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Elite File #01
----------
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몇 번을 겪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침대보다는 맨 바닥이 편할 정도로 잠복수사를 한 탓이 더 클지도 모른다고, 멍하니 샤워기를 틀어놓고 물을 맞으며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한참을 물을 맞던 그는 라이센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오이카와 수사관, 오이카와 수사관. 두어 번 제 이름을 부른 목소리는 곧 '아직 주무시나?'하고 의문을 품은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급히 물기를 털어낸 그가 바로 부름에 답하자, 오히려 상대방이 더 놀란 눈치였다.
[그, 아, 저! 오, 오늘은, 베이스하고! 패트롤을!]
"아, 알겠습니다."
[네! 그, 그럼, 이따 봬요! 안녕히계세요!]
뚝, 소리가 끊기고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안녕히 계세요라니, 무전은 전화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데.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같다고 해야 할지. 아마도 어제 소개받았던 데카 중 가장 작은 그 아이겠지. 방에 놓인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만진 오이카와는 제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컨트롤 룸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부터 컨트롤 룸은 꽤 시끌시끌했다. 문 밖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어깨를 으쓱인 오이카와는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니까, 더 쉬셔야 한다니까요?"
"괜찮아."
"아, 저, 오, 오이카와씨! 좋은 아침입니다!"
"나 참, 하여튼 스가씨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오, 좋은 아침입니다."
"...무슨 일 있나요?"
오이카와는 뒤늦게 제게 인사한 타나카를 보며 물었다. 타나카는 마침 잘 됐다는 표정으로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이 대목에서 스가와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직 재활훈련 중인데도 굳이 패트롤을 가겠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그 말에 오이카와는 스가와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스가와라는 잠깐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이카와는 의자를 꺼내서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만히 그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스가씨."
"...네."
"뭐, 듣자하니 아직 훈련중이시라던데."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걸을 수야 있겠지. 그럼 그 다음은요? 오이카와가 묻자 스가와라가 가만히 그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진 않을텐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걸까 싶어 작게 한숨을 쉬고 구태여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다가 당신이 순찰 중에 아리에나이저라도 만나면요? 피해 안 줄 자신은 있어요? 전투를 하든 뭘 하든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다리로 뭘 하겠다고. 일부러 아플 단어들만 골라서 말하자 스가와라가 발끈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아, 그러세요?"
퍽이나. 오이카와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심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턱을 괴고 피식, 짧게 비웃음이 나가자 스가와라는 주먹을 꾹 쥐었다. 분위기가 예상보다 험악해지자 타나카가 중재하려고 했으나, 그 공기를 바꾼 것은 시미즈였다. 툭, 스가와라의 뒷통수를 가볍게 친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가. 너무 흥분했어."
"...미안."
"주먹에 힘 좀 빼. 그러다 정말 치겠다."
"...응."
"죄송해요. 한참 예민할 때라."
스가와라는 그녀의 말에 자기는 사춘기 어린애가 아니라며 작게 투덜거렸지만, 시미즈는 그에 신경쓰지 않고 오이카와에게 고개를 숙였다.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해야할까, 타이밍이 좋았다. 사실 스가와라의 고집으로 오이카와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부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계속 발을 구르며 상황을 지켜보던 야치와 아즈마네도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슬아슬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에야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야치가 말했겠지만, 오늘은 베이스 안내를 해드리고 패트롤을 나갈 거예요."
"아, 네. 들었습니다."
"지도가 있긴 하지만 패트롤은 기본이 둘 이상이 가야하니까..."
"음, 그렇죠."
"스가랑 동행하세요."
"네?"
"뭐?!"
시미즈의 결론에 오이카와와 스가는 동시에 서로 다른 단어를 외쳤다. 조금 전까지 주먹다짐을 할 기세였던 건 못 본 건가, 이 여자? 그렇게 생각하며 오이카와는 당황한 표정으로 시미즈를 쳐다보았다. 시미즈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스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실력 있는 사람'이 오이카와라고 말하며 그를 빤히 보았다. 담담하게 뱉은 시미즈의 말에 오이카와는 가볍게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표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흉은 겉멋으로 단 게 아니지. 물론 스가와라는 아직 납득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라고는 패트롤을 나가지 않는 것 뿐이었으므로 결국 그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시미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그럼, 베이스 안내하는 동안 스가는 쉬고 있어."
"...알았어."
"가시죠."
"...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람은 서장인 사와무라 다이치가 아니라 데카 옐로인 시미즈 키요코일지도 모른다. 잔뜩 날이 서 있던 스가조차도 그녀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그 생각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시미즈를 필두로 오이카와와 나머지 데카들은 컨트롤 룸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스가와라는 가만히 테이블에 이마를 쿵 소리나게 박고는 주먹을 꾹 그러쥐었다.
'Another Universe > Emergency Eli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le #02. (0) | 2015.11.14 |
---|---|
File #00. (0) | 201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