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스트레이독스]
뱀파이어 AU.
망향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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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남아서 그곳 하늘에 뜨고
구름 멀리서 고요히 눈을감고
보낸뒤에도 남은 서러움
살아도 눈을 감아도 또 너를 묻게하고
자우림, 망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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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포가 나가고 들고 있던 열쇠로 두 사람이 있던 감옥의 문을 연 다자이는 아츠시가 쿄카를 깨워서 데리고 나올 때 까지 가만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아츠시의 손을 잡은 채 따라나온 쿄카는 가만히 눈을 깜박이다 다자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왠지 모를 위압감에 아츠시의 뒤로 숨어서는 그를 빼꼼히 올려다봤다. 쿄카를 내려다보던 다자이는 부드럽게 웃어주곤 두 사람을 데리고 올라갔다.
"음, 우선은 자네들이 머물 곳부터 알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뭐, 방은 서로 옆방이면 충분하지?"
"네."
아츠시와 쿄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은 그렇게 넓은 건 아니었지만, 지낼 곳도 없던 마당에 더 따질 것은 없었다. 방은 작은 책상 하나에, 딱딱한 침대 하나. 창문이 하나 달려있고 옷장이 있었다. 아마도 수도원의 기숙사인 모양이었다. 방을 보여준 다자이는 별로 내키지는 않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며 그들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아츠시와 쿄카는 그제서야 제대로 건물의 정문을 볼 수 있었다. 정문은 제법 묵직한 느낌의 금색 손잡이가 달린 나무문의 위에는 아치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식되어 있었고, 그 양 옆에는 신의 모습을 본딴 석고상이 서 있었다. 다자이가 향한 곳은 그 곳에서 오른쪽에 있는 다른 방보다는 조금 큰 방이었다. 똑똑, 다자이의 노크 소리에 안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은 딱 맞췄군. 열려있다."
"야호- 쿠니키다군."
"…네게 친한 척 불릴 이유는 없다, 다자이."
"매정하네~. 그래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인데."
"…저들이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애들인가?"
쿠니키다는 다자이의 말을 무시하고는 코 끝에 있던 안경을 끌어올리고 두 사람을 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츠시는 살짝 움찔하고는 다자이를 쳐다보았다. 다자이는 그제야 웃으면서 서로를 소개시켜주었다. 남자의 이름은 쿠니키다 돗포, 이 기숙사의 총괄 사감이자 뛰어난 엑소시스트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두 사람의 전반적인 교육을 책임질 사람이니까 말을 잘 들으라고도 강조했다. 쿠니키다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만을 까닥여 그들에게 인사했다.
"다자이가 말한 대로, 앞으로 너희들의 교육 전반을 담당할 쿠니키다 돗포다. 잘 부탁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쩐지 주눅이 들어 인사하는 아츠시를 보며 웃은 다자이는 마지막으로 꼭 알아둬야 할 사람이 있다며 그들을 쿠니키다의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계단을 한 층 올라서 도착한 곳은 깔끔한 검은 간판에 하얀 글씨로 '의무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앞으로 임무를 하다 보면 다치는 일도 많을 테니까 이 사람하고는 절대 친해져야 한다고 말하며 다자이는 문을 열었다. 문의 너머에는 제법 커다란 금색의 나비모양 핀을 머리에 한 검은 단발머리의 미인이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웃었다.
"오야, 다자이 아닌가?"
"오늘 하루는 좀 어떠십니까, 요사노 선생님?"
"뭐, 보다시피 평화롭지 않느냐. 그래, 그 뒤는 누군고?"
"아, 신입이야."
"호오, 신입?"
신입이라는 말에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두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자이는 이제 그만 가봐도 된다며 손을 휘저어 그를 내보냈다. 어리둥절해하는 두 사람을 세워놓은 요사노는 만세를 해보라며 가만히 그들을 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손을 들자, 그녀는 가만히 손을 들어 그들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었다. 너무 갑작스런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멍하게 있었더니 요사노가 웃으며 두 사람의 손을 잡아 가만히 내리고는 손을 꼭 겹쳐잡았다.
"아직 아픈 곳은 없나보구나."
"…아, 아…. 네."
"그건 무엇보다 다행이네. 음, 너희들에게 해 둘 말이 있단다."
"…네?"
그렇게 말하는 요사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서 아츠시와 쿄카는 저도 모르게 긴장해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 요사노를 보았다. 요사노는 작게 한숨을 쉬고 그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조근조근히 말을 이어갔다. 란포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보니, 너희들이 앞으로 힘들 일은 어렵지 않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그 녀석은 성격이 원래 꼬여있으니 혹여라도 그 녀석때문에 다쳤다면 숨길 생각 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날선 반응들과 달리 조금 포근한 말에 아츠시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사노는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차트에 이런저런 숫자를 적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가볼까?"
"네? 여기가 마지막 아니었어요?"
"음? 아무리 그래도 옷은 맞춰야 하지 않겠니?"
"옷…이요?"
"그래, 지금 입은 옷은 완전히 엉망진창이구나. 아츠시."
"…하하."
"걱정말거라, 우리 의상 장인은 솜씨가 좋으니."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