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5. 00:43
[문호스트레이독스]
~과거 날조 스토리~
Schlecht Melody
[나쁜 선율]
#5. 답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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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사쿠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마피아 '답지 않은' 마피아라고 해야할까. 말단이라고는 하지만 란포는 그가 그저 그 위치에 있고 싶어할 뿐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오다 사쿠의 단련된 근육은 결코 평범한 말단이 가질만한 근육이 아니었다. 가끔 란포에게 음식을 건네주는 손에 박힌 굳은 살의 위치는 그가 오랜 세월 총을 다루던 사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내 선임이었겠지. 이 정도로 기척을 죽이는 일이 익숙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자이조차도 가끔은 완전히 기척을 지우지 못해 란포에게 들키기 일쑤였는데, 오다 사쿠의 기척만은 가끔 기가 막히게 사라졌다. 그 때문에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몇 번인가 그를 공격한 적도 있었다. 거듭되는 란포의 불만에 오다사쿠가 낸 절충안은 방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하는 것이었다. 똑똑. 오다 사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란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오다 사쿠의 뒤를 따라 들어온 것은 히로츠였다.

"…히로츠씨."
"몸은 좀 어떤가, 란포군?"
"슬슬 재활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런가, 보스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네. 물론, 다자이님과 나카하라군도."
"…대가를 지불한 만큼 일하지 못할까봐, 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히로츠는 웃어보였지만 란포는 그의 말을 흘려넘기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천천히 다리를 뻗어보았다. 조금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이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의사가 다녀간 뒤로 딱 삼 주 째였던가. 란포는 제 다리에 감긴 붕대를 새삼스럽게 내려다보다 바닥에 발을 딛어보았다. 목발이 없이 바닥에 발을 딛는 건 오랜만이라 잠시 휘청거리던 란포는 옆에서 오다 사쿠가 내민 손을 잡고 조심해서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곧 무릎까지 저릿한 감각이 올라오는 바람에 그는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히로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져온 과일바구니를 란포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군."
"…응."
"쉬어두게. 보스에게는 적당히 보고해두겠네."
"…고마워."
"천만에. 자네 덕분에 수월해진 일이 한둘이 아니니까 말이야."

나중에 또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가는 히로츠를 보던 오다 사쿠는 흐트러진 란포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주고는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앉았다. 히로츠가 건넨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를 하나 집어 옷에 슥슥 문지르고는 한 입 베어문 란포는 한참을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오다 사쿠의 시선에 그를 마주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란포를 바라보다가 란포가 품에 안고 있는 과일바구니를 들어서 침대 옆 테이블에 옮겨놓으며 그제야 입을 열었다.

"네가 내 후임이었나."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이야?"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뭐, 말리기라도 할 생각이야, 선배?"

선배, 란포의 도발적인 발언에 오다 사쿠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저 란포를 다시 한참을 쳐다보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란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가 제 머리에 얹힌 오다 사쿠의 손을 잡아 내려 그의 손에 다 먹은 사과의 심지를 올려두고 웃었다. 오다 사쿠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처리하러 갔다. 란포는 걸터앉은 자세 그대로 침대에 누워 그저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다 사쿠는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가끔 눈을 보면 란포는 그가 어떤 감정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까 흘끗 마주쳤던 오다 사쿠의 눈에는 갈등과 후회가 보였다.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아니라고, 란포는 생각했다. 애초에 그는 왜 마피아에 들어왔던 것이며, 왜 사람을 죽이기를 그만 둔 걸까? 나중에 오다 사쿠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란포는 서랍에 넣어두었던 약을 꺼내 삼키고는 자리에 누웠다. 의사가 준 약은 효과가 좋았는지 란포는 금세 잠이 들었다.

란포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삼 주 뒤였다. 한달 반여에 걸친 치료를 끝내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란포는 오래 지나지 않아 모리의 부름을 받았다. 나 참, 그렇게 부려먹었으면 됐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제법 묵직한 나무문을 두어 번 두드리고 문을 연 란포는 예전에 보았던 금발 소녀에게 쩔쩔매고 있는 모리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란포의 기척에 그를 쳐다본 모리는 웃던 입꼬리를 내려 금세 정색을 했다. 모리의 손짓 하나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방도 제법 공기에 무게를 더했다. 곧 소파로 걸음을 옮겨 앉은 모리는 빙긋이 웃으며 란포에게 자리를 권했다. 란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하게 손님용 의자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았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했다. 먼저 눈을 접은 쪽은 모리였다.

"몸은 이제 다 나은 건가, 란포군?"
"뭐, 덕분에."
"자네가 임무에서 다칠 줄은 몰랐네."
"시비 거는 건가?"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오해하지 말게."
"지금부터 할 일은?"
"…얘기를 풀 틈을 주질 않는군."
"숨이 막히는 공간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아서."
"하하, 그런 건가. 알겠네. 그럼 임무를 주지."

옆에서 잔뜩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내들의 위협에는 아랑곳않은 채 할 말을 한 란포는 모리에게서 임무를 받아 나왔다. 제법 두툼한 봉투를 품에 넣으며 란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쉰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부려먹겠다는 속셈이 가득한 내용에 머리를 긁적이다 모자를 눌러 쓴 란포는 그늘에 몸을 숨긴 채 포트마피아의 본부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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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스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