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나카하라 츄야 x 에도가와 란포 x 다자이 오사무
Liar, Li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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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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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재수가 없었다. 아니,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자기 맞은 편에서 가만히 달디 단 음료를 마시는 이를 보며 츄야는 문득 오랜 기억을 떠올렸다. 그 날을 생각하면 습관적으로 모자를 만지게 된다. 란포는 그런 그를 가만히 보다가 피식 웃는다. 츄야는 그런 그를 마주보다 같이 피식 웃고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음료를 마셨다. 조금 희석된 커피의 맛이 가만히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 앞에 앉아있는 저 남자, 에도가와 란포를 처음 만난 날에도 그는 이런 커피를 마셨던 것만 같다. 날짜는 이미 잊었다. 하지만 그 때의 일은 결코 잊지 않는다.
운이 나빴던 날이었다. 더위에 커피 속 얼음이 하나 둘 무너지고 있었다. 상대는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 죽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아무튼 약속은 바람을 맞았고, 슬슬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계를 보며 일어났다. 경찰이 잡기 전까진 그랬다. 설마 내가 마피아인 걸 알아챘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조금 뒤에 경찰의 너머로 보인 시체를 보며 그게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럼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츄야는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죽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뭣 때문에?
"저기, 형사님. 제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경감님의 지시입니다."
"…네?"
"일단 수상해보이는 인물은 다 잡아두라고 하셨습니다."
아, 빌어먹을. 혀를 차며 츄야는 가만히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시간 낭비 하는 건 질색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발을 구르고 있는데, 그가 들어왔다. 그는 경감이라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만히 시체를 살펴보았다. 경감은 그의 근처를 가만히 기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느냐고. 그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자기를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말하며 품에서 검은 테의 안경을 꺼내어 쓰며 말했다.
"이능력, [초추리]."
"…뭐?"
말도 안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말이다. 추리를 뛰어넘은 추리, 그렇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물끄러미 보는데 그의 손가락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더니 구석에서 벌벌 떨고있는 종업원에게 향했다. 그런가, 저 녀석이 범인인가. 범인은 필사적으로 자기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의 올가미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는 날카롭고 논리정연하게 범인을 몰아붙였다. 그 느낌은, 그래 어딘가 보스가 질책할 때와 닮아있었다. 별로 유쾌한 느낌은 아니네.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범인이 칼을 뽑아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제법 당황한 것 처럼 보였다.
"으악!!"
당연하지만 범인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몸이 어째서 먼저 움직였는 지는 모르겠다. 그저 정신을 차리니 그 놈의 팔을 뒤로 꺾어 바닥에 내리누르고 있었다. 경찰은 도와줘서 고맙다고, 사람을 착각해서 미안했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딱히 그러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는데. 경찰에게 연행되어가는 범인을 보다가 시계를 문득 내려다보는데 앞에서 손이 불쑥 내밀어졌다. 그 흰 손을 가만히 보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그가 있었다.
"아, 일단은 인사. 구해줘서 고맙다고."
"…아뇨, 뭐. 딱히."
"하아? 이 명탐정이 특별히 감사인사를 해 주는 건데 안 받는 거야?"
아, 그러셔요. 츄야는 조금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명탐정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대로 위 아래로 가볍게 흔들고는 손을 놓았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없어 '그럼 이만,'이라고 짧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뒤에서 여전히 불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츄야는 피식 웃었다.
"사람이랑 악수 할 땐 장갑 정도는 벗지 그래?"
"뭐-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명탐정씨?"
그렇게 말하고 뒤를 흘끗 돌아보니 명탐정씨도 가만히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제법 웃긴 말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두 번은 볼 일 없겠지. 그래, 그 때는 그럴 줄 알았다. 이렇게 그와 자주 마주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날의 일이었다. 다시금 커피를 마시며 습관적으로 모자를 내리누르자, 모자의 챙을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란포가 손가락 끝으로 모자를 가볍게 올렸다.
"왜 그래요?"
"아니, 오랜만이니까."
조금 더 보고싶다, 따위의 말은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딘가 직설적으로 달라붙으면서도 본심은 말하지 않는 게 그의 화법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파고들어보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남아있는 커피를 한꺼번에 빨아들이자 차가운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란포는 이미 다 비워버린 잔에서 얼음을 꺼내 오독오독 씹고 있었다. 어쩐지 그가 지루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때의 해결책은 단 하나였다.
"슬슬 다른 데로 갈까요?"
"응,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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