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그들과 고양이와 사건과
[문호스트레이독스] 에도가와 란포와 소동물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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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정신없이 접시에 얼굴을 박고 우유를 핥고 있는 사이, 다자이가 돌아왔다. 그는 고양이를 보며 반색했지만 이내 쿠니키다에게 멱살을 잡혀 허공에 들리고 말았다. 조금 괴로운 숨을 뱉으며 다자이가 쿠니키다의 팔을 풀려고 노력하는 사이 고양이는 식사를 끝내고 사무실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후두둑, 하고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에 쿠니키다가 다자이를 추궁하기를 멈추고 돌아본 때는 이미 늦어, 녀석은 사무실을 잔뜩 어지럽혀놓고 책상 위에 앉아있던 란포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이 녀석이…."
바닥에 흩어진 책과 종이를 보고 화를 내려는 쿠니키다를 막은 건 다자이였다. 저 작은 생물을 지금 다그쳐봤자 어차피 난장판이 된 사무실은 원래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침 타니자키 남매가 온 덕분에 사무실 정리는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책을 옮기고 서류를 원위치 시켜놓을 때도 가만히 소동물을 쓰다듬던 란포는 혼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쿠니키다군."
"네?"
"이 아이가 먹을 것 좀 사다주지 않을래?"
"…먹을 것…을요?"
"그래, 아무리 임시라고는 해도 우유만 먹이면 탈 난다고? 그 정도도 모르는거야?"
"아뇨, 다녀오겠습니다."
"아, 제가 갈게요!"
"그럼 나도 따라갈까나♪"
그날따라 한가했던 탓인지, 두 사람이나 더 따라나가 버렸지만 란포에겐 크게 상관없었다. 그는 생각보다 촉감이 좋은 소동물의 털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한가로운 오후시간 보내기에 들어갔다. 애옹, 애옹. 고양이는 란포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작은 울음소리를 내다 그의 품에서 잠들었다.
"너희들까지 따라 올 필요는 없었는데."
쿠니키다는 작게 혀를 차고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두 사람을 보았다. 혼자 가는 편이 훨씬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길이었다. 애초에 다자이는 아무때나 강에 뛰어들어버리곤 하는 비상식적인 자살 매니아고, 아츠시는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혼자 가는 것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이미 따라온 걸 돌려보낼 셈이냐고 따지는 다자이의 말에 돗포는 한숨을 내쉬고 펫숍으로 걸음을 향했다.
"이야, 오늘도 자살하기 좋은 날씨네~."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이번엔 절대 구하러 가지 않을거다. 일도 아니고."
"아아, 참으로 매정한 그대여~."
"…시끄러워."
한참 짜증을 내며 펫숍에 도착한 쿠니키다는 묘한 위화감에 문을 열기 직전에 손을 멈췄다. 이상하게 기척이 없었다. 불은 켜져있음에도 안이 지나치게 고요했다. 쿠니키다는 그대로 잠시 안을 살피다가 문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왼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걸쇠가 걸려있는지 문은 열리지 않고 덜걱거리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뭐야, 자리에 없는 건가?"
"…단순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화장실이라도 간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그렇게 말하며 쿠니키다는 문을 몇번 더 움직여보았으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자이는 어깨를 으쓱이고 쿠니키다를 슥 밀어내더니 주머니에서 락픽을 꺼냈다. 이 녀석-사람-은 도대체 언제 이런 걸 갖추고 있었단 말이야? 라는 두 사람의 시선을 뒤로 한 채 다자이는 능숙하게 락픽을 이용해 문을 열었다. 펫숍 안에 머무는 것은 미묘한 정적이었다. 그들은 서로 흩어져서 펫숍의 주인을 찾기로 했다. 펫숍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정갈하게 정리 된 품목별 코너를 지나면 공용이긴 하지만 화장실이 있었고, 카운터의 뒤에는 창고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은 조금 열려있었다.
"…저기요. 다자이씨, 쿠니키다씨."
"응? 뭐냐, 애송이."
"여기, 열려있어요."
"…좋아, 가보자."
창고로 가는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간 창고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조금 더 창고를 뒤져보자고 결론을 내린 그들은 한 걸음씩 움직였다. 바스락, 바스락. 잔뜩 쌓여있는 물품과 상자들을 한참 뒤지고 있을 때, 아츠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창고를 가득 채운 비명소리에 달려간 다자이와 쿠니키다가 본 것은 싸늘하게 식은 주검이었다. 오, 신이시여. 쿠니키다는 아츠시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지시하면서 란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쿠니키다군?"
"네, 란포씨. 잠깐 이쪽에 와주셔야겠습니다."
"뭐야, 사건이라도 일어난거야?"
"…네."
백주대낮에 사건이라니. 아니, 뭐 원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게 사건인 법이지만. 란포는 품에서 잠들어있던 고양이를 가만히 두고 일어나 책상에서 내려왔다. 옷에 묻은 털을 툭툭 털어 정리하면서 타니자키 남매에게 고양이를 돌봐줄 것을 부탁하며 란포는 다시 한 번 그 녀석을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넌 무슨 마네키네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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