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0. 00:14
[문호스트레이독스]
~과거 날조 스토리~
Schlecht Melody
[나쁜 선율]
#2.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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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다자이는 보스의 명령으로 파트너인 나카하라 츄야와 함께 빈민가를 걷고 있었다. 곳곳에서 풍겨오는 악취에 장갑을 낀 손으로 코를 막으며 츄야는 설렁설렁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의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보스의 명령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사람을 데리러 가는 정도의 임무였다. 그 정도라면 자신은 굳이 이 더럽고 냄새나는 곳까지는 올 필요가 없었는데. 밀려오는 짜증을 숨길 생각도 않고 츄야는 다자이를 노려보며 다시 자신의 불만을 얘기했다.

"나 참, 내가 왜 네놈하고 같이 그 검은 신사인지 뭔지를 데리러 가야 하는 건데?"
"그만 투덜대, 츄야. 보스의 명령이잖아? 나도 별로 안 하고 싶다고, 너랑은."
"그 정도 일은 너 혼자서도 충분하잖아. 왜 나를 끌고 가느냐는 얘기다!"
"아, 그건 말이지."

다자이는 빙긋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꺾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총알 하나가 어디선가 날아와서 벽에 박혔다. 연기를 내는 총알을 보면서 츄야는 알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뜻이었나. 그럴 거면 나한테서 더 떨어져, 인마. 츄야는 앞서 걷던 다자이를 발로 걷어차고는 그가 균형을 잃은 사이에 먼저 앞으로 나갔다. 빈민가의 구석, 폐자재들이 쌓여있는 건물의 옥탑까지 가야한다는 지도를 본 츄야는 혀를 차고 거칠게 차폐물들을 발로 걷어냈다. 아, 이 구두 비싼건데. 튀어나온 못에 기스가 날 뻔 한 구두를 손으로 털어내며 츄야는 가볍게 혀를 찼다. 차폐물의 너머에 도착하자마자, 츄야는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내쳤다. 그 손짓과 동시에 총알은 방향을 잃고 그대로 구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모자를 가볍게 고쳐 쓴 츄야는 혀를 차고는 옥탑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어이, 이게 데리러 온 사람에 대한 태도냐!? 당장 내려와!"
"아이고, 츄야. 그렇게 대하면 겁먹고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하여튼 난폭하긴."
"너 같으면 오자마자 저격을 당했는데 화가 안 나겠냐?"
"모르는 얼굴이라서 그랬겠지. 나는 전에 한 번 봤거든."
"하?"

모르는 얼굴이면 총을 쏴도 되는 거냐? 츄야가 그렇게 다자이에게 따지고 드는 사이 검은 신사가 내려왔다. 커다란 기타케이스에 노트북이 들어있는 가방이 그의 짐의 전부였다. 생각보다도 단출한 짐에 다자이는 혀를 내둘렀다. 겨우 이 정도의 장비로 지금까지 일을 실패한 적이 없단 말인가? 굉장한 사내로군.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느새 지척에 다가온 검은 신사는 가만히 다자이를 살피고는 제 허리춤에서 총을 한 자루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고 한 자루는 자신이 들었다. 어쩐지 품이 큰 옷을 입었다 싶었는데, 그 아래에 최소 네 자루의 권총이 들어있었다니. 케이스를 고쳐 멘 검은 신사는 걸음을 걸으려다 멈추더니 츄야에게 노트북이 들어있는 가방을 건넸다. 얼결에 가방을 받아든 츄야는 잠시 가방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이건 왜…."
"너, 이능력자지?"
"일단 그렇긴 한데…."
"그거, 망가지면 안되니까 좀 지켜."
"하아?"
"대충 상황은 짐작했잖아?"
"뭐, 그 정도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럼 더 설명이 필요해?"
"아, 검은 신사씨. 쟤는 조금 이해력이 떨어지니까 설명해주는 편이 좋아."
"다자이, 네놈 죽여버린다!!"

다자이의 말을 듣자마자 그에게 버럭대는 츄야를 본 검은 신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알겠어. 설명하지. 별 의심도 없이 납득해버린 분위기에 츄야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끼며-보스의 명령으로 맞이하러 가는 게 아니었다면 당장 이 녀석을 한 대 패고 싶다고, 츄야는 생각했다. - 검은 신사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마치 자신들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것처럼 상세하게 상황을 얘기했다. 정확하게 다자이가 저격을 받은 위치까지 그는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정확해서 감시카메라라도 달았나? 하고 생각했지만 빈민가에 딱히 그럴 만한 곳은 없었다. 검은 신사는 시선을 움직여 주변을 훑어보다가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는 저격이 시작되면 나는 내 몸을 지키는 게 전부일 테니까 내 총탄을 무력화시킨 네가 가방을 지키라고 말했다. 얼떨결에 츄야는 그러겠다고 대답해 버렸고, 검은 신사의 설명을 전부 들은 다자이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야, 대단하네. 내가 저격을 받은 것까지 알고 있다니. 자네의 지시는 아닌가, 검은 신사님?"
"그럼 내가 총을 빌려줬을까? 어차피 아무것도 안 들고 있었잖아? 그리고 네 붕대에 그을음이 묻어있거든."
"이런,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풍압에 혈관이 터지지 않은 정도겠지. 그 정도 위치라면."
"좋아, 그럼 저격수의 위치는 알고 있나?"
"빈민가는 사람의 출입이 적어서 손을 보면 금방 티가 나지."

저 모자를 쓴 친구가 치워버린 차폐물처럼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자기에게 꽂히는 시선을 느낀 츄야는 왠지 울컥하는 기분에 아, 그거 미안하게 됐네! 라고 외치고는 다시 앞장서 걸었다. 도대체 뭐람, 저 녀석은. 이능력자라고 굳이 물어본 걸 보면 본인은 이능력자가 아니라는 것 같은데. 이능력을 쓰지 않고도 순수하게 살인률 100% 달성? 믿을 수 있는 소리를 해야지. 물론, 보스나 다자이가 인정한 걸 보면 보통 인재는 아니겠지만 그에 걸맞게 태도가 건방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츄야가 한참을 짜증에 잠겨 걷고 있을 때였다.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더니, 총알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 진짜 이놈이고 저놈이고. 귀찮게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츄야가 걸음을 멈춘 것과 동시에 땅에 균열이 가며 바닥이 패였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날아오는 총탄은 곧 형편없이 구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조금 뒤, 츄야의 위치에서 열시 방향쯤에 있는 건물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츄야는 혀를 짧게 차고는 그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건물에 도착했을 때에는 바닥에 이미 피가 흥건했고, 검은 신사와 다자이는 츄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늦었네, 츄야."
"하아? 사람을 방패로 써놓고 그렇게 말하기냐!"
"…생각보다는 머리가 조금 돌아가는 모양이네."
"뭐가 어째!?"
"자, 자. 말다툼은 거기까지 하고. 어차피 앞으로 같이 일해야 할 사이니 통성명이나 하지. 나는 다자이, 다자이 오사무다."
"…쳇. 나카하라 츄야."
"…에도가와 란포."

검은 신사, 아니, 에도가와 란포는 짧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는 다자이에게서 총을 회수해 상태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홀스터에 넣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인 채 앉아서 시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츄야를 쳐다보았다. 그 이후에 그는 한참 말이 없이 건물과 그를 번갈아가며 쳐다볼 뿐이었다. 츄야가 그런 그의 시선에 왠지 모를 짜증을 느껴 울컥할 때 즈음, 란포가 입을 열었다.

"저기, 네 능력은 중력장을 조절할 수 있는 거지?"
"뭐,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가능해."
"좋아, 이 건물을 부수자."
"뭐?"
"아무리 빈민가라고 해도 이 정도면 군경이 온단 말이야. 귀찮거든."
"너…아주 사람을 좋을대로 부려먹는데…."
"군경이 몰려오면 너희들한테도 좋을 건 없을텐데?"

란포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한 다자이는 츄야에게 그냥 말을 듣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츄야는 돌아가면 절대로 두 놈 다 패버리겠다는 다짐을 하며 혀를 찼다. 무언의 동의에 세 사람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한 건물의 뒤로 빠져나가면서 츄야의 능력을 이용해 건물의 기둥을 전부 날려버렸다. 기둥이 빠져나간 건물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고, 건물은 곧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들의 모습을 감춰주었다. 흙먼지를 뒤로 하고 빈민가를 빠져나온 그들은 앞으로 란포가 지낼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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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