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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08 銘名하다
- 2016.10.06 神、祈り、命
- 2016.09.26 공허한 살의의 윤무곡 - 6장(完)
- 2016.09.24 공허한 살의의 윤무곡 - 5장
- 2016.09.18 공허한 살의의 윤무곡 - 4장
- 2016.09.15 달콤함의 저변에, 씁쓸함을 섞으며. 3 (완)
- 2016.09.15 달콤함의 저변에, 씁쓸함을 섞으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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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의 저변에, 씁쓸함을 섞으며. 3 (완) (0) | 2016.09.15 |
요사노는 미간을 찌푸리다 쿄카가 있는 곳을 말해주었다. 그 장소를 듣자마자 아츠시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지하 감옥에 있네. 그대들이 처음 란포를 만난 곳 말이야. 그 차가운 곳에 간 지 며칠이 되었는지, 그것까지 요사노는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쿄카가 훈련을 나오지 않게 된 때를 거슬러 가보면 최소 사흘 이상은 그 곳에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란포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쿄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뱀파이어의 각성. 눈 앞에서 본 적은 없지만 자기를 쫓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문헌을 뒤지다가 어렴풋이 본 적이 있다.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이 나고, 죽이고 싶은 충동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이성이 충돌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 충동을 안정시키려면 피를 주면 된다고 했었다. 그것이 무엇의 피인지는 상관이 없었지만, 각성 중이나 각성을 한 다음에 인간의 피를 입에 대면 다시는 인간 외의 생물의 피는 먹지 못하게 된다고도 써 있었다. 그저 지금은 쿄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아츠시는 지하 감옥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감옥에 도착한 그가 본 것은 벽에 이어진 사슬에 묶인 채 기진맥진한 쿄카였다.
[문호스트레이독스]
노라가미 AU
銘名하다.
오다 사쿠, 다자이 오사무
--------------------------
"그만 두게 해주세요."
"어째서?"
"―다자이님이 부르는 이름이 싫어요."
"뭐?"
다자이는 의외의 대답에 멍하니 눈 앞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부르는 이름이 싫다니. 차라리 신사가 없어서 힘들다던가, 의식주라도 제대로 해결하게 해달라고 하던가 하는 이유라면 어느 정도 납득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볼을 부풀린 채 자신에게 빨리 그만두게 해달라고 채근하듯 손을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다자이는 눈물이 그렁한 그녀를 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울고 싶은 건 이쪽이라고. 지금 당장 해방하라고 하면 말이지―. 머리를 긁적인 채 눈 앞에 있는 여성을 빤히 보던 다자이는 손가락을 허공에 들어 그녀의 손목에 있는 것과 같은 글자를 적으며 말했다.
"쵸우키(朝器), 너를 해방한다."
다자이의 말과 함께 사라진 이름을 보던 여자는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웃음을 지으며 자기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다 석별의 인사도 없이 등을 돌려 사라졌다. 아니, 석별의 인사라면 있었다. 다음부터는 여자한테는 그런 이름은 주지 마세요!! 였던가. 그래도 반 년은 함께 했었는데. 그녀가 떠난 골목을 보며 멍하니 담벼락 위에 앉아있던 다자이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몸을 튕기듯 내려오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오늘 밤은 어쩌지."
해가 지기 전에 묵을 곳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었다. 지금 그는 신기가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뛰어난 신이라고 해도 신기가 없으면 신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요컨대, 지금 다자이는 발가벗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단 가까운 역으로 달려간 그는 '관광안내도'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곳에서 지도를 하나 가져와 펼쳤다. 당장 갈 수 있는 곳은, 곳은―. 한참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지도를 보던 다자이는 곧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지도를 구겨 던졌다. 이 넓은 땅에 잠시 신세를 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니. 조금 있으면 해가 져버리는데.
"정말 곤란하게 됐네."
딱히 잠을 자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몸을 의탁할 곳은 필요했다. 신기가 없는 신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 근처는 유독 안 좋은 기운이 넘쳤다. 아마도 병원이 있어서겠지. 병원은 온갖 잡귀들의 서식지이다. 어차피 차안의 존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나마 빌릴 수 있는 신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조차도 오늘은 힘들 것 같았다. 얼른 새 신기를 찾지 않으면 안 되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얼핏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그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던 그는 곧 생각할 틈도 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돌아보지 말 걸.
[좋…은, 냄―새¿]
"―젠장!!!"
앞뒤를 가릴 틈은 없었다. 신기도 없는 지금, 아야카시에 먹히면 살아남지 못할 게 뻔했다. 다자이는 사람들 틈을 달리며 뒤쫓아오는 아야카시를 피해 도망갔다. 가끔 부딪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몇 개의 골목을 지났고 몇 개의 빌딩을 지났는지 기억도 안 날 때였다. 사람들 틈에 섞여있는, 유난히 띄는 붉은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보였다. 옷차림은 조금 시대가 동떨어진 느낌이었기에 다자이는 내달려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불러세워진 것에 의문을 표하며 다자이를 보았다.
"무슨 일이지?"
"자, 자네―. 사령, 이지?"
"―그런데."
"내, 신기가 되어주지 않겠나?"
다자이의 제안에 사내는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누구도 손을 대지 않은 걸 발견할 걸 그랬나. 사내의 표정을 보던 다자이는 가볍게 혀를 찼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미 신들과 신기들 사이에 좋지 않은 쪽으로 얼굴이 알려졌기에 거절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싶어 적당히 포기를 하려던 때, 사내가 손을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주변을 살피다가 조금 먼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쫓기고 있지?"
"―어, 일단은."
"뭐, 어차피 나도 맨몸이라 오래는 못 버티고."
"해 주는 건가!?"
"그러지."
사내의 대답에 다자이는 걸음을 멈추고 허공에 글자를 쓰기 직전에 잠깐 그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왜 뜸을 들이냐는 표정으로 다자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섬칫한 기운은 점점 자신을 조여오고 있었다. 아까의 일로 고민할 틈은 없었다. 다자이는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이면서 허공에 유려하게 글자를 써내려가며 주문을 읊었다.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여의치 않은 너에게 머물 곳을 부여한다. 내 이름은 다자이. 시호를 쥐고 여기에 머물러라. 가명을 지녀 내 종복이 되리니, 이름은 뜻으로 그릇은 소리로, 내 명으로 신기가 되어라. 이름은 츠쿠, 그릇은 사쿠(作).」
"와라, 츳키."
"―이름 짓는 솜씨가 형편없네."
"불평은 나중에 해 줘."
사쿠의 말에 씁쓸하게 웃은 다자이는 곧 허공에서 라이플로 변한 그를 잡고 몸을 빙글 돌려 아야카시를 조준했다. 라이플이라, 보기 드문 형태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개머리판을 어깨에 댄 다자이는 가늠쇠로 아야카시를 조준한 채 그대로 영창을 이어가면서 벽에 기대어 손가락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쏘아져 나간 총알은 정확히 아야카시의 본체에 박히더니, 곧 제멋대로 부풀어오르며 아야카시를 터뜨려버렸다. 불꽃놀이처럼 허공에서 터져버리는 아야카시를 보던 다자이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손에 쥐고 있는 라이플을 보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와, 사쿠노스케."
"그게 돌림자냐?"
"뭐, 그렇지."
"아까 머뭇거린 건 이름 때문이고?"
"아침에 그것때문에 한 소리 들었거든. 작명이 형편없대."
"뭐라고 불렀길래?"
"아사노스케."
다자이의 대답에 사쿠는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혼자 뭔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 반응에 울컥한 다자이는 괜히 그의 발을 툭툭 치며 불평을 표시했다. 사쿠는 미동도 없이 다자이를 보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자이는 입술을 비죽이다가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말해두는데, 나랑 같이 있는 게 쉽진 않을거야. 일단 잘 곳도 없거든. 어깨가 욱신거리는지 가만히 주무르면서 덤덤하게 말하는 다자이를 보던 사쿠는 어깨를 으쓱이고 그를 따라 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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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가미 AU
오다 사쿠, 다자이 오사무
신, 기원,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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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의 기원에서 태어난다. 나의 신은 인간이 바라는 수많은 소원들 중 하나에 기인해 태어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때로는 어린아이 같고 때로는 더할 나위 없이 냉혹했다. 인간들이 그에게 빈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이 세상에 있게 했을까?
사실은 이런 생각조차 조심스럽다. 생각이 깊어지면 마가 끼기 쉽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사쿠노스케. 내 신은 나를 [사쿠]라고 부른다. 다른 신기는 아직 없다. 이 신이 몇번째 모시는 분이냐고 묻는다면 열 손가락 안에는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참 험난한 인생이었다. 아니, 인생이라고 하기엔 미묘하지만. 우리 신기는 어떤 해도 입지 않은 사령만이 될 수 있다. 어설픈 생령도 안 되고, 상처를 입어서도 안 된다. 다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었기에 새로운 생명을 얻어도 잘못을 저지른다.
나도 그랬다. 이름을 받았다 뺏긴 적이 몇 번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인을 찔렀기 때문이다. 신들은 자기를 찌른 신기를 용서하지 않는다. 뭐,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나도 그 당시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만난 주인과 지내는 것에 비하면 절대 편하고 큰 세력들이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지금이 편하다. 딱히 고행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내 주인은 참….
"신발 끈, 또 풀렸다."
"어라, 정말이네. 언제 풀렸지?"
이런 식이다. 얼이 빠져있다고 해야 할까. 머리는 좋다. 특히 살생에 관해서라면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고 영악하게 상황을 움직인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 신은 용서받을 필요가 없는 존재이니까, 무엇을 하든 그의 자유다. 하지만 그는 종종 무언가에 저항하듯 나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신들은 내 주인을 이렇게 지칭한다.
—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들개, 재앙신.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는 그의 신기가 되는 것을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지 못했던 것은, 당장 그의 손을 잡지 않으면 그가 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몰고 온 아야카시는 제법 덩치가 컸고, 그는 신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사쿠]라는 이름을 받았다. 타카마가하라(신들의 언덕)에는 오르지도 못하고-그 곳은 신사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 있고 주인은 굉장히 제멋대로에 손이 많이 가지만 이런 신에게 목숨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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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세계관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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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의 실종으로 탐정사는 발칵 뒤집혔다. 평소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사람들도 그의 유류품을 앞에 두고는 자못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쿠니키다는 다시 한 번 주변 탐문을 나섰고, 타니자키는 인터넷 상의 소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여느때처럼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라고 낙관하기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없다는 것에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 했다.
한편, 다자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흐리멍텅한 시야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초점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보인 것은, 낯익은 붉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걱정을 가득 담은 조금 연한 갈색의 눈동자였다. 익숙한 베이지색의 트렌치 코트와 검은색의 스트라이프 셔츠에 다자이는 헛웃음을 웃었다.
"드디어 내가 미쳤나? 헛 것이 보이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정말 자네인가?"
"정말이지."
다자이는 손을 들어 오랜 친구의 어깨를 잡아보았다. 온기가 느껴진다. 정말 미친 게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환상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머릿속을 흘러다녔다.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그저 넋을 놓고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함께 웃어주는 사람도 없는 공허한 웃음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이제는 정말 죽어버렸나보다. 그 벨이라는 미인의 공격으로 나, 다자이 오사무는 죽어버린 모양이다. 다자이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토록 바라던 인생의 결말이 자살도 아닌 타살이라니, 그것도 미인의 손에 말이지. 나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결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렸다면 살아날 도리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다자이는 우선 자신의 감각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오다 사쿠."
"왜 그러지?"
"내 뺨 좀 꼬집어봐. 세게."
다자이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쳐다보던 오다 사쿠는 손을 뻗어 있는 힘껏 그의 볼을 잡아 늘였다. 아야야, 아프긴 하군. 그렇게 중얼거린 다자이는 가만히 자신의 볼을 문지르다 바닥에 털썩 드러누워 버렸다. 높은 천장을 보던 그는 문득 여기가 어디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금은 더이상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한참 탐문을 벌이던 탐정사의 사람들이 알아낸 것은 사라진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 매우 힘들어 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누군가에게서 받았다며 정제된 연보랏빛의 알약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가장 최근에 실종신고를 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조금 들뜬 모습으로 돌아온 실종자의 몸에서는 양귀비의 향이 났다고 한다. 양귀비, 우울증,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머릿속에서 단서를 조합한 쿠니키다는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마약상이었나."
"엑, 마약…이요?"
"양귀비를 정제하면 상당히 강력한 환각제를 만들 수 있어요."
"그, 그렇군요…. 잠깐만요, 그럼 다자이씨는…."
"딜러에게 납치 된 거지."
"에엑…! 무슨 수로 찾죠?"
"어차피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군경에 협력을 요청하지."
"알겠습니다. 전 사장님께 보고할게요."
"부탁한다, 타니자키."
마약을 찾는 데에는 훈련된 마약탐지견 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그렇기에 협력을 요청하려던 쿠니키다는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러나 조금 뒤에, 그는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마약상이 돌아다니는 데 포트마피아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 하나같이 아름다웠다고 말하던 그녀는 분명히, 일본인은 아니었다. 그럼 이 도시의 외부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마피아들은 이 외부인이 돌아다니는 걸 묵인하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이 외부인은 마피아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건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복잡해진 머리를 거칠게 손가락으로 흩은 쿠니키다는 전화기를 들어 아까 누르려던 것과는 다른 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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