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6. 07:17

[문호스트레이독스]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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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냥 깊이 깊이 숨을 뱉어본다. 마치 그대로 조용히 모든 게 멈출 것 처럼. 처음엔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 같다가, 가슴 어딘가에 숨이 걸린다. 그러면 나는 켈록, 하고 짧은 기침소리와 함께 살아나는 것이다.요즘 들어 그런 횟수가 늘었다. 다만 그저 몸이라는 녀석은 제가 얼마나 놀란 지 아느냐고 시위하듯이 으레 딸꾹질이라는 놈을 달고 나온다. 참 까다롭다. 온전히 내 것인데도 나는 이놈을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다.숨 쉬는 것 하나가 이리 괴롭고 힘들어서야 다른 어떤 것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마는 인생사 인간 굶어죽을 일은 없다고 그래도 어떻게든 움직이고 돌아가는 구나. 이게 세상의 이치라 한들 내겐 별로 유용하지 않은 것을.오늘도 괴롭도록 가득찬 숨을 밀어내듯 뱉어내며, 나는 세상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ㅡ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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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