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는 안 보이네요."

"그건 다행이네요. 일단 토오루는 가장 최근에 깨어난 아이니까 조금 주목받고 있거든요. 이상할 정도로 높은 두뇌회전도 포함해서요."

"…그래요?"

"어쩐지 떨떠름하신 것 같은데요?"

"아뇨, 음, 실감이 안 나서요."


사실 실감이 안 난다기보단 떨떠름한 게 맞았다. 토오루를 찾아오면 찾아올수록, 스가와라는 그가 단순한 실험대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은 반응, 똑같은 감정표현을 하는 아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깨어났을 때 부터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상태이며, 강제로 어른들의 지식까지 전부 주입되었다는 것일까?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친 스가와라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사용이라니, 사용. 토오루를 물건과 같이 생각하는 자신에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어렴풋이 타케다가 이 일을 그만 두고 오지로 내려간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된 스가와라에게, 연구원은 더 혼란스러운 정보를 던져주었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스가와라 박사님?"

"네…?"

"아, 토오루를 돌보느라 아직 못 들으셨나보네. 이번에 신물질이 발견된 덕분에 다음에 태어나는 애들은 토오루나 다른 애들처럼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대요."

"…뭐…라고요?"

"성장도 훨씬 빠를거고, 뇌세포나 신체능력도 좀 더 발달될 거라고 하네요."

"…그럼 토오루는, 그 앞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에, 아직 그건 결정이 내려오지 않은 모양이던데…. '신세대'가 나오면 아무래도…. 뭐, 죽일 수는 없으니 입양이라도 보내겠죠."

"……아직 정확한 건 모르는 거죠?"

"네, 그래도…음. 마음의 준비는 해두셔야 할 것 같아요."


스가와라는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마음 속으론 내키지 않았지만 그걸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토오루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찜찜한 기분을 덤덤한 얼굴 뒤에 숨긴 채 그는 자신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걸음을 끌고 집에 돌아온 그는 옷을 대충 벗어서 옷걸이에 던져 걸고는 소파에 몸을 뉘었다. 신물질에, 신세대. 그들이 나오면 구세대가 되어버릴 토오루들과 강제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복잡해진 생각 덕분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긋이 누른 스가와라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냉장고에 있던 맥주 캔을 비우고는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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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Doctor, My Docto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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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체크, 정상.」

「충전수 배출합니다.」


안전복 안의 스피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의 시선이 향한 유리관에는 7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토오루'라고 소장님이 말했던 기억이 얼핏 남아있다. 스가와라는 덤덤하게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충전수가 막힘없이 빠져나가고, 곧 인큐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조금 뒤에 주변의 싸늘한 공기에 몸을 살짝 떨며 눈을 떴다. 스가와라는 그의 몸을 수건으로 감싸고 인큐베이터들로 가득한 방을 떠나갔다. 자박, 자박,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물소리를 내며 탈의실에 도착하고서야 스가와라는 헬멧을 벗었다. 그러자 아이가 놀란 듯 눈을 뜨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아직 단어가 되지 않은 그의 감탄사는 손가락질과 함께 온전히 자기에게 향했다. 스가와라는 안전복을 벗고서야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선을 마주하곤 손가락을 맞댔다.


"안녕, 토오루."

"토…오…루?"

"그게 네 이름이야. 음, 기본적인 지식은 넣어둔다고 했었는데…."

"이름…?"

"응, 이름. 너를 나타내는 말. 네가 누구냐고 물으면 '토오루'라고 답하면 돼."


그러자 아이, 아니, 토오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해사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못내 귀여워 스가와라는 가만히 웃곤 그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토오루. 그 모습으로 계속 있을 순 없으니…. 그렇게 말하며 스가와라는 준비해두었던 옷을 꺼내주었다. 하얀색 긴팔 와이셔츠에 검은 멜빵과 검은 정장 반바지, 거기에 니삭스와 각잡힌 구두까지 신기고 나니 제법 귀한 집 도련님 같은 느낌이 났다. 스가와라는 그를 거울 앞에 데리고 가서 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오루는 한참을 거울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보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게 썩 신기한 모양이었다.


"잘 어울려, 토오루."

"…잘…어울려? 정말?"

"응, 정말."

"고마워! 박사님 이름은 뭐야?"


박사님, 그 호칭에 스가와라는 가만히 토오루를 쳐다보았다. 토오루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버퍼링이라도 걸린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가와라는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스가와라 코우시."

"그렇구나, 텐진(=스가와라노 미치자네)과 같은 성인거야? 그럼 박사님은 사실 문과쪽이 조금 더 특기라거나?"

"…딱히 그렇지도 않아. 스가와라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같지는 않잖아?"

"아하하, 하긴 그렇네."

"토오루는 로딩이 조금 늦네.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그렇게 말하자 토오루는 그냥 씨익 웃고 만다. 스가와라는 그를 데리고 그가 지낼 방으로 향했다. 박사님의 집으로는 가지 않냐는 말에 스가와라는 웃으면서 '토오루가 말을 잘 들으면 한 번쯤 보여줄게.'라고 말하고는 넘겼다. 그 말에 토오루는 조금 앞서 도도도 뛰어가더니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새끼손가락을 불쑥 내밀었다. 스가와라가 가만히 그걸 보자 짧은 팔을 조금 더 앞으로 쭉 뻗고는 씨익 웃는다.


"약속, 약속."

"아, 응. 그래, 약속."

"절대 지켜야 해. 알았지?"

"그건 당연하지."


손가락을 걸면서도 스가와라의 속은 편하지만은 않았다. 일을 하다 그만둔 선배 연구원인 타케다가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실험체에게 정을 많이 줘서는 안됩니다.' 그 때는 그 말을 명심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저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자신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과연 이대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익숙하게 잠옷으로 갈아입은 토오루가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스가와라는 걸음을 돌려 연구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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