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8. 23:42

[문호스트레이독스]


뱀파이어 AU


망향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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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남아서 그곳 하늘에 뜨고 

구름 멀리서 고요히 눈을감고 

보낸뒤에도 남은 서러움 

살아도 눈을 감아도 또 너를 묻게하고 


자우림, 망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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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시와 쿄카가 온 지도 달포가 흘렀다. 아츠시는 제법 익히는 속도가 빠른데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 금세 상위 스킬을 배우게 되었다. 다만 그에 대한 쿠니키다의 평가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기본 스킬은 괜찮은데 응용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늘 대련하고 있는 상대의 평가이니 이 이상 정확한 것은 없었다. 란포는 쿠니키다의 보고서를 가만히 턱을 괴고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다 혼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고서를 덮었다.


"뭐, 부족한 건…실전으로 때워보는 건 어때?"

"…예? 그 말씀은…."

"나카지마 아츠시에게 지금부터 실전훈련을 시키자는 말이지."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보통 삼개월은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만."

"그렇긴 하지만 그는 습득이 빠르잖아?"


그렇긴 했다. 웬만큼 어려운 동작의 연계도 하루이틀 정도면 익혀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전투에 대한 본능적인 센스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걸 발휘할 틈도 없이 생명을 위협당하는 공포 속에서 살아왔겠지. 세상은 어느 쪽도 아닌 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니까. 쿠니키다는 란포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는 알겠다는 뜻을 표했다. 란포는 가만히 머리를 긁적이다가 잔뜩 쌓인 파일들 중 하나를 쿠니키다에게 건넸다. 파일을 받아든 쿠니키다는 그 자리에서 펼쳐 자료를 읽어보았다.


"…추기경님."

"응? 왜 그러나, 쿠니키다군?"

"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그에게는 아직 난이도가 높은 임무가 아닐지요."

"어차피 견습으로 따라가는 거잖아? 본격적인 현장 임무도 아니고."

"그러니까 조금 더 쉬운 걸로…."

"아아, 괜찮아, 괜찮아. 그 애도 현실은 알아야 하니까."


태연자약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 란포를 보다 쿠니키다는 가만히 파일을 덮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란포는 '정 힘들면 자네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도 되네'라고 말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아도 교육 담당인 걸 어쩌겠는가. 오랜만에 현장에 나갈 생각에 쿠니키다는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한참을 고민하던 쿠니키다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파일을 덮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읏차!"

"…와아악! 켄지씨, 포기, 포기!"

"어라, 벌써요?"


켄지와 대련 중이었던 건가? 애석하게도 켄지는 아츠시와 전투상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켄지는 상당한 괴력을 갖고 있는데다 몸 자체가 튼튼해서 단순한 기술의 연계로는 그를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츠시는 응용력도 부족해 아직까지 켄지를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의 괴력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내려온 아츠시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쿠니키다는 가볍게 안경을 고쳐쓰고 두 사람을 불렀다.


"아츠시, 켄지."

"아, 쿠니키다 신부님."

"무슨 일이세요?"

"따라와라."


쿠니키다는 둘을 사무실로 데리고 와서는 임무에 관한 파일을 건넸다. 『구울 제거』 라는 파일을 본 켄지는 입술을 꾹 다물고 내용을 가만히 살폈다. 표정이 굳은 채 서류를 보고 있는 켄지를 보던 아츠시는 조금 뒤에야 자신이 들고 있는 파일을 읽어내려갔다. 구울은 뱀파이어가 피를 빨고 남은 시체가 주술로 되살아 난 존재들이다. 지금 오키나와 섬에 있는 버려진 병원쪽에서 구울의 목격 정보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들을 제거하라. 거기까지 소리를 내서 읽은 아츠시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쿠니키다를 쳐다보았다.


"뭐냐, 아츠시."

"저, 저도 가는 겁니까?"

"그러니까 부른 거다."

"…자신 없는데요."

"추기경님의 명령이다."


추기경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며 아츠시는 쿠니키다를 봤지만 쿠니키다는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너희 둘만 보내는 게 아니라 나도 함께 갈테니 안심하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조금 뒤, 노크소리가 들리고는 쿠니키다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민 것은 다자이였다. 그는 느긋하게 웃으면서 쿠니키다가 한 소리를 쏟아내기 전에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란포씨가 너희들을 따라가 주라던데."

"…네 놈도 가는거냐."

"뭐, 그렇게 됐어."


그렇게 말하고 웃는 다자이를 보면서 쿠니키다는 인상을 팍 쓴 채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추기경님은 무슨 생각이신 건가. 물론 다자이가 전력으로써 동행한다면 그건 환영할 일이었다. 쿠니키다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능력이 자신을 한참 상회한다는 것 정도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신입에 대한 전력 보강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쿠니키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지시를 내렸다.


"출발 시각은 지금으로부터 세 시간 뒤인 여섯 시 정각이다. 그 때 까지 준비를 마치고 여기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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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