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뱀파이어 AU
망향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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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남아서 그곳 하늘에 뜨고
구름 멀리서 고요히 눈을 감고
보낸뒤에도 남은 서러움
살아도 눈을 감아도 또 너를 묻게하고
자우림, 망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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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AU
망향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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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남아서 그곳 하늘에 뜨고
구름 멀리서 고요히 눈을 감고
보낸뒤에도 남은 서러움
살아도 눈을 감아도 또 너를 묻게하고
자우림, 망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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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츄야는 시내의 한 호텔을 찾았다. 그 호텔 최상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한 여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편한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쉰 츄야는 옆에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여인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레스토랑의 안쪽에는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고 커튼이 쳐 있었다. 안에서 하는 얘기가 크게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인은 한 구석 테이블 자리의 커튼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 둘이 앉아있었다. 츄야는 모자를 벗고 정중히 예를 표하고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미리 해두었는지 츄야가 앉자마자 식사가 나왔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과 함께 칼소리만 나던 테이블은, 곧 여인의 아버지로 보이는 노신사의 말로 침묵이 깨졌다.
"그래, 자네가 우리 아이코의 연인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난 얼굴만 번듯한 남자는 좋아하지 않네."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의외네요."
"무슨 뜻인가?"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이끄시는 분께서는 첫인상과 외모 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시느냐는 뜻입니다."
츄야는 그렇게 말하곤 노신사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 말에 노신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리고는 잔에 있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아마 그딴에는 츄야를 떠보겠다고 던진 말이었겠지만, 츄야는 그런 말에는 이미 이력이 나 있었다. 다행히 츄야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로는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의 대화들이 오갔다. 식사를 절반 정도 했을 때, 먼저 본론을 꺼낸 것은 그, 아이코의 아버지였다.
"그래, 자네가 종교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그렇습니다."
"일본은 이미 꽤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뭐, 그 얘기는 옆에 있는 하마오 추기경과 하는 것이 좋겠지."
"…하마오 에이스케입니다."
"나카하라 츄야입니다."
추기경이라. 그 정도면 상당한 권한이 있는 자다. 게다가 얘기를 나눠보니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종교에 귀의해 추기경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렇다고 청렴결백한 이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었다. 일본의 교회는 어딘가 뒤틀린 자들의 집합소라는 얘기는 전부터 들어왔지만, 직접 만나보니 제법 많이 썩어 있는 곳이었다. 웬만한 자리는 명분상의 인망과 돈이면 해결이 되었다. 그것에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에도가와 란포라고 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이미 옛날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고, 상부만이 알고 있는 무언가를 무기삼아 그 자리에서 한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좋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조금 도와드릴까요?"
방금 전의 대화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마오 에이스케는 에도가와 란포의 몰락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츄야의 제안을 덥썩 물었다. 츄야는 웃으면서 다음에 시간을 내서 방문하겠다고 하고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식사의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을 통하는 게 정답이었다. 아이코의 아버지와 하마오 추기경을 차에 태워 보낸 츄야는 느른하게 하품을 하며 팔짱을 꼭 끼고 있는 아이코의 팔을 떼어냈다. 그녀는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는 츄야를 쳐다보았다.
"왜 그런 표정이야?"
"오랜만에 연락해선 다짜고짜 이런 자리나 마련하게 했는데 팔짱도 못 끼게 하고.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살려두고 있잖아. 그거면 되지 않아?"
"와아, 너무하네. 언제는 난 천박해서 안 된다며?"
"아하하,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너는 너무 자유롭다니까?"
"그게 그 뜻 아니에요?"
"뭐, 아주 다른 건 아니지만."
"어머, 진짜 무례하네."
"보는 눈이 많은데서 실례했나?"
"그래요. 잘 아네요."
"그럼 쇼라도 해줄까?"
그렇게 말한 츄야는 그녀의 턱을 잡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딱히 애정이 담긴 행위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했다는 그녀의 불만을 가라앉히기엔 나쁘지 않았다. 아이코는 사랑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여자였다. 츄야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를 곁에 둔 것은, 그녀가 우연히 그가 다른 아가씨의 피를 빨아먹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었지만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고, 그녀에게선 츄야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기에 그만두었다. 필요 이상의 살인은 쓸데없는 이목을 집중시킬 위험이 있었기에 츄야는 가끔 그녀를 통해 다른 아가씨를 소개받곤 했다. 물론, 그때마다 그녀는 다른 남자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그녀가 남자를 바꿀 때마다 그녀의 사진은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사의 찌라시를 몇 번이고 장식했다.
그렇듯 부잣집 아가씨에 워낙 문란한 사람이라 파파라치가 몇 명 붙어 있었는지 수풀 사이에서 셔터소리가 몇 번인가 들린 것을 확인했지만 나중에 그 인간을 찾아가 처치하면 그만이다. 아직 얼굴을 세상에 알릴 생각은 없었다. 짧은 키스를 끝낸 츄야는 예의상 할 일은 마무리 짓겠다며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집에 데려다 주었다. 아이코는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걸 보던 츄야는 핸들에 머리를 대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 지치는 하루였다.
츄야가 차를 몰아 아쿠타가와의 저택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깊은 때였다. 잔뜩 지친 표정의 아쿠타가와는 됐다는 말에도 몸을 일으켜 그에게 인사를 했다. 닥치는대로 식사를 한 흔적을 본 츄야는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앉았다. 내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버티기 위해서, 그리고 무너져가는 조직을 잡기 위해서 아쿠타가와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다른 이였다면 벌써 기절했을 텐데도, 아쿠타가와는 식은땀만 흘릴 뿐,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차라리 정신을 놓아버리는 게 편할텐데. 한숨을 내쉬는 츄야를 보던 아쿠타가와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일은, 잘 되어가십니까?"
"아아, 그래. 괜찮은 인맥을 찾았지."
"그럼 그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회복에 집중해."
"...네."
그리고 히구치가 몇 곳을 돌았는데 이미 다자이씨가 다녀간 뒤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쿠타가와는 빨갛게 X자 표시를 해둔 지도를 보여주었다. 그 곳들은 다자이가 폭주를 하기 전까지 알고 지내던 이들의 은신처였다. 그나마 그 이후에 새롭게 터를 잡은 이들이 알려지지 않은 게 다행인가. 하지만 다자이가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번에 새로 찾은 인맥을 통해 그들을 흔들어 놓아야만 했다. 츄야는 다시 끓는 소리를 내며 각혈하는 아쿠타가와를 마법으로 강제로 재워버리고는 컴퓨터를 켰다. 에도가와 란포라고 했었지? 그는 하마오 에이스케의 말을 곱씹으며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쳤다.
에도가와 란포, 32세. 추기경. 키 같은 자잘한 정보는 넘겼다. 추기경이 된 나이 25세. 보통의 추기경들이 40대 중후반인 것을 생각하면 그는 꽤 빠른 나이에 추기경이 되었다. 심지어 가족은 단 한명도 없다. 연고도 없는 고아가 스물 다섯에 추기경이라. 무언가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 중 하나는 다자이일 것이라고, 츄야는 확신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찾아보자, 제법 흥미로운 소문이 도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전부터 이종족의 침략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든가, 그가 밤중에 어느 낡은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든가 하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의 꼬리를 잡는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츄야는, 하마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운영하고 있다는 수도원을 가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하마오는 반색을 하며 당장 날짜를 수배하겠다고 말했다. 감사를 표하며 전화를 끊은 츄야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직 밤은 한참 남아있었지만, 저녁부터 지나치게 힘을 뺀 탓에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이 들어있는 아쿠타가와를 흘끗 본 츄야는 다시 시선을 돌려 천장을 보다 눈을 감았다.
"그래, 자네가 우리 아이코의 연인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난 얼굴만 번듯한 남자는 좋아하지 않네."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의외네요."
"무슨 뜻인가?"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이끄시는 분께서는 첫인상과 외모 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시느냐는 뜻입니다."
츄야는 그렇게 말하곤 노신사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 말에 노신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리고는 잔에 있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아마 그딴에는 츄야를 떠보겠다고 던진 말이었겠지만, 츄야는 그런 말에는 이미 이력이 나 있었다. 다행히 츄야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로는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의 대화들이 오갔다. 식사를 절반 정도 했을 때, 먼저 본론을 꺼낸 것은 그, 아이코의 아버지였다.
"그래, 자네가 종교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그렇습니다."
"일본은 이미 꽤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뭐, 그 얘기는 옆에 있는 하마오 추기경과 하는 것이 좋겠지."
"…하마오 에이스케입니다."
"나카하라 츄야입니다."
추기경이라. 그 정도면 상당한 권한이 있는 자다. 게다가 얘기를 나눠보니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종교에 귀의해 추기경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렇다고 청렴결백한 이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었다. 일본의 교회는 어딘가 뒤틀린 자들의 집합소라는 얘기는 전부터 들어왔지만, 직접 만나보니 제법 많이 썩어 있는 곳이었다. 웬만한 자리는 명분상의 인망과 돈이면 해결이 되었다. 그것에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에도가와 란포라고 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이미 옛날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고, 상부만이 알고 있는 무언가를 무기삼아 그 자리에서 한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좋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조금 도와드릴까요?"
방금 전의 대화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마오 에이스케는 에도가와 란포의 몰락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츄야의 제안을 덥썩 물었다. 츄야는 웃으면서 다음에 시간을 내서 방문하겠다고 하고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식사의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을 통하는 게 정답이었다. 아이코의 아버지와 하마오 추기경을 차에 태워 보낸 츄야는 느른하게 하품을 하며 팔짱을 꼭 끼고 있는 아이코의 팔을 떼어냈다. 그녀는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는 츄야를 쳐다보았다.
"왜 그런 표정이야?"
"오랜만에 연락해선 다짜고짜 이런 자리나 마련하게 했는데 팔짱도 못 끼게 하고.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살려두고 있잖아. 그거면 되지 않아?"
"와아, 너무하네. 언제는 난 천박해서 안 된다며?"
"아하하,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너는 너무 자유롭다니까?"
"그게 그 뜻 아니에요?"
"뭐, 아주 다른 건 아니지만."
"어머, 진짜 무례하네."
"보는 눈이 많은데서 실례했나?"
"그래요. 잘 아네요."
"그럼 쇼라도 해줄까?"
그렇게 말한 츄야는 그녀의 턱을 잡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딱히 애정이 담긴 행위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했다는 그녀의 불만을 가라앉히기엔 나쁘지 않았다. 아이코는 사랑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여자였다. 츄야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를 곁에 둔 것은, 그녀가 우연히 그가 다른 아가씨의 피를 빨아먹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었지만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고, 그녀에게선 츄야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기에 그만두었다. 필요 이상의 살인은 쓸데없는 이목을 집중시킬 위험이 있었기에 츄야는 가끔 그녀를 통해 다른 아가씨를 소개받곤 했다. 물론, 그때마다 그녀는 다른 남자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그녀가 남자를 바꿀 때마다 그녀의 사진은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사의 찌라시를 몇 번이고 장식했다.
그렇듯 부잣집 아가씨에 워낙 문란한 사람이라 파파라치가 몇 명 붙어 있었는지 수풀 사이에서 셔터소리가 몇 번인가 들린 것을 확인했지만 나중에 그 인간을 찾아가 처치하면 그만이다. 아직 얼굴을 세상에 알릴 생각은 없었다. 짧은 키스를 끝낸 츄야는 예의상 할 일은 마무리 짓겠다며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집에 데려다 주었다. 아이코는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걸 보던 츄야는 핸들에 머리를 대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 지치는 하루였다.
츄야가 차를 몰아 아쿠타가와의 저택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깊은 때였다. 잔뜩 지친 표정의 아쿠타가와는 됐다는 말에도 몸을 일으켜 그에게 인사를 했다. 닥치는대로 식사를 한 흔적을 본 츄야는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앉았다. 내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버티기 위해서, 그리고 무너져가는 조직을 잡기 위해서 아쿠타가와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다른 이였다면 벌써 기절했을 텐데도, 아쿠타가와는 식은땀만 흘릴 뿐,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차라리 정신을 놓아버리는 게 편할텐데. 한숨을 내쉬는 츄야를 보던 아쿠타가와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일은, 잘 되어가십니까?"
"아아, 그래. 괜찮은 인맥을 찾았지."
"그럼 그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회복에 집중해."
"...네."
그리고 히구치가 몇 곳을 돌았는데 이미 다자이씨가 다녀간 뒤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쿠타가와는 빨갛게 X자 표시를 해둔 지도를 보여주었다. 그 곳들은 다자이가 폭주를 하기 전까지 알고 지내던 이들의 은신처였다. 그나마 그 이후에 새롭게 터를 잡은 이들이 알려지지 않은 게 다행인가. 하지만 다자이가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번에 새로 찾은 인맥을 통해 그들을 흔들어 놓아야만 했다. 츄야는 다시 끓는 소리를 내며 각혈하는 아쿠타가와를 마법으로 강제로 재워버리고는 컴퓨터를 켰다. 에도가와 란포라고 했었지? 그는 하마오 에이스케의 말을 곱씹으며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쳤다.
에도가와 란포, 32세. 추기경. 키 같은 자잘한 정보는 넘겼다. 추기경이 된 나이 25세. 보통의 추기경들이 40대 중후반인 것을 생각하면 그는 꽤 빠른 나이에 추기경이 되었다. 심지어 가족은 단 한명도 없다. 연고도 없는 고아가 스물 다섯에 추기경이라. 무언가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 중 하나는 다자이일 것이라고, 츄야는 확신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찾아보자, 제법 흥미로운 소문이 도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전부터 이종족의 침략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든가, 그가 밤중에 어느 낡은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든가 하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의 꼬리를 잡는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츄야는, 하마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운영하고 있다는 수도원을 가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하마오는 반색을 하며 당장 날짜를 수배하겠다고 말했다. 감사를 표하며 전화를 끊은 츄야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직 밤은 한참 남아있었지만, 저녁부터 지나치게 힘을 뺀 탓에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이 들어있는 아쿠타가와를 흘끗 본 츄야는 다시 시선을 돌려 천장을 보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