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31. 02:25

[문호스트레이독스]


백화요란(百花燎亂)


퇴마사AU + 올캐러TS

&

오리지널


2


=========================


"그러게요…. 어디서 사고나 치지 말아야 할텐데."


란포씨의 질문에 돗포는 한숨을 내쉬며 답하고는 인상을 쓴 채 머리를 짚으며 필첩을 다시 품에 넣고는 패드를 펼쳤다. 그녀가 몇 번 패드의 화면을 조작하자, 곧 화면에는 자색의 소용돌이가 몇 군데 보였다. 어느새 스캔된 요코하마의 지도 위에 그 소용돌이를 겹친 돗포는 머리를 긁적이며 란포씨를 보았다. 부둣가의 창고, 중화가, 그리고 요코하마 역을 보던 그녀는 턱을 문지르며 화면을 바라보다가 부둣가의 창고를 짚었다.


"여기부터 가볼까?"

"…창고입니까?"

"음, 어쩐지 위험-한 냄새가 나거든."

"그럼 그쪽으로 가죠."


돗포는 란포씨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탐정사무소의 사람들에게 이만 실례한다고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잠시 머뭇거리던 쿠니키다는 곧 그녀들을 따라나가 길을 안내하겠다고 했고, 란포는 순전히 본인의 흥미로 그녀들을 따라 나섰다. 돗포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쿠니키다의 차에 올랐고, 네 사람을 태운 차는 조금 빠른 속도로 부둣가의 창고로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부둣가의 창고에서는 악연이 있는 세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2대 1인 상황이었지만. 다자이는 연이어 퍼부어오는 아쿠타가와의 이능력을 없애고 있었고, 근소한 차이로 공격이 들어오는 츄야를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한참 벌어지는 육탄전 사이에 마른 벼락이 내리꽂는 배경은 제법 스산했다. 그리고 그 상황은 그들이 서있는 땅에서 족히 3미터는 되어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물체에 당황한 셋은 각자 그 그림자에게서 거리를 떨어트렸다.


"이건 뭐지? 이런 이능력도 있었어?"

"…내가 한 게 아냐."

"…라쇼몽에도 이런 재주는 없습니다만…."

"그럼, 무슨 일이 생긴거지?"


다자이가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를 쳐다보는 순간, 하늘에서 몇 장의 노란 종이가 팔랑이며 떨어져 그림자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요란한 폭음이 들렸다. 펑, 펑.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늘을 쳐다본 셋은 곧 사람들이 공중에서 내려오는, 아니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다만 폭발의 여파로 그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매캐한 연기에 가려졌다. 그 사이에 아쿠타가와의 비명이 들린 것 같지만 정확한 상황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곧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걷힌 다음에야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그건 소생이 할 말이다. 내 위에서 비켜라, 여자."


너무도 갑작스러워 방어막도 펼치지 못했던 아쿠타가와는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밑에 깔려있었다. 그녀는 아쿠타가와의 말에 일어나지는 않은 채 다리를 태연하게 꼬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 앞에는 반쯤 타서 사라지고 있는 그림자가 보였고, 그 너머에는 익숙한 주황색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제야 아쿠타가와의 위에서 일어난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 주황색 머리카락의 주인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주무르는 게 아닌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행동에 할 말을 잃은 츄야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조금 뒤에, 그녀가 비웃으며 말을 꺼낼 때까지는 말이다.


"츄야, 그 새 가슴이 더 작아진 것 같은데?"

"…뭐? 아니, 어떻게 내 이름을…."

"하아? 무슨 소릴 하는거야. 하루이틀 보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고개는 갑자기 뒤로 꺾였다. 그와 동시에 두어 걸음 물러서며 넘어지려고 하는 여성의 머리통을 붙잡은 건 츄야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높이 묶어올린 여성이었다. 그녀는 바둥거리는 여성의 머리를 좀 더 강하게 누르며 이를 꾹 문 채 말했다.


"너, 지금 하는 짓이 성희롱인 건 알고 있냐?"

"아, 아야야…. 이건 놓고 말해줘, 츄야."

"당장 사과해."

"으, 그, 왜 이렇게 화가 난 건데?"

"…네 손이 내 몸에 닿는 것 같아서 기분나빠졌어."

"엑, 겨우 그것 때문ㅇ…아악!"

"…이대로 네 머리를 부술 수도 있는데, 다자이."

"…ㅁ, 미안합니다. 사과할게요."

"좋아, 제대로 사과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놓아준 그녀를 흘끗 보던 여성, 그래, 다자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츄야에게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했다.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했던 츄야는 문득 조금 전의 그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 갈색 머리의 여성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 이름은 사실 내 이름이 아니라 저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저 여성은 이 갈색 머리의 여성을 다자이라고 불렀다.


"…저, 실례지만 이름이…."

"아, 저는 다자이 오사무라고 합니다."

"…네?"

"…뭐라고?"


주변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의문에 오사무-편의상 이름으로 구분하도록 하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 번 자기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 그 이름에 벙찐 건 츄야 혼자가 아니었다. 조금 뒤에야 상황 판단이 된 다자이의 폭소가 터지기 전까지, 세 사람은 그녀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자이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본 오사무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훑어보다 말했다.


"뭐야, 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는?"


오사무의 말에 웃음이 터진 건 츄야 쪽이었다. 다자이는 제법 충격이었는지 손으로 가만히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발언을 한 오사무를 보던 다자이는 고개를 가볍게 털어 충격을 덜어내곤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똑바로 자기의 이름을 말했다. 엄청난 우연이지만 내 이름도 다자이 오사무라네. 그러자 오사무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며 그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리고는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눈꺼풀을 확대시켜보고, 볼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녀는 그제서야 납득했다는 듯 손을 놓고는 중얼거렸다.


"남자면 이런 얼굴이 되는구나. 역시 내 외모는 어디 안 빠지네."

'문호스트레이독스 > 百花燎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요란(百花燎亂) 3  (0) 2016.08.01
백화요란(百花燎亂) 1  (0) 2016.07.29
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