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7. 00:58

[카게스가] 신.

- 판타지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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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장신구가 생겼다. 카게야마는 그 상황이 죽도록 싫었다. 장신구의 수는 신의 힘을 뜻했고, 자신에게 새로운 힘이 깃들었음을 증명하는 것인데도 그는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자신의 선대 때문이리라. 신은 어느 한 인간에게 애정을 품어서는 안된다. 설령 애정을 품더라도 그것을 입 밖에 내거나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 순간 세계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인간에게 신에게 받은 애정만큼의 불운을 주며 최후에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한다. 그 인간을 끝없는 불운과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신은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후임자가 없이 물러나면 균형이 망가지므로, 세계는 그것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다. 물러날 신은 후계자를 반드시 정해야만 하며, 그 이후에는 신에게도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애정을 줘버린 인간의 삶을 고쳐놓을 때 마다, 힘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 인간은 어떤 형태로 어떻게 만났든 그 신에 대한 것을 모두 잊어버린다. 종내는 모든 힘을 잃고,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채 어딘가에서 인간으로써 살다가 죽는다. 그것이 인간을 사랑한 신의 최후였다. 그리고 자신의 선대는, 자신이 그토록 동경하던 자상한 선대는 지금 그 형벌을 받고 있었다.


"제발, 이 벌을 그만 두게 해주세요."

"그건 무리야."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스가와라가 선택한 운명이고, 세계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당연한 질서야."

"주신께서는, 사와무라씨는 선배를 저대로 둬도 괜찮단 말씀이십니까!"

"조용히 해!!"


사와무라는 일갈하며 카게야마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도록 했다. 좋을 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동료를 고작 한 명의 인간때문에 잃게 생겼다. 물론 인간들은 잊어도 자신은 잊지 않을 생각이지만, 힘을 잃고 조용히 인간들의 틈에 섞여 사는 모습을 마음 좋게 지켜볼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고해서 인간이 되어버린 스가와라에게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하면, 세계는 또 다시 움직일 것이다. 사와무라는 조용히, 그러나 강한 시선으로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카게야마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채 중얼거렸다.


"저에게는 아직 스가와라씨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힘을 잃기 전까지 계속 붙어있어. 끝까지 지켜봐."

"…너무 잔인하신 거 아닙니까?"

"후계자인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일이다."

"……."

"스가와라가 자신의 손으로 고른 사람이다. 그를 배신하지 마라."


이 정도까지 말하면 알아들었겠지. 그렇게 말하고 사와무라는 자리를 떴다. 카게야마는 덩그러니 접견실에 앉아 새롭게 팔에 감긴 팔찌를 보았다. 사금이 곱게 가라앉아있는 짙은 감색의 보석이 쓸데없이 휘황찬란해보였다. 그 사람이 없으면 빛날 의미가 없을텐데도, 보석은 그저 스스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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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