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쿠니키다 돗포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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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키다 돗포의 아침은 규칙적이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일정한 시간 동안 샤워를 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단장을 마치고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 단장의 마지막은 언제나 안경이었다. 시력이 썩 심각하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안경을 벗어도 어느 정도 거리까지는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의 시야는 언제나 '가정'의 상황처럼 흐릿하기만 할 뿐이었다. 쿠니키다 돗포는 자신의 안경을 좋아한다. 안경은 시야를 명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상을 바라는 그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물건이었다.
자신의 미래 계획이 전부 들어있는 수첩을 품에 넣고 쿠니키다는 집을 나섰다. 아직 찬 새벽의 공기가 제법 좋았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길을 걸으면 생각이 좀 더 명확하게 정리가 된다. 코를 간질이는 습한 공기가 이제 이 시기도 곧 끝날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사무실의 문 앞에 도착하는 것은 정확히 8시. 문을 여는 시간에 오차는 필요 없다. 오늘도 사무실이 난장판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예정된 범위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 좋은 아침."
아직까진 별 일이 없는 사무실의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사람이 늘어날 수록 어수선해지는 날이 많았으니까. 돗포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전원을 켰다. 보고서를 써내려 가는 건 막힘이 없었다. 여유롭게 이어지는 타자소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 여유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계획대로였다.
"야-옹."
"…뭐냐, 이건."
"고양이에요~. 귀엽지?"
눈 앞에 불쑥 들이밀어진 분홍색 젤리에 쿠니키다는 인상을 썼다. 작은 발이 안경을 꾹꾹 누른다. 물론 고양이 자신의 의지는 아니다. 뒤에서 붙잡고 있는 건 다자이였으니까. 저 인간을 그냥 확. 쿠니키다는 손을 뻗어 다자이의 얼굴을 최대한 자신에게서 멀리 떼어내고 안경을 벗었다. 젠장, 자국이 남았잖아. 어차피 닦으면 사라질 것이었지만, 작은 생물의 발자국은 안경에 확실하게 남아버렸다. 얼굴이 눌린 채 무어라 웅얼거리는 다자이를 지긋이 노려보다가 그를 밀어낸 돗포는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그거, 당장 주워온 자리에 돌려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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